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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957423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제 1장 잔영
비사유록
소벌 기슭
신전의 파문
아기 궁녀
제 2장 만남
벌판에서
볼모
서라벌 하늘 아래
제 3장 죽어도 죽지 않는 목숨
미안하다, 송이야
체념
토설
작별
기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가슴 벅찬 일, 비사벌 육백 년 역사를 담은 비사유록比斯遺錄을 적는 일을 도왔던 존재가 나였다. 그런데 지금 내 육신은 날마다 살아 있는 것이 모욕임을 일깨워 주는 이곳 신전에서 목숨을 이어 가고 있다. 어쩌다 내 인생은 이렇게까지 영락했을까. 언제나 그렇듯 마음은 지난 세월을 더듬어 간다.
- 신녀「비사유록」에서
우리 동네, 소벌 기슭에는 밤마다 춤판이 벌어졌다. 소벌 물결 위에는 별이 번지고 별똥별이 흐르고 반딧불이가 춤을 추었다. 밤을 밝히는 빛은 낮으로 이어졌다. 금빛 햇살이 온종일 내려앉아서 그 넓은 소벌이 온통 반짝이는 햇살 밭처럼 보였다. 새까만 몸에 노란 끝동이 달린 붉은 부리를 한 쇠물닭 한 마리가 후드득 날아오르면 놀란 물결이 재잘거리며 퍼져 갔다. 별처럼 샛노란 노랑어리연꽃이 가득 핀 기슭까지.
- 송이「소벌 기슭」에서
가야라는 존재를 모두 쓸어버린 것을 기념하는 연회는 은성하기 그지없었다. 궁궐 큰 마당에서 무희는 춤추고 광대는 재주넘고 화랑도들은 검술을 뽐냈다. 매화를 넣어 내린 향기로운 청주를 푸른 유리병에 담아 흰 유리잔에 넘치게 붓고 또 부었다.
문득 몇 해 전에 내 집을 향해 목을 매단 소비가 생각났다. 그 사람도 지금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제 아비가 죽은 것을 기념하는 잔치에 끌려 나왔던 백제 여인과 가야가 멸망한 것을 축하하는 연회에 나와 있는 내가 다를 것이 무엇인가.
- 무력지「미안하다, 송이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