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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여름의 끝

이기린 (지은이)
  |  
로담
2012-03-09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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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책 정보

· 제목 : 여름의 끝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265
· 쪽수 : 380쪽

책 소개

이기린의 로맨스 소설. 선을 보러 나간 자리, 완전히 된장녀 취급을 받으며 거절당했다. 그것도 바보처럼 제대로 말대꾸 한마디 못하고. 그는 본인에게 하자가 있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하자? 엄청난 재벌가의 도련님. 거기에 역시나 괜찮은 외모. 국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 역시 보통사람이 쉽게 쥘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얄미운 남자, 서지호. 보조개가 폭 파이도록 웃는 그 얄미운 얼굴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저자소개

이기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선인장을 껴안다를 데뷔작으로 이후 폭풍처럼가라, 이지원 납치사건, 열락의정원, 야수가 나타났다, 나의너, 달콤한 것들을 출간했습니다.
펼치기

책속에서

서킷을 가르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키가 큰 남자를 봤을 때의 감상은 사진을 찍어두면 그림 좀 되겠다, 정도였다. 햇볕에 그을린 갈색 피부에 긴 팔다리가 에너지를 보란 듯이 발산하고 있었다.
레이서스라는 레이싱 팀의 치프 미케닉(정비사) 박찬영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서인의 시선이 저절로 그에게로 쏠렸다. 그 역시 사내들만 우글거리는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있는 그녀에게 잠깐 동안 눈길을 주었지만, 그대로 스쳐 로커로 걸어갔다.
그가 얼룩진 티셔츠를 훌렁 벗어던지자 근육으로 꽉 짜인 상체가 드러났다. 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넓은 어깨에 유난히 긴 팔이 무척 힘차 보였다. 그의 지나치게 스스럼없는 행동에 깜짝 놀라 서인은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지호야, 이리 좀 잠깐 와봐. 내가 어제 잡지사에서 르포라이터 올 거라고 얘기했었지? 당분간 우리 팀을 취재하실 거래.”
찬영의 부름에 그는 머리 위로 흰 티셔츠를 뒤집어쓰며 다가왔다.
“서지호입니다.”
서인은 그가 손을 내미는 것을 잠시 멀뚱하니 쳐다보았다. 잠깐 뭔가가 거슬렸는데, 그게 뭔지 명확하지 않아 서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지호라는 이름의 남자.
그가 슈퍼프리(그 해의 챔피언들만 모아 치르는 시합) 국제자동차대회에서 3위를 했다는 정도의 가벼운 정보는 물론 알고 왔다. 요즘은 연예인들도 간혹 터프한 취미로 레이싱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문적인 레이서로 이만한 인기를 가진 사람은 국내에 없었다.
여자 팬이 유독 많은 건 실력보다는 분명 이 남자의 외모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모델이 어울리겠다 싶을 만큼 끝내주는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었다. 잡지마다 한두 장씩 꼭 들어 있는 섹시하면서도 터프한 느낌의 청바지 광고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거기다 조용하게 울리는 그 목소리까지도 너무나 끝내줬다.
“아, 아 네. 안녕하세요. 이서인입니다.”
그는 서인이 자신을 멀거니 쳐다보는 동안, 먼지가 묻은 손이 신경 쓰였는지 청바지 앞부분에 쓱쓱 문지른 다음 그녀 에게 다시 내밀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서인도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어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마주잡은 그의 손은 그녀의 손이 모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컸지만, 손가락이 길어 투박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레이싱에 대해서는 좀 아십니까?”
“아뇨, 전혀.”
“그런데 레이싱에 관한 르포를 쓰시겠다구요?”
“모르니까 지금부터 알아보려는 거죠.”
“소설을 쓰는 건 곤란한데. 기자의 출입이 마냥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쪽이요?”
그가 글쎄, 하는 느낌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처음 그를 마주한 순간부터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사람을 만나고 취재하는 것이 직업인만큼 사람을 앞에 두고 이정도로 긴장을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F1(배기량 2400cc급)이나 F3(배기량 2000cc급)의 시합은 먼 나라 얘기였을 뿐이죠. 레이싱 전문잡지가 출간됐다가 6개월도 못돼서 폐간했을 만큼 관심 있었던 사람들은 역시 극소수였구요. 물론 코리아 그랑프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소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와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저히 초보의 눈으로 레이싱의 흥미요소를 찾아볼 생각이에요.”
“아아.”
그가 씩 웃자 한 쪽 뺨에 깊게 보조개가 파였다.
‘어!’
그의 웃는 얼굴을 본 순간 서인은 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꾹꾹 눌렀다. 흐릿했던 기억이 한꺼번에 떠오른 때문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덜컥거려 제멋대로 자리를 이탈했다.
“어쨌든 당분간은 얼굴 자주 보겠네. 잘해봅시다.”
그래, 이 웃는 얼굴은 분명 그 남자 서지호다. 2년 전에 전화로 그녀를 흉악하게 걷어찼던 그 남자 말이다!
그 순간, 애써 담담한 척 하고 있었지만 뜨끈한 충격에 그녀의 마음속은 달달 떨리고 있었다. 회사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하고 사진을 몇 장 추려보는 동안에도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두 사람은 정식으로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사이였으니까. 그러나 이 느긋한 목소리, 큰 키, 나른한 분위기. 거기에 뺨에 부드럽게 파인 볼우물까지. 그 남자가 분명했다.
‘맙소사!’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이대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이라면 그의 표정 어디에도 그녀를 알아보는 기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때린 놈은 기억을 못해도 맞은 놈은 한을 품는다는 바로 그런 걸까? 다 잊고 살았는데 새삼 그때의 기분이 떠올라 기분만 왕창 나빠졌다. 그날 아무리 그녀가 좀 늦었다고는 해도 예의를 말아먹은 것처럼 못되게 군 건 분명 그쪽이었다.
‘차라리 왜 늦었냐고 화를 내는 게 낫지. 사람을 무슨 재벌 2세 한번 낚아보자고 안달을 하는 된장녀 취급이나 하면서 말이야.’
차갑게 면박을 주는 그에게 한마디 반박도 못하고 옹알이를 하듯이 웅얼웅얼하다 끝난 게 두고두고 생각나, 도대체 어떤 잘난 놈이기에 그러나 무척 궁금하기는 했었다.
‘이런 놈이었군.’
서인은 몰래 이를 바득 갈았다.
서지호는 전체적으로 남자답고 터프한 스타일로 보였지만, 눈빛만은 묘하게 차분한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이 이중적이라는 거다.
괜히 배배꼬인 기분에 서인은 찬영과 얘기중인 지호를 가재미눈을 하고 몰래 째려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2년 전 그날 일이 어제 일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지호는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생각에 깊이 빠져있던 서인은 갑자기 다가온 그의 얼굴에 깜짝 놀라 얼른 머리를 뒤로 젖혔다.
“아뇨, 괜찮은데요.”
“서인 씨, 열사병 아니에요? 여기 오는 길이 좀 뙤약볕이어야지. 택시를 잘못 내려서 한참 걸어오셨대.”
찬영의 말에 다시 지호가 물었다.
“기자가 자기 차도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까?”
“기자는 꼭 자기 차가 있어야 되나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말이 뾰족하게 나갔다. 그가 살짝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기동력이 우선 아닌가?”
“아직까지 큰 불편함 없이 취재는 잘 다녔습니다. 서울 쪽은 지하철이 자가용보다 빠르거든요.”
“일단 이쪽으로 좀 앉으세요.”
찬영이 얼른 그녀에게 플라스틱 의자를 내밀었다. 지호는 간이탁자 옆에 있는 소형냉장고에서 음료수 캔을 꺼내 그녀 앞에 놓아주었다.
“마셔요.”
사근사근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디를 보나 평균을 웃도는 싹싹함이다. 지금의 모습만 봐서는 도무지 2년 전의 가시 돋친 말투를 매치시키기 힘들 정도였다.
제대로 된 물건을 잡으라고 했다. 본인에게 하자가 있다고 말이다. 도대체 어디에 하자가 있다는 건가?
엄청난 재벌가의 도련님. 거기에 역시나 괜찮은 외모. 국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 역시 보통사람이 쉽게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쁜 인간. 완전 가식덩어리네.’
서인은 속으로 계속해서 구시렁거렸다. 그때는 그녀를 거절하려고 그런 식으로 자리를 무마시킨 게 분명했다.
‘내 쪽에서도 재벌 집 며느리 자리 같은 거, 눈곱만큼도 탐나지 않거든요. 그쪽도 어지간히 내가 싫은 모양이지만, 나도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온 거라고요. 피차일반인데 말씀이 너무 일방적이신 것 아닌가요?’
그렇게 딱 한마디만 제대로 해주었던들, 지금까지 이렇게 찝찝함이 남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동안은 자다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드릴 정도로 창피하고 분한 기억이 있다. 그녀를 그렇게 찌질하고 소심함의 표본으로 만들었던 그 남자가 지금 바로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뭘 어떻게 할 도리도 없다. 그는 어차피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하니까. 게다가 그녀는 이 취재를 해야만 했다. 이렇게 허둥지둥 바보처럼 굴어봐야 그녀만 손해인 거다.
‘그래, 일만 생각하고 빨리 끝내자. 그러고 나서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거야.’
서인은 그렇게 다짐하며 차가운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읍 프. 콜록, 콜록.”
“괜찮으세요?”
차디찬 탄산음료를 너무 갑자기 한꺼번에 들이부은 탓에 코가 찡하며 기침이 쏟아졌다. 옆에서 찬영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서인은 숙인 머리 위로 손만 휘휘 저으며 한참동안 기침을 쏟아냈다. 그 순간에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탁자에 걸터앉아 있는 서지호가 무지무지하게 신경 쓰였다.
“괜, 괜찮아요. 당분간 제가 조금 귀찮게 할지도 모르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귀찮다니요. 보시면 알겠지만, 여긴 죄다 기름에 찌든 시커먼 사내놈들뿐이라서요. 서인 씨야말로 많이 불편하실 건데.”
키가 족히 190은 넘어 보이는 찬영은 햇볕에 까맣게 타서 마치 커다란 흑곰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밑에 깔린 간이 의자가 삐걱대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위태하고 우스꽝스럽게까지 느껴졌다. 덩치는 크지만 웃음기 어린 새카만 얼굴에서는 악의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온 얼굴과 몸으로 서인에 대한 호의를 뿜어내고 있었다.
“저야 일인데요. 신경 쓰지 마세요.”
“하하, 이왕 우리 일 쓰는 거, 재미있게 써주세요. 보고 경기할 때 사람들이 많이 오게요. 관중석이 꽉 차야 우리도 힘이 나거든요.”
지호는 자신들의 틈바구니로 끼어든 여기자에게 영 흥미가 없다는 듯, 이내 다른 쪽으로 가버렸다. 찬영의 말을 녹취하고 미케닉 팀의 모든 팀원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내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화장실을 들렀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반대쪽으로 입구가 뚫려 있는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서지호가 보였다. 서인은 반사적으로 얼른 벽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대걸레를 화장실 손잡이와 바닥의 홈에 끼워 남자화장실의 문을 열지 못하도록 고정시켜버렸다. 다분히 충동적인 짓이었다.
“킥.”
저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튀어나오자 그녀는 들릴세라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도대체 왜 이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을 했는지 스스로도 한심했지만, 그가 잠깐이나마 곤란해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속은 시원했다.
찰칵.
안에서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의 당황한 얼굴을 상상하며 서인은 슬금슬금 몇 발쯤 뒷걸음을 치다가 전속력으로 뛰어서 그곳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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