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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고백 1

눈부신 고백 1

수련 (지은이)
  |  
로담
2011-12-28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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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고백 1

책 정보

· 제목 : 눈부신 고백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166
· 쪽수 : 380쪽

책 소개

수련의 로맨스 소설. 열등감이라고 정의해놓는 것으로 짝사랑마저도 인정하기 두렵던 감정. 그래서 심장이 터져버린다 해도 묻어야만 하는 감정. 언젠가는 웅덩이를 만나 고여 썩게 될 마음인 줄로 알았기에, 폭우를 만나 범람하면 범람하는 대로 인내했다. 하지만 차라리 보지 않으면 범람도 가뭄도 없었을 것을. 언제나 자신을 향한 무감각한 눈동자에 완벽한 타인 같은 그가 아팠다. 하지만….

저자소개

수련 (지은이)    정보 더보기
깨으른여자들 작가연합 상주. 출간작-[트롤의 연인] [숨꽃] [꽃이 되어 나빌레라] [이방인의 초대] [너에게 닿기를 (이방인의 초대 외전)] [경성 블루스] [하얀 그림자] [하얀 그림자 (외전)] [로맨틱 나인틴] [당신은 어디에] [명림현] [러브서치] [사향장미] [비밀의 시간] [썸타임 아프리카] 출간 예정작- [홀릭] [초원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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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핸들을 쥔 채로 준영을 얼마간 지켜봤는지 태경은 시간을 재지 않았다. 그가 이태원동 준영의 빌라 근처에 도착한 것은 그녀가 막 택시에서 내리던 때였다. 준영을 닮은 초록색 우산이 펼쳐지고 우산 아래로 가느다란 몸을 움츠려 세우는 모습부터 지켜보기 시작했다.
주소지 근처에 차를 세우고 막 내리려던 찰나에 눈에 든 준영이었다. 제 집 앞을 지키고 있는 친부의 모습에 발길을 돌렸다가, 멈추었다가. 그러다 다시 우산 아래 오도카니 서 있다가 또 발길을 돌렸다가 우뚝 멈추어 서버리는 모습까지. 태경은 준영의 혼란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손목을 잡아채 제 차에 태워버리고 싶었지만, 혹여나 준영이 당황해 할까 싶어 기다리는 중이었다. 피해 다니기만 했던 자신을 집 앞에서 맞닥트리는 것도, 또 집 앞을 지키는 친부와 제가 맞닥트리는 상황도 그녀가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짐작이 갔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빗속에 저렇게 준영을 세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꾸만 관자놀이를 짚으며 젖은 벽에 기대서는 모습에 태경은 차에서 내리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몰랐다.
다시 몇 분이 지났을까? 준영이 제 집 반대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걷는 순간 태경은 시동을 걸었다. 천천히 10미터쯤 차를 몰아서 걷는 준영의 옆으로 세웠다. 그러나 태경의 차를 본 적 없는 준영은 생각에 빠진 채로 제 옆에 서는 짙은 고동색 RV차량을 의식하지 못하고 발아래만 내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우산 없이 운전석에서 서둘러 내린 태경이 준영 앞을 살며시 가로막아 섰다.
제 발만 쳐다보며 걷던 준영은 툭 갑작스레 가로막아 선 단정한 흰색 가죽 스니커즈에 이내 굳어져버렸다.
“타. 옷 다 젖었어.”
언제나 동틀 녘 그 보랏빛 여명을 상기시키던 그 낮은 목소리. 준영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태경은 준영의 우산을 가로채어 제 손으로 받쳐주며 곁에 세운 차의 조수석 문을 열고 있었다. 그리고는 준영이 미처 무슨 말인가를 대꾸할 틈도 없이 그녀를 조수석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준영을 태운 채 차가 막히지 않아 계동 집에 도착한 시간은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준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옥촌 깊은 골목길 안쪽 고즈넉한 나무대문 앞에 놀란 눈으로 서 있었다. 태경이 나무문 가운데 숨은 도어락을 풀고 대문을 밀어 준영을 먼저 들여보냈다.
작지만 단정하고 깨끗하고 아늑한 집. 주방과 한공간인 서재 겸 거실 가운데 준영은 오도카니 서 있었다.
태경이 깨끗한 타월을 가져와 준영의 젖은 머리 위에 얌전하게 얹어줬다.
“태경아.”
주방과 거실을 구분 짓는 식탁 안쪽으로 돌아가 우유를 데우는 태경을 준영이 불렀다. 마당을 향해 반쯤 열린 커다란 전통창호로 향긋한 흙내와 알싸한 마사토 냄새가 풍겨왔다.
“이 주 만이네.”
적당히 덥힌 우유를 준영의 손에 들려준 태경이 식탁에 기대어 서며 저를 불러놓고는 말이 없던 그녀를 향해 입술을 떼었다.
솔직히 이젠 알아들을 듯 말 듯 조심스런 접근은 그만이라는 결심이었다. 제 감정에 정직하게 부딪치기로 마음먹은 이상 에둘러가는 말로 더는 준영을 혼란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설사 나중에 상처만 남는다고 해도 나 안 물러나. 그러니까 이제 다람쥐처럼 피해 다니는 건 그만해, 준영아.”
준영이 입술을 깨물며 두 손으로 감싸 쥔 따뜻한 우유 컵에서 시선을 들어, 늘 꾹꾹 잘도 감정을 눌러 담는 그 눈동자에 눈물마저 꾹꾹 눌러 담은 채로 태경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봤다. 하지만 태경은 그 물기 어린 원망에 물러서지 않았다. 어떻게든 설득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물러날 수가 없었다.
“절박해. 말 그대로.”
“뭐?”
“절박해서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너한테 6개월만 내 여자 돼 달라고 한 거.”
태경의 절박하다는 소리에 준영은 우려하고 우려했던 말이 입속을 맴돌았다. 어떻게든 그 말을 삼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녀는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석태경이 나 같은 애한테 뭐가 절박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돼. 항상 너를 올려다보는 건 나였어. 네가 가진 많은 것들이 그저 다 부럽기만 했다고. 그런데 그런 나한테 절박하다니. 아니 네가 말하는 절박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조차 헷갈린다, 지금은.”
“모르는 게 아니고 모르는 척하고 싶은 거겠지. 아냐?”
“몰라. 모르겠어.”
“모른다는 대답은 회피지.”
“…….”
“준영아.”
또 저렇게 다정하게. 식탁에 기대어 섰던 몸을 떼어 두어 발자국 떨어져 있던 준영에게로 태경이 다가왔다.
“네가 걱정하는 거 어떤 건지 알아.”
그래, 알았다. 준영의 마음을 전부 알지는 못해도, 적어도 준영이 태경 제가 가진 직업 때문에 나중에 그가 지저분한 구설수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겁먹고 있다는 것을 태경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제 맘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준영을 태경은 붙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건 만약이야.”
반드시 만약으로 만들어야 할 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우기고 달래서 억지로 제 곁에 두었던 준영을 위해서 꼭 그렇게 만들어야 할 일. 준영을 설득시키기 위한 ‘그건 만약’이라는 말은 태경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그 만약이 겁나서 멍추 밥통처럼 기회를 잃은 순 없어.”
절박하고 간절한 얘기지만 석태경 식의 차분하고 담담한 말투들.
준영은 결국 눈이 아프도록 참고 있던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아프도록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외로 틀어 작은 마당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럴게. 그러자.’ 하고 목구멍에 달라붙어 나오려는 말들을 어찌해야 할지. 태경의 말처럼 그 ‘만약’ 이라는 단서 때문에 시한부 6개월조차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억울할지. 하지만 시한부는 너무 슬픈데. 지금도 함께 묻혀계신 엄마와 의부를 생각하면 6개월도 과분한 시간들인데 그렇기에 태경이 시한부를 제시했다는 것도 이제 알겠는데. 무작정 이기적이고 싶은데.
그런데도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준영은 외로 튼 시선을 마당에 고정시킨 채, 약간의 시간을 두고 억눌린 한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횡설수설하던 머릿속을 정리해 첫마디부터 갈라진 목소리를 끌어냈다.
“하나만 물을게.”
시선은 여전히 외로 틀은 채였다. 묻는다고 해놓고는 태경의 얼굴을 외면하는 것은 그의 대답에, 그간 벅차올랐던 가슴이 무너져 내릴까봐 겁이 나서였다.
“척하자는 거는 아니지?"
자박자박 곱게 내리는 빗줄기가 마당을 덮은 옅은 회색빛 마사토에 스며드는 소리만 온 집 안에 가득했다.
마당을 향한 준영의 눈동자가 아스라이 잦아들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때에도, 혹은 두 눈을 마주할 때에도 어째서 그녀의 눈동자에 숨통이 막힐 것 같았는지 태경은 지금에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까마득히 먼 곳을 향한 눈동자. 옅은 금빛이 도는 다갈색 눈동자는 늘 태경이 헤아릴 수 없도록 훨씬 더 먼 곳, 먼 시간을 향해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아스라이 사라져버릴 것처럼. 그래서 꽉 붙잡고 절대 놓아서는 안 될 것처럼 절박하게 호박색 눈동자는 늘 그렇게 아스라했다.
“내가 석태경 여자인 척 해야 하는 게, 그게 절박하다는 뜻 아닌 거지?”
준영이 외로 틀었던 시선을 돌려 간절한 바람과 열망이 묻은 눈으로 태경을 올려다봤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우물마루. 그 위에 보풀보풀 털이 고운 면 러그를 디딘 연분홍빛 작은 발가락은 초조함을 견디지 못해 연방 움츠러들고 있었다.
“그런 것이 아니면, 그러자. 그럴게. 그렇게 하자.”
답을 기다는 불과 몇 초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진 준영은 목구멍까지 차올라 간질거리던 말을 결국 해버렸다. 그리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지긋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태경의 눈동자를 헤집었다. 그러나 제 용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는 태경 때문에 준영의 눈동자에는 금세 두려운 빛이 서렸다.
“준영아.”
창백하게 바래가는 호박색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태경이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
“응?”
“척하는 거 아니고, 너랑 나랑 여자 대 남자로야. 알지?”
준영이 당연히 알고 있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태경은 확인을 했다. 남자 대 여자,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만 했던 의붓남매도 아니고, 서먹하고 부담스러웠던 재혼가정의 일원이 아닌, 남자 대 여자의 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준영의 뺨에 열이 오른 듯 홍조가 올랐다. 콧잔등 위로 희미하게 오른 주근깨 몇 개가 앙증맞게 도드라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눈은 결코 내려다보는 태경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알아. 남자 대 여자, 네가 원하는 관계가 그거라는 거.”
명료하고 맑은 준영의 대답에 태경은 ‘너는?’이라는 되물음은 돌리지 않았다. 준영에게 그녀 역시 남자 대 여자, 오롯이 그 관계만을 원한다는 대답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만 그것은 이기적인 제 욕심이니까.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태경은 가슴이 벅차고 동시에 아릿했다.
여전히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있는 식어버린 우유 컵을 태경이 준영의 손에서 살며시 빼내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준영의 젖은 정수리를 덮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수건 덮은 머리를 품에 안았다.
일순, 놀란 준영이 바스락거렸지만 태경은 준영의 정수리에 깊숙이 턱을 묻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남자대 여자. 지금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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