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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94391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Hola! mi amor, mi vida Cuba!
#_001 쿠바를 만나다
나는 마딴사스 사람입니다
플람보얀
추억을 파는 이들
우물 안 쿠바노
레이네리오와 파트리시아
기억을 지우는 중
딸 바보
대부
세상이 참 좁다
남편 계몽 운동
이발사 빅토르
공기총 사격연습장
친구, ‘나의 나’
#_002 가까이 다가가다
쿠바 원근법
선인장
이방인
있는 듯 없는 듯
자전거 타는 전도사님
보떼야
스쿠터 사고
비닐봉투
쿠바의 한인들
선택의 은총
아바나의 예수 그리스도
깨끗한 소비
사순절에 부는 바람
#_003 어느덧 닮아가다
쿠바 먹거리
오렌지 알레르기
베니체 할아버지
오징어 배급
라면과 개미
망고
Parace 김치
딸기는 제발!
사재기
몬떼 목사님
견물생심
풍요로움에 대하여
체 게바라
#_004 쿠바를 기도하다
쿠바는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inventar 그리고 FE
가정의 붕괴
쿠바의 무속신앙
작업의 달인
관따나메라
누구를 닮았나?
대왕 야자나무
상처
‘염려하다’
Ultimo?
신발
쿠바의 새해맞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모두 추억입니다. 조금 불편했던 것들도 익숙해지면 별것 아닌 것들이 됩니다. 쿠바에서 우리의 삶이 그랬습니다. 멀리서만 아름다운 것 같던 쿠바는 가까이 보니 향기가 있는 삶이었습니다. 볼품없던 야채들은 비료와 농약 없이 농사를 지어 오히려 건강한 향기가 가득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편하게 살면서 건강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살뜰히 서로를 챙기는 쿠바 사람들의 삶이 향기 나는 삶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멀리서만 바라보았으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이 가까운 곳에 있음을 쿠바에서 배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멀고 가까운 것을 한 화폭에 조화롭게 담아내는, 쿠바 원근법입니다. 아름다운 원근법입니다.
가끔은 누군가가 나를 좀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쿠바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교회가 알아주면 좋겠다, 하나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손가락이 베이고 나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며칠 전 난(蘭)을 옮겨 심었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난이 아니라 나무 둥치에 기생하는 종류의 난입니다. 보라색 꽃이 피는데 여간 예쁜 게 아닙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학교 정원사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고는 어떻게 옮겨 심는지 유심히 보았습니다. 먼저 나무 등껍질을 벗겨내고 한 움큼 상처를 냅니다. 그리고 난의 뿌리 부분이 닿도록 붙이고는 단단히 묶어줍니다. 며칠 지나면 상처가 아물고 그 자리에 예쁜 난이 자라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상처가 생명을 자리매김하게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새살이 돋는 자리, 그 힘은 상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