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어요

시인의 말

1부 식탁이 그립다
아침에
조용한 조개
저녁의 대화
왕현이
꽝
식탁이 그립다
여기 있어요
빗금 안에서
링
달밤, 유월
접시꽃만한
빈 몸
달래마늘
산사나무의 추억
허방에서
솔방울 구르듯
세상은 나팔꽃처럼

2부 잠 안 오는 별 하나
잠 안 오는 별 하나
비의 손가락에
피리새가 산다
방동산씨
빗자루풀을 만낟
꽃 피는 나무
산수유가 들은 말
순두부 같은 날들
딩동
길의 끝에
비린 물고기처럼
아이다호를 타고
꽃 지는 나무 옆에
모든 자서전에는 誤字가 있다
추억으로부터 전화가 오다

3부 없는 김은자
가을 물고기
붉은 여귀꽃
페티코트처럼 얼굴에
찬비를 입고
비가 올 때 먹는
된장국 위에 뜬
어느 천국 장의사의
흰 종이국화처럼
난초촉 같은 눈을
하늘길 새종치
없는 김은자
시험문제를 받쳐 들고
無爲寺 부근
미당문학관
강원도 눈
사랑의 리퀘스트
아우라지 족두리꽃
삼국유사

4부 봄날은 간다
끄응,
1,100원으로
봄날은 간다
앵두꽃 꽃자리
폐허
그 여름의 미라
그 여름의 시인학교
그 여름의 잠자리꽃
그 여름의 게릴라
신기루 선술집에서 보내는 초대장
이 나라 가을의
떡잎 두 장
탱클탱클 선탠하는
구늠무늬 피어오르는
먼 데 종줄을
길들은 밖에서
떠난 자리
자두나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