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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6252221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09-05-01
책 소개
목차
1권
소년원에서 · 9
위로의 여인 · 33
한밤의 비밀 집회 · 61
봄바르돈 밀스 · 97
천당을 보다 ·121
지붕에서 · 143
북쪽 산 · 175
개인간의 밤 · 203
돼지 대왕 · 237
파고다리 · 273
2권
장의 식당 · 9
구스 반 블릭 · 35
밀로스 프렌지 · 57
검투 훈련소 · 81
헬렌, 수도에서 · 111
말인간 · 133
음악회 · 165
바르톨로메오 카잘 · 191
위로의 언덕으로 · 215
겨울 검투 · 243
루와이얄 다리 · 283
봄 · 317
에필로그 · 329
책속에서
쪽지가 전달되는 데에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쪽지에 관해서 소녀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승인된 절대적인 규칙이 있었다. 쪽지는 ‘무조건’,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틀림없이’, ‘수신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죽도록 미워하는 아이가 쪽지를 보내거나 받을지라도 손안에 쪽지가 들어오면 소녀들은 무의식적으로 전달했다. 쪽지는 숨소리도 크게 낼 수 없는 수업시간과 자습시간, 소녀들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 1권 11-12쪽 중에서
겨우 4분 남짓, 그것도 어둠 속에서 마주친 남자아이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헬렌은 계속 밀로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밀로스의 얼굴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떠올리려 할수록 밀로스의 얼굴은 더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았다. 밀로스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동그란 얼굴에…… 그렇지, 고수머리에 웃는 얼굴이 귀여웠다. 그리고 그래, 모두 맞는 얘기다. 하지만 도통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헬렌은 결론을 얻었다. 자신은 사랑하고 싶었던 것이고, 너무 혐오스럽지만 않다면 어떤 남자라도 처음 만나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 1권 72-73쪽 중에서
힘은 분명 야만인들에게 있다. 하지만 삶의 값진 추억에, 사람들 마음속에 아무 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어둠이 온 세상을 덮기 전에 그 불씨를 찾아 풀무질해야 한다. 그 밤, 오두막에서 열띤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 밤에 바르톨로메오와 밀레나는 불씨와 에바-마리아 바흐의 목소리 사이에 작은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뜨거운 직관을 얻었다. - 1권 198쪽 중에서
다섯 마리의 개인간이 오두막 밖으로 나와 기다란 주둥이를 하늘 높이 쳐들고 늑대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밤공기를 찢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울음소리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거기서는 어떤 기쁨이 묻어 나왔다. (…) 개인간들 모두 인간의 옷을 벗어 던지고 산을 향해 달렸다. 순식간에 안개가 다섯 마리의 개인간을 삼켜 버렸다.
“개인간들이! 야생으로 돌아갔어!”
미묘한 감동이 밀로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니야, 자유를 찾은 거야. 야만을 등 뒤로 던져 버린 거야. 가자, 이제 오두막이 비었어.”
헬렌이 고쳐 말했다. - 1권 232-233쪽 중에서
수도에서 지난밤 반란이 시작되었다는 소식들 들고 왔다. 군대가 발포됐고, 시민들이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이었다. 사망자 십여 명, 그 외 오늘 아침까지는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북쪽 몇몇 도시들에서는 청년들이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너무 빠르잖아. 이건 심하게 너무 빠르다고.”
“너무 빠르군.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된 거야. 불이 붙기 시작했어…… 이제 아무도 끌 수 없어.” - 2권 214쪽 중에서
“그들이 정확히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몰라. 그저 원래부터 우리와 함께 사이좋게 살았던 한 종족이었던 것 같아. 백만쯤 되는 말인간들이 이 나라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었지. 그들은 모두 용감하고 강인하고 물소처럼 튼튼하지. 말인간들은 그들끼리만 결혼을 했어. 그들의 전통인 것처럼 그렇게 세대를 거듭했지. (…) 말인간들은 강인할 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정의로웠다. 말인간들은 인간들의 존경을 받았어. 많은 사람들이 말인간의 순박한 문화 속에서 고귀함을 발견했어. 너는 이해할 수 있겠지?” - 2권 139쪽 중에서
헬렌은 그 익숙하고 신비로운 목소리에, 배에 몸을 싣듯 자신을 맡긴다. 헬렌은 그 배를 타고 여행하며 영혼 깊숙이 묻혀 있는 영상들을 본다. 다리 아래 흐르는 조용한 강물, 위로의 여인들이 주는 사랑의 무게를 다시 발견하고, 부모님에 대한 떨리는 작은 기억들을 만난다. 그리고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갈색 고수머리 소년의 얼굴을 바라본다. - 2권 328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