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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등산/캠핑
· ISBN : 9788996745587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부 젊은 시절
1장 레코의 산들
2장 최초의 신루트
3장 돌로미테
4장 새로운 기술
5장 비박색
6장 몬테 치베타에서 당한 사고
7장 토레 트리에스테 남동 리지
2부 내 등반의 세 화음
8장 치마 오베스트
9장 비극으로 얼룩진 대등반
10장 워커 스퍼
11장 신루트의 매력
3부 전쟁의 슬픔과 평화의 기쁨
12장 전쟁이 가져온 행운
13장 전후 시절
14장 최고의 재등
4부 카라코람 ― 좌절과 성공
15장 불공정하고 씁쓸한 배제
16장 멋진 설욕전
5부 원정등반
17장 데날리 남벽
18장 엘브루스와 우슈바
19장 히리샹카 서벽
20장 로체 남벽
6부 에필로그
21장 겨울 산
22장 산악 구조작업
23장 과거와 현재
부록
옮긴이의 글
리카르도 캐신의 등반 기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젊은 시절
산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모습이 있다. 감수성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모습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태양 앞을 지나가는 구름은 금빛을 두르고, 구름을 뚫고 나오는 햇빛은 날카로운 검처럼 바위를 내리치며, 산을 변화무쌍하게 수놓는다. 바람에 쿨르와르couloir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는 안개는 독특한 내음을 남기기도 한다. 광활한 지평선에 수많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뻗어있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돌로미테Dolomite 분지의 밀실공포증과 벽에서의 비박이 산에는 있다.
한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더 좋은 일터를 찾으러 혼자 레코에 갔다. 그곳에서 도시 위로 어렴풋이 솟아오른 바위산들을 보는 순간 산에 대한 나의 잠재된 열정이 폭발했다. 그 유혹이 얼마나 강했던지, 나는 일요일이 되자마자 친구 몇 명과 함께 레세고네Resegone의 주봉인 푼타 체르메나티Punta Cermenati(1,875m)를 올랐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때의 첫 산행은 다시없는 향수로 다가온다. 우리는 별빛을 보며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장비가 없어서 남의 배낭을 빌려 메고, 옷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낡은 옷을 걸쳤다.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허겁지겁 올라갔다. 처음으로 정상에 섰을 때의 기쁨이란…. 그 승리감! 그때가 내 인생
의 전환점이었다. 그로부터 나는 도저히 치료될 수 없는, 산의 미치광이가 됐다.
내 등반의 세 화음
치마 오베스트 북벽을 손에 넣음으로써 이탈리아인들이 느낀 당당한 자부심에는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한 피츠 바딜레Piz Badile 북동벽에서의 치열한 경쟁심과 오스트리아-독일 팀이 한 발 앞서 아이거 북벽을 해치웠다는 소식을 듣고 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heidegg에서 느낀 깊은 절망감, 하지만 그 굴욕을 그랑드 조라스 워커 스퍼 등반으로 되갚은 복수심. 이런 감정들이 3대 북벽을 향한 당대의 뛰어난 클라이머들을 끝까지 따돌리고 우리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이끈 원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