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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6575832
· 쪽수 : 434쪽
책 소개
목차
1부
보온 진열대 | 투고 더미 | 장소가 제일 중요해 | 너무 무리하진 마시고요 | 아마추어들 | 유령 | 도넛의 제곱근? | 사고 | 가루담배 |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 노동은 공짜이어라 | ㅋ은 쿠키 | 사망 무덤
2부
무리들 | 벌거벗은 욕망 | 노동의 소외 | 문제적 점원 | 내일은 사랑할 거야 | 희귀한 고양이 | 위험 요소 | 코스타리카 | 스스로 해내기 | 문을 닫을 때 | 내가 왜 브루클린을 떠나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뭘까.”라고 한탄하며 힘들어하는 개브에게 나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 중 하나(시카고 대학에서 우리는 거의 10년 전 만났다)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땄으며, 법학 대학원도 졸업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게다가 맨해튼의 잘 나가는 법무법인에서 기업 변호사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경력도 있었다. 어머니를 위해 이 모든 것을 팽개치고 델리를 열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개브가 화를 내며 대꾸했다.
“우리 어머니는 서른 살까지 뭘 했는지 알아? 아버지 도움도 없이 세 자식을 키우면서 자기 사업도 직접 운영하고 있었어. 거기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이라는 나라로 이민 올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고. 이걸 다 서른도 되기 전에 해낸 거야.”
대신 장모 케이는 대학을 나오지 못했으니, 학위 분야에서만큼은 개브가 3대 0으로 앞서 있다고 말해줄까 했으나, 별로 듣고 싶어 할 것 같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보온진열대
“아, 그래. 그쪽도 출근해야지. 이중생활이 벌써 시작됐군.”
조지가 미소를 짓곤 칵테일을 다 마신다.
“그럴 작정인 거지? 이중생활 말이야. 분리되고 분열된 인생. 작은 충고 하나 하지. 생각보다 꽤 어렵고 힘든 일이 될 거야. 조심해야 하네. 늘 이 반쪽이 저 반쪽을 넘보고, 집어삼키려 할 테니. 투잡은 비실용적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묘기거든. 어리석은 시도랄까. 결국 한 쪽을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네, 조지.”
<파리 리뷰>가 아니라 델리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얘기하지 않을까 기다리지만, 그런 말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잔을 내려놓고 파티 준비를 위해 가버릴 뿐. 강에서는 여전히 짐배들이 애를 쓰고 있다.
-투고 더미
다음날 보스턴의 부모님에게 전화해 우리 계획을 얘기한다. 부모님은 이상할 정도로 신나한다. 몇 달 전에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예상한 반응은 “안 돼, 벤! 그동안 받은 교육과 자란 환경을 생각해야지. 제발 부탁이다!” 같은 거였는데, 막상 부모님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정말 멋지구나!”
어머니는 우리가 화랑이라도 여는 것처럼 감격한다. 심지어 실내 장식을 도우러 뉴욕에 오겠단다. 걱정하는 건, 제대로 된 겨자 소스를 팔아야 하며 ‘몹쓸 저칼로리 탄산음료’는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다. 아버지 역시 불길할 정도로 낙관적인 반응이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야. 도시 하층계급의 삶에 대한 민속지랄까, 참여연구가 되는 거지. 조지 오웰도 접시닦이로 일한 적이 있잖니. 조지프 콘래드 역시 젊은 시절 배를 타고 해외를 떠돌았고.”
델리는 교환학생 같은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장소가 제일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