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이빨들 1

저자 정욱헌? 정욱헌이 도대체 누구지? 독자에게 생소한 작가의 약력을 확인하기 위해 책 표지를 넘기면, 책 날개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프로필. 그것은 현실세계의 끝이자, 소설세계의 시작이다. 즉, 프로필부터가 ‘시선과 이빨들’이란 소설의 시작점이자 첫 페이지에 해당되는 것이다. 기존 소설들을 보면 하나같이 책의 맨 첫머리에 ‘작가 약력’을 밝힘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의 창작물과 실재 세계를 구분 짓고자 시도한다. 하지만, 정욱헌은 작가 약력을 거부함으로써, ‘현실/상상’에 대한 기존 소설들의 암묵적 가정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정욱헌이라는 이름조차도 실명인지, 가명인지, 확실치 않다. 실재가 허구적 세계보다 우위를 점하는 관계 속에서, 지금껏, 책이라는 것은 단지 작가의 자아실현 수단이나 전화기와 같은 의사 전달 매개물, 혹은 화려한 이력서의 추가 목록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철저히 작가의 편의와 쾌락 원칙에 봉사하는 도구, 혹은 매춘부. 정욱헌은 작가가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마치 남성들이 종종 여성들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덧붙여, 남자들이 자신의 부분인 성기를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타자화’하고자 노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1. 남자는 섹스 이외의 경우에는 여자를 인식하지 않는다. 2. 그리고 섹스 이외의 경우에는 자신의 성기를 인식하지 않는다. 3. 따라서, 성기는 여자일 뿐이다. 4. 물론, 자위하는 남자에게도. (시선과 이빨들1, 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