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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6869184
· 쪽수 : 396쪽
· 출판일 : 2012-06-2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배려 없는 행위
2. 그가 싫은 이유
3. 약속의 진실
에피소드 1. 첫 경험
4. 지린내 나는 팬티 같은
5. 질투가 아니다
6. 그들의 손끝
7. 담배
8. 시내의 사정
9. 비슷하지만 다른 꿈
10. 어른이 된다는 건
11. 처음이라서
12. 마지막 선물
에피소드 2. 처음 느낀 죄책감
13. 나쁜 놈이 되어줄게
14. 성장통(成長痛)
15. 재회
16. 오늘의 의미
17. 다시 첫 경험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선, 강현이가 왜 싫은지 진지하게 곱씹어보자. 이걸 꼭 해야 해. 그래야지 네가 힘들어지지 않아. 잔인하게 굴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양심에 가책을 안 받아.”
연지는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이유는 많았지만 그 이유라는 게 다 민망한 이유라서 선뜻 풀어놓기가 꺼려졌다. 내막을 다 알고 있는 친구 시내라고 할지라도 쑥스러운 건 쑥스러운 거였다.
그래서 한참을 혀끝에서 우물거리다가 차근차근 풀어내기 시작했다.
“힘이 너무 세.”
“힘?”
“응. 가슴 만질 때 아파. 아픈데도 집요하게 만져. 왜, 거기 있잖아. 젖꼭지.”
연지는 기왕 말하기 시작한 거 아주 리얼하게 솔직해지자고 마음먹었다.
시내는 연지의 솔직함을 알았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거론하자 순간 당황해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눈알만 정처 없이 휙휙 굴렸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다시 연지에게 고정시키고 연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따금 지나치게 솔직해지는 연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렇구나. 그리고?”
“무식하게 손이 크고, 무식하게 다리도 굵어. 허벅지가 내 허리만 해. 그런데 그 굵은 걸 아무렇지 않게 내 몸에 척척 올릴 때면 죽을 것 같아. 숨을 못 쉬겠어.”
“또?”
“발도 엄청 커. 걘 모든 게 비정상적으로 큰 것 같아.”
“커서 싫다는 거야? 처음에는 커서 듬직하다며?”
“그때는 친구 사이였으니까 날 건드리지 않았잖아. 근데 사귀고 나서부터는 툭하면 만지려고 하잖아.”
“모든 남자들이 그래.”
진지하게 들어주면서도 시내가 냉정하게 대꾸하자, 그런 시내가 연지는 조금 야속했다.
“만약 세상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면, 난 남자를 안 사귈 거야.”
연지가 팩 토라져 대꾸했다.
“또 다른 이유는?”
“털이 엄청 많아.”
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시내는 당황스러웠다. 정말이지 황당한 이유였다.
시내가 황당해서 김빠지는 헛숨을 쏟아내자 연지가 발끈해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정말이야. 털이 엄청 많아서 징그럽단 말이야! 네가 안 봐서 그래. 곱슬곱슬한 털이 빼곡히 있는데 벌레 같아. 바퀴벌레보다 더 징그러워. 배꼽부터 허벅지까지 털이 이어져 있어. 다리털도 많고 겨드랑이 털도 많아. 수염도 매일 깎아줘야 할 정도로 빨리 자리고.”
생각만 해도 징그러운지 그녀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시내도 같이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하고많은 이유 중에 털이라니! 역시 연지는 아직 애다. 21살 성인이지만 신체만 성인일 뿐 정신은 성인이 아닌 소녀. 남자의 신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춘기 소녀에서 머물러 있음이 분명했다.
“연지야, 모든 남자들이 다 그래. 강현이만 유독 털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남자가 다 있어. 물론 개개인의 차이로 털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털이 몇 배로 많아.”
“하지만 강현이는 심하게 많아서…….”
“아니, 강현이는 지극히 정상이야.”
시내가 강경하게 못을 박자 잠시 고민하던 연지가 입술을 우물거리며 조그맣게 말했다.
“사실은 아래에 있는…….”
시내는 본의 아니게 상상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