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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발라드 제4번

쇼팽 발라드 제4번

로베르토 코트로네오 (지은이), 최자윤 (옮긴이)
  |  
북캐슬
2012-11-02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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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미지

쇼팽 발라드 제4번

책 정보

· 제목 : 쇼팽 발라드 제4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6836735
· 쪽수 : 350쪽

책 소개

캄피엘로 문학상 수상작. 쇼팽의 '발라드 제 4번 바단조 작품번호 52'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했다. 쇼팽이 숨겨진 연인에게 바친 미발표 자필 악보는 조르주 상드와 수많은 사람들을 농락하고 격렬한 시대의 흐름 속에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되는데…

저자소개

로베르토 코트로네오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1년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 태생으로 토리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문예평론가. 오랫동안 주간지 <에스프레소> 문화섹션에 ‘금서목록’이라고 하는 비평을 연재해왔다. <쇼팽 발라드 제 4번 바단조>는 그의 소설 데뷔작이다. 특히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견줄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탈리아 캄피엘로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제 2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러지고 있다. 저서로는 , , , , ,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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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윤 (옮긴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했으며,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2년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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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쇼팽을 상대할 때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것도 상당히 눈물겨운 인내 말이다. 이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도 있고 나처럼 단지 그런 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왜냐하면 21세기가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은 이 세상에서 피아니스트는 정신이 이상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두 가지 부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정상적인 세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을 명확히 밝혀내는 일,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 두 장의 다른 악보를 가리키는 일 이외에는 말이다. 내가 콘서트에서 발라드 제4번을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때의 일이 되살아난다. 1975년 잘츠부르크에서 열렸던 콘서트는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콘서트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많은 관중들이 왔고, 변함없이 환성과 갈채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목이 아파 기진맥진해 있었다. 나는 프로그램을 자세히 검토했다. 리스트, 드뷔시, 모차르트, 바흐의 토카타, 그리고 가장 마지막이 쇼팽이었다. 콘서트를 마무리하기 위한 앙코르곡으로 그 곡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곡부터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지막까지 연주를 끝마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뵈젠도르퍼사의 늠름한 피아노로 연주했는데, 그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사의 피아노가 가진 부드러움이 조금도 없었다. 모차르트나 바흐를 연주하기에는 완벽했고 리스트를 연주하기에는 자극적이었으나 드뷔시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쇼팽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른바 강철 현을 울려 퍼지게 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 도구 안에는 길이가 약 3미터에 달하는 현까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 처음에 음 두 개를 울려본 것만으로 내가 실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확실히 무언가 잘못돼 있었다. 나는 물론 그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청중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다장조의 첫머리가 그 자체 안에서 상실의 감각을 잉태하고 있었을 줄은….


쇼팽만큼은 모든 것이 다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사라져버린 작품이나 젊은 날의 습작까지 포함해서 모조리 다 알려진 작곡가 중 한 사람이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에스트로, 이번에 당신이 한 말에는 저의 흥미를 끄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도 안 되는 가짜를 팔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점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문제의 악보를 당신이 볼 수 있게 된다면 제가 바로 당신이 계시는 파리로 갈 테니까요. 그땐 당신도, 저도 실수할 리가 없겠지요. 하지만 이번 일의 경우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데, 바로 그 점이 저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즉, 도대체 위작은 왜 저희가 알고 있는 인쇄판과 다른 것일까요? 대체 누가 쇼팽의 위작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을까요?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춘 자는 누구일까요? 이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더욱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그와 같은 위작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만큼 위험한 도박은 없으니까요. 단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사선지와 오선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수집가에게 가서, 발라드 제4번의 진짜 자필악보의 사보(寫譜)를 파는 편이 낫지요. 저라면 당신 같은 명연주가에게 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처럼 쇼팽의 악보를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고, 전 세계에 전문가 친구들이 있는 사람에게 말입니다. 당신은 쇼팽의 위작 같은 것을 별 어려움 없이 구별해낼 수 있겠지요. 그리고 마에스트로, 한 가지만 더 말해두겠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하필이면 왜 발라드 제4번일까 하는 점입니다. 1800년대에 쓰인 모든 작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피아노곡입니다. 그것도 가장 복잡한 작품이지요. 대체 어째서 위작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어째서 당신에게 마주르카 같은 훌륭한 작품을 제시하지 않았을까요? 곡은 짧고 간단하며, 게다가 호소하는 부분까지 포함돼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작품 68번 다음에 작곡된 마지막 곡이라도 괜찮습니다. 아니, 마에스트로. 이쯤에서 저희는 명확히 해두어야만 합니다. 대체 어째서 잘 알지도 못하는 러시아인이 유럽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주소 하나를 알고 있는 것일까요? 친애하는 마에스트로, 저조차도 당신이 지금 파리에 살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의 시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꽤 좋은 것이지요. 조금 피워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습니다.”


나는 페이지를 넘김과 동시에 예의 음표들을 한 눈에 훑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 예의 중단되어졌던 화음들에 먼저 도달해야만 했다. 그것은 발라드의 결론이 될 것이라고 생각됐지만 사실은 반대로 종결부의 서곡이었다. 그 시점에서 잠시 멈춰 섰다. 콘서트 도중도 아니고, 녹음실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곤 음표들과 그 위에 이어진 자그마한 원을 바라보았다. 뭐라 말하면 좋을까. 너무나도 불규칙해서 어느 누구도 본 적 없는 악보였기 때문에 악보를 덮을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을 쇼팽이 몇 개의 화음 위에 잇단음표를 그리려다 만 흔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두 번이나 표시를 남겨놓은 것처럼 더 두꺼운 펜촉으로 더 진한 잉크를 묻혀서. 그러나 이것은 그저 지나친 추측일 수도 있다. 페이지를 넘기자 거기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거의 읽어낼 수 없었고 고통과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것은 센 강 어귀에서 나를 덮쳐온 꿈과 같은 것이었다. 피아노에서 일어나 가벼운 현기증을 털어내려고 창문가로 다가갔다. 그리곤 여느 때보다 한층 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내 주변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센 강은 흘러 떨어지는 폭포처럼 보였고 노트르담 대성당에 있는 두 개의 첨탑은 물을 퍼 올리는 수차의 양 날개 같았다. 에펠탑마저도 거대한 강철로 된 추처럼 흔들렸고 별들은 우주선처럼 멀어져갔다. 나는 이런 풍경들도 곧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도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것과 모든 행동들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도. 이윽고 나는 다시 피아노 앞으로 돌아가 그 페이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악보가 모사본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눈치 챘다. 펜 끝의 흔적 때문이 아니라 더 강하고 제대로 기록된 음표들이나 조금씩 비뚤거리는 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듯한 8분 음표, 거기에 기록된 음표들은 쇼팽 자신이 직접 적은 것이 틀림없었다. 피아노 보면대에 기대어 고통을 참으며 적어 내려간 것이다. 양 팔을 뻗어 한 쪽 손엔 머리를 기대고 한 쪽 손은 건반에 두어 화음을 찾아가며 아르페지오와 음표를 기록하다 처음에는 왼손으로, 그 다음엔 오른손으로, 그리고선 양손으로. 그리고 그렇게 두 손으로 연주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의 악절을 정정해가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마구 휘갈기며 지운 곳들도 있는가 하면 종이의 가장자리에 덧붙인 것도, 바꾸어 쓴 곳도 몇 군데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전쟁이 끝난 뒤의 흔적과도 같아 그 엄청난 악보 중 한 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렸을 적 내가 좋아해 자주 치던 악보와는 전혀 달랐다. 그렇다고 나이를 먹고서 손에 들었던 천편일률적으로 기록된 음표들이 나란히 인쇄되어 있는 악보 같은 것도 아니었다. 음표가 많든 적든 나에게는 악보가 세상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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