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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등산/캠핑
· ISBN : 9791196249052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18-07-23
책 소개
목차
본문
글을 쓰고 나서
책을 옮기며
마터호른 등반 기록
찾아보기
책속에서
가이드에게는 고객을 불안에 빠지게 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카렐은 이것이 지나가는 폭풍이길 바랐다. 그러나 고난이 닥칠 것이라고 예감한 그는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었다. 북풍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가이드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등반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악천후들을 다시 떠올려보려 노력했다. 죽음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나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끝까지 발버둥 쳤던 그 순간들을. 그에게는 자신의 고객들을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었다. 만약 그들이 가이드가 기대하는 대로 계속 전진해 정상에 오르게 되면, 하산을 할 때는 보호받을 곳도 없는 산꼭대기 어느 곳에 갇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사이에 시니갈리아도 만약 카렐이 등반을 멈추고 계속 기다리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모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저 늙은이는 날씨의 악화를 예측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이 닥쳐올지도 가늠할 수 있었단 말인가? 젊은이들 넷이 대피소를 떠났을 때는 이미 날씨가 나빠지고 난 후였다. 그것도 시니갈리아나 고레조차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강풍과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우 그리고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진눈깨비. “날 깨우는 게 나았을 텐데….” 카렐이 고레에게 말했다. 그것은 질책이 아니라 앞날을 생각한 충고였다.
한 사람만이 그 산을 읽을 줄 알았다
브로일에서 보면 그 산은 거대한 탑이었다. 비탈진 바위지대, 깊은 크레바스, 가파른 바위 턱, 그리고 그 위는 대부분 눈으로 덮여 있었다. 능선은 바람과 눈에 날카롭게 갈라지고, 계곡은 눈 녹은 물로 깊이 패여 있었다. 뒤에서 보면 정상은 한 마리의 독수리 머리 같았다. 다른 방향으로 보면 ‘라 그랑 베카’, 즉 사람들이 흔히 마터호른을 지칭하는 ‘거대한 부리’처럼 보였다. 산에서는 언제나 소리가 들려왔다. 돌멩이들이 떨어지는 소리, 능선을 할퀴는 바람소리, 눈사태 소리, 폭포 소리. 이 바윗덩어리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 거대한 산은 조금도 쉴 새 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이 그 산을 읽을 줄 알았다. 장 앙투안 카렐!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 브로일에서 볼 때 그 산은 마치 피라미드처럼 바위가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산이었다. 영국인들이 다른 쪽에서 오르려다 곧바로 실패하지 않았던가?
마터호른을 오르겠다는 신념을 한 번도 버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
윔퍼는 마음속으로 카렐의 호언장담과 통찰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자부심에 경탄했다. 윔퍼는 여전히 이 두 사람을 고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는 장 앙투안 카렐과 같이 올라 온 남자가 본 호킨스와 동행한 장 자크 카렐이며 장 앙투안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울러 윔퍼는 장 앙투안 카렐이 알프스 지방의 단순한 농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는 군인 출신이었다. 그는 정예군으로 ‘이탈리아의 저격병’ 출신이었다. 그리고 그는 윔퍼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이 마터호른 정상을 오를 수 있다고 믿는 또 한 사람이었다. 윔퍼는 여행일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사람, 절대 포기를 모르는 사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거대한 마터호른을 오르겠다는 신념을 한 번도 버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 그것도 자신의 고향 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