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3

1권
프롤로그
기억이 만드는 인연
의념의 금제
그래, 가자!
심부름꾼과 덤
로레인의 인연 - 얼굴 큰 아이
한스워드 보샤르 공작
엘리샤의 치료
알토와 떨거지들
길잡이 로빈
미리엄의 분노와 위험한 흥정

2권
재회
내 몫이 아니다
이지프리나 피렌뷰
드워프, 그리고 일거리
단서를 찾아서
라이의 오래된 인연
자밀후의 유적
아하루의 유물
헤아루브 영지

3권
떠난 친구를 위해
받을 것 하나, 확인할 것 하나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새로운 이름 썬셋
국왕의 친서
남을 위한 눈물의 의미
따를 수 없다면 떠나라
너희는 제자가 아니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시작된 피의 흐름들

흐름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바람에 날리는 티끌에도 있고, 언제나 그대로인 하늘에도 있으며 우리네 몸과 마음에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흐름을 가지고 그 속에 살면서도 너무 많고, 너무 가까이 있으나 아무 힘이 없어 보이기에 그 중요함을 잘 잊는다. 흐름은 흐름에 순응하는 이에게는 큰 득을, 역행하는 이에게는 힘든 고난을 겪게 한다.
물의 흐름을 아는 이는 격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몸의 흐름을 아는 이는 힘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 그리고 삶의 흐름을 아는 이는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수 많은 흐름은 하나의 흐름 속에 존재하나니, 모든 흐름을 아우르는 그 흐름은 바로 시(時)의 흐름이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아니하는 시의 흐름은 불변이고 무한이라 그 흐름을 벗어나거나 당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흐름에 버금가는 것이 있나니, 사람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마음은, 몸의 흐름은 물론이고 자연의 흐름까지도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시의 흐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으니 가히 시의 흐름에 버금간다 하겠다.
하지만 마음은 생각대로 움직이는 듯 보이나 기실 생각이 마음을 따라가나니, 마음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뜻대로 하기가 어렵고도 어렵다. 그리고 그 흐름을 안다고 해도 깨닫기는 참으로 버겁고도 버겁다.

선이라는 것은 밖이 아닌 안을 살피는 것으로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이나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눈으로 보려한다. 마음에 우주가 있음에도 눈으로 보려하니 허공만을 볼 뿐이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내 안에서 우주를 보려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선이다.
선으로 마음에서 우주를 보게 된다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것이고, 그 속에서 나를 찾게 된다면 마음의 흐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세상의 흐름에서 자유로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흐름과 세상의 흐름이 하나가 된다면 우주를 관조하는 나를 볼 수 있으리라. 그것은 시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으나 마음먹기에 따라 시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도 어렵지 않음을 뜻하니 무릇 선의 끝이라 하겠다.
그러나 삶은 선의 끝과 같지 않으니 선의 끝은 결국 새로운 삶의 시작일 뿐이다.
- 3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