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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784739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5월의 꿈
세월교
실명기失明期
금강산 꽃구경
명인명견열전名人名犬列傳
삼수갑산三水甲山
산수유와 자동소총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그와의 작별의 순간이 굳이 5월 어디쯤이라고 꾸미고 싶은 까닭은 새로운 차원으로 가는 그의 이행기에 빛나는 햇빛과 싱싱한 바람, 화려한 꽃잎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뜻에서이다. 5월은 누구에게나 길고 짧음이 없지 않은가. 솟구치는 꽃잎과 햇빛, 바람 한 점으로도 그 누구든 영혼의 마을로 떠나는 아픔을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었지만, 젊은 날을 떠나보낸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작별의 시간이 5월이었으면 한다. 편안한 현실을 누리고 싶은 욕망이 투명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마비시켜 그 젊은 날을 더 이상 비출 수 없다 해도.(「5월의 꿈」35쪽)
내가 동부전선에서 가지고 나오고 싶었던 것은 해 질 녘, 하늘을 쏘아 오르는 샛별과 동터오는 새벽하늘의 빛나는 꿈이었지만 결국 얼룩진 그리움처럼 흐려지는 눈빛만을 가져 나오고 말았다. 나는 그 시절로부터 소리 없이 멀어져갔다. 아니, 그 시절을 하나의 장식처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되돌아보면 한갓 얼룩진 그리움으로밖에 간직하지 못한 지금이 오히려 내게는 진정한 실명기인지도 모른다. 거칠게 파고들었던 눈보라와 적막했던 체온의 편린들은 아직도 한순간이나마 가슴을 섬광처럼 타오르게 하지만, 정말 내가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가슴에 품어 안았다면 그것은 지금 내 몸속 어디에서 빛을 밝히고 있을까.(「실명기」90쪽)
“나는 장남이야. 몸 성히 해서 고향 앞으로 가야 해. 어머니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호각 소리에 쫓기며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겠지. 새 새끼 같은 동생들은 나만 믿고 기다릴 거야.”
황동수는 짬밥을 열심히 퍼넣으며 말했다. 나 또한 그의 형편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아, 정말 왜 이리 허기가 지는지 모르겠어. 배가 터지도록 먹어봤으면 좋겠다. 복지회관에 있는 물건을 전부 사면 얼마쯤 돈이 들까. 아니 웨하스만이라도 맘껏 먹어봤으면.”
내가 멍하니 침상에 앉아 있으면 그는 내게 입맛을 쩍쩍 다시며 말을 붙이곤 했다. 웨하스 과자를 먹으면 까닭 없이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금강산 꽃구경」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