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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물

그리운 우물

(이연주 소설집)

이연주 (지은이)
와인북스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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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리운 우물 (이연주 소설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292838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2-03-15

책 소개

199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고, 1993년 다시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이연주의 첫 소설집. 표제작인 '그리운 우물'을 비롯하여 '가끔, 공자가 출몰하는 마을' '아버지의 문상' '그림자가 있는 풍경' '눈꽃 피던 날' '저녁 무렵의 선물' '아버지와 여인' '세 가지 빛깔의 눈과 여행' '흰 우물' '자주색 우산' '정전의 집' 등 모두 11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그리운 우물
가끔, 공자가 출몰하는 마을
아버지의 문상
그림자가 있는 풍경
눈꽃 피던 날
저녁 무렵의 선물
아버지와 여인
세 가지 빛깔의 눈과 여행
흰 우물
자주색 우산
정전의 집

작품해설/ 겨레말로 지은 연민의 집_ 정호웅(문학평론가, 홍익대 교수)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연주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리운 우물』 『슬픔의 무궁한 빛깔』 『사랑의 저편』과 장편소설 『탑의 연가』 『최 회장댁 역사적 가을』 『염원의 밤』을 출간했다. 대구소설가협회장과 정화중·여자고등학교장을 역임했고, 〈대구문학상〉과 〈금복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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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지벰, 함부래 권하지 마소. 저녀리 자슥은 지 에미 죽고 쪼글쪼글 늙어 봐야 사람 되니요. 지금은 호강에 받혀서 지 권속이 을매나 중한동 모르니요. 에이, 더러운 자슥…”
그리고 노모는 방문을 꽝 닫았다. 닫힌 방문 너머로 노모의 밭은기침 소리가 붉덩물처럼 질퍽하게 쏟아졌다.
아재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를 작은방으로 끌고 간 아재가 먹다 남은 윗목의 막걸리로 목을 축인 뒤 차분히 목소리를 깔았다.
“지난번 방앗간에서도 이바구했다만도 내가 와 늬 심정을 모리겠노. 흥수가 그캐쌓는 거 절대루 무리가 아이다. 너도 알다시피, 참, 너거 오메가 갓 스물에 숟가락 몽댕이 하나 올찮은 우리 비문(卑門)으로 시집와가꼬 이날 이때까정 쎄 빠지게 고생만 안했드나. 술 좋아하고 노름 좋아하는 흥님이 억시기 싹싹해서 서방 복이 있었나, 그렇다고 자숙 복이나 있었나. 알밤 같은 자슥들을 과거하다가 다 베리불고 늦게사 너거 삼흥제를 붙들어가꼬 눈물 멕이 안 키웠드나. 흥순들 그 혼인이 이차 좋아서 팔 걷어붙였겠나. 아까도 얼핏 비치드라만도 속으로야 니대마 및 배 더 곪아터졌을 끼다. 와 그 심정 모리노. 그러이 두십이 니도 자꾸 고집만 씨아쌓지 말고 마지막으로 효도한다 셈치고 맴을 한번 돌려 묵어 봐라. 아니할 말로, 니가 대처로 나가 살 헹핀이 되나, 나이가 적나. 돈이 도라꾸(트럭)로 있어 연변 처녀를 사오마 모리까, 안 그런 담은 성한 처녀한테 장가들기는 글른 기라. 속 썩히는 병신 처자한테 장가들기보담야 및 백 배 낫다. 이바구 들어보이끄내 아(애) 문제도 걱정 안해도 되겠고, 천상 니 배필이다 싶드만도. 읍에 누부가 비미(어련히) 알아서 중신을 섰겠나. 니가 혹 고자문 모리까 안 그러모 우야든동 여자를 디리가꼬 씨를 뿌리야 하는 기라. 요즘 시상에 과부먼 어떻고, 소박데기먼 어떻노.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제? 자, 자, 내 술 한 잔 받고 탁 털어 뿌리라.”
“아재도 참 답답쿠마. 개코도 털 끼 있어야 털든동 오그리든동 하지요.”
-「그리운 우물」중에서


아버지는 또 방문을 열고 바깥의 눈을 살피고 있었다. 종작없이 흩뿌리는 오색 종이처럼 낭자한 눈의 입자들이 어둠 속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아버지가 진심으로 감질내고 있는 것은 그 눈이 아니라 눈바람이었다. 북쪽 이봉산을 넘어오는 고추 먹은 눈바람은 말경에는 할머니의 여린 생명의 불을 지워 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눈 좀 붙이세요. 내일 또 가 봐야죠.”
나는 아버지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제야 무엇을 훌훌 떨어버리듯 시선을 거둔 아버지가 이불 깊숙이 몸을 묻었다. 따스한 온기가 몸속에 스며들자 냉기로 움츠러들었던 피로가 일시에 덮쳐 오는 모양이었다. 지게미가 낀 아버지의 눈시울이 형광불빛 아래 새들새들한 푸새처럼 떨리며 스르르 내려앉았다. 방안이 점점 따뜻해 왔다.

아버지는 은행나무 밑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할머니를 안고 있었다. 어머니도 그 곁에 혼 뜬 모습으로 조각처럼 서 있었다. 할머니의 어깨는 간밤에 어머니가 마무른 밤색 스웨터로 감싸여 있었다.
“운명하셨다!”
내가 무심코 다가섰을 때, 아버지가 나직이 말했다. 그 말이 아버지의 입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운명하시다뇨?”
나는 다듬잇방망이로 뒤통수를 얼얼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가 잠든 사이 나와 계신 모양이다.”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덧붙였다.
“너무 서운해 하지 마라. 늙으면 언젠가 한 번은 이 길을 가는 법이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침착하게 말하는 아버지의 얼굴은 불가사의하게도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눈빛 때문에 더욱 환해 보이는 얼굴은 간밤에 우리가 맛본 평화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눈꽃 피던 날」중에서


“너… 눈을 갖고 싶어.”
돌아오는 차 속에서 몇 년을 벼르던 말을 마침내 남자가 내뱉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박꽃 같은 수줍음이 묻어 있었고, 여자의 카메라를 매만지고 있는 남자의 얼굴에는 아직도 산행의 잔열이 남아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차가 제 속력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라앉았던 흥이 되살아나 머리를 간댕거리며 허밍으로 밥 딜런의 하모니카 소리를 쫓고 있던 여자가 일순 동작을 멈추고 찬찬히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직이 물었다.
“언제, 오늘?”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여자가 남자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쉬운 말을, 왜 그렇게 어렵게 해. 깜짝 놀랬잖아. 필름을 잃어버린 줄 알고…”
여자의 눈에는 남자의 표정이 그렇게 비쳤던 모양이었다. 여자는 삼십오 밀리 미놀타 카메라를 메고 다녔다. 하산할 때 화장실엘 가면서 그것을 벗어 남자에게 주며 특종거리 취재 필름이 들어 있다고 겁을 주었었다. 그 뒤로 남자가 보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의 대답은 그 카메라로 찍어두고 싶을 만큼 남자에겐 특종감이었다.
하긴 여자는 어려운 말을 쉽게 하는 버릇이 있었다. 가령 ‘생리통이 심해’ 라든가‘ 한쪽 젖가슴이 작아’ 같은, 그런 말들을 자연스럽게 내뱉곤 했다. 누구에게나 다 그런지는 남자로선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그것이 여자의 단점이자 장점이고 매력이었다. 어쩐지 쑥스러워진 남자가 담배를 꺼내 물자 여자는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잠시 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여자가 유턴 지점도 아닌 곳에서 홱 핸들을 꺾어 황색 실선을 무너뜨리더니 서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세 가지 빛깔의 눈과 여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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