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895725
· 쪽수 : 484쪽
책 소개
목차
코
비취도
바람
곰의 나라
마술사의 노래
비 맞는 여인
경매
이웃
모래와 모래 사이
새
향
유기농의 사랑
늘 보는 그 사람
영원한 방
회오리
돌을 나르는 사람
악어
숲
우산
금욕
마법의 의자
역에서
분서
이불
가지 자르기
사랑의 힘
제품의 효용
지혜의 문
불륜
벌레
사라의 문
어느 턱시도 사나이를 위한 발라드
담배의 해독
새벽의 사람
마그리트 풍경
비
환상지
뻐꾹아씨, 뻐꾹귀신
신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결혼할 무렵에는 저들끼리 죽네사네 하던 사이다. 그 틈에 끼어 심심치 않게 얻어먹은 복지리니 파스타니 스테이크 따위를 곰곰 생각하고 본즉, 값보다는 그 향기가 더 짙다. 이럴 수가 없다 싶어 며칠 뒤에 나는 K에게 이메일로 일필을 초했다.
-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살고’라는 아리아가 있잖아. 누가 그 아리아를 부르든 그네를 타면 그것을 흔드는 것은 노래요 그것을 멈추는 것은 사랑일세.
- 낙타가 한 마리가 있다고 치세. 앞 등에 튀어나온 혹이 노래라면 뒷등에 붙은 혹은 역시 사랑일세.
- 정밀한 눈금의 자가 한 개 놓여 있네. 처음 눈금이 노래라면 끝의 눈금은 어쩔 수 없이 또 사랑일세.
더 무엇을 설명하리. 재고하소.
대충 이런 내용의 편지였는데, 한 주일이 더 지나 K에게 서 온 답장은 과연 요령부득의 것이었다.
“도대체 뭘 확인하겠다는 거야?”
드디어 화가 치밀어 올라 나는 그녀를 닦아세우기 시작했다.
“떠나고 난 뒤에도 모두들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상상했다면 그건 오산이야. 한 번 어긋나면 그만야 이놈의 서울이란 데는. 아니 이놈의 세상이란 데는……. 더구나 사내놈들을 그런 식으루 유장하게 봐서는 안 돼. 믿어서두 안 되구. 설령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타나 봐. 모두 그때뿐이지. 스치고 나면 곧 잊어버린단 말야. 몇 시간을 줄창 한 여자만 생각하고 있을 수 있는 놈팽이가 있다면 내 당장 절을 올리지.”
그녀는 화가 난 듯한 단호한 눈빛으로 빤히 나를 올려다보고 있더니 결심한 듯이 이윽고 이를 악물었다.
“그래요 우리 한 군데만 더 가요.”
응축된 사지의 긴장을 풀어 버리기 위해 오랜만에 도장엘 들렀다.
모두들 반가워해 주었다.
나보다 한 수 높은 녀석을 2단 옆차기로 보기 좋게 메다꽂았다.
"좋긴 한데…… 어쩐지 난해. 어디 나하고 한번 겨뤄 볼까?" 라고 도수님이 말했다.
그가 자세를 잡으려고 돌아서기 직전에 나는 몸을 솟구쳐 공중을 날아 벽공치기로 늙은 도수의 목을 걷어차 버렸다.
시멘트 벽에 부서져라 머리통을 들이받고 나가떨어져 뒹구는 도수님에게 달려가 나는 그 어깨를 부축했다.
도수님은 실신한 듯이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로써 이 도장도 끝장이다. 만약 다시 여길 오면 늙은 도수님의 주먹치기와 돌려차기에 내 어개와 등뼈는 남아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