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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고민

어른의 고민

태류 (지은이)
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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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고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어른의 고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975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3-10-28

책 소개

태류의 로맨스 소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이 있다면 절대로 이 남자는 사랑하지 않겠어." 눈을 뜨니 삼년 전. 그런데 시간을 거스른 것보다 더 놀랄 일이 생겨버렸다.

저자소개

태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오랜 자취생활로 인해 MSG마왕이 되어버린 가난한 글쟁이. 한때는 사랑이 들어간 장르라면 만화에서 야동까지 모두 좋아하던 열혈로맨스중독자였으나, 언제부턴가 건어물이 되더니 결국 오랜 휴식기를 가져버린 게으름뱅이. 현재는 오랜만에 내는 새 작품으로 인해 소심작렬. 새가슴 다독이며 마인드 컨트롤 중. 출간작 양양의 사생활엔 놈이 있다. 할리퀸은 죽었다. 배드(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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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갑자기 콧속으로 느껴지는 익숙한 남성용 스킨냄새에 인상을 쓸 찰나, 부드럽고 촉촉한 살덩이가 재인의 입술에 닿았다. 흠칫 놀라 굳어진 그녀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혀로 추정되는 물컹한 것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핥더니 쪼옥 하고 살덩이끼리 부딪치는 노골적인 접촉음을 내고는 떨어졌다.
충격을 받은 재인의 닫힌 눈이 저도 모르게 번쩍 떠졌다.
‘엄마와 재호가 진짜로 돈에 나를 팔았구나!’
재인은 호화스러운 1인실 비용과 비싼 검사비를 지불했음이 분명한 성희롱아저씨 담당 의사를 향해 경악으로 치켜뜬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생각보다 젊게 들리는 목소리에 버터 바른 느끼한 어조를 가진 남자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날카롭게 찢어진 눈을 반달처럼 휘며 웃고 있었다. 이제야 잠자는 공주님이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듯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커헉! 자, 장지환!’
그곳에는 장지환의 얼굴이 있었다. 허허, 내가 헛것을 보았군, 이라고 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처음 보는 웃는 얼굴을 남발하며 아이처럼 기뻐하는 장지환의 탈을 쓴 백치 한 명이 있었다. 물론 의사가운이 아닌 여전히 비싸 보이는 검정슈트 차림이었다.
‘사, 살아 있었네. 다행이다…….’
장지환은 살아 있었다. 그녀 이상으로 멀쩡하게 살아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안도감에 파르르 입술을 떨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체온이 온기로 따스해졌다. 그래, 살아 있었어. 목숨을 건 보람이 있었어…….
‘그런데, 왜 저렇게 웃는 걸까?’
재인은 장지환의 생사를 확인했다는 기쁨을 누리던 것도 잠시, 처음 보는 위화감 돋는 미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짜 꿈에 볼까 두려운 미소였다.
“깼구나. 재인아, 이제 괜찮아?”
살랑살랑 봄바람 불듯 간질거리는 부드러운 어조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 지환 씨. 왜 이래…….
“아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재인이, 너 많이 무리했다. 아버님 때문에 너무 울어서 그래. 이틀 동안 잠도 못 자고 자리를 지켰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쭈쭈, 우리 재인이 많이 힘들었쩌요? 라는 환청이 들리자 재인은 자신이 진짜 미친 게 아닌지 의심이 갔다. 그녀가 알던 장지환의 말투에 비하면 지금 이 말투는 재인이 들은 환청과 다름없이 달달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인이 넌, 아무 걱정할 것 없어. 아버님이 너 이러는 거 아시면 얼마나 힘들어하시겠어. 힘든 건 알지만 조금이라도 내게 기대면 안 될까? 아버님 대신은 될 수 없겠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지지 않을 자신 있다.”
죽여 버릴까? 순간 드는 충동이었다.
겉가죽은 냉혈한 철면피 이기주의자 장지환 주제에, 갑자기 텔레토비 탈이라도 쓴 듯 밑도 끝도 없이 낯간지러운 드라마 대사를 연속적으로 중얼거려, 정신 상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이 괴물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드는 살벌한 충동이었다.
‘나쁜 자식! 생명의 은인 앞에서 저런 연기를 하다니!’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사고를 당해 정신이상자가 된 게 아니라면 저 말투와 백치 미소는 연기라는 소리다. 자신의 가족들을 앞에 두고 태연하게 정신지체 연기를 해치우는 저 남자가 밉다. 이 지경까지 와서도 유재인이란 인격체를 우습게보고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천지가 개벽하지 않고는 그 장지환이 이런 덜떨어진 행동을 할 리가 없지 않나.
‘진짜 죽여 버리고 싶다. 왜 살인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갈 정도야.’
순간, 꽃밭 위의 장지환 왕자는 피가 뚝뚝 흐르는 정육점 가판대 위에 상품용으로 눕혀져 처분만 바라고 있었고, 독사과를 뱉게 하기 위해 수도로 내리치려던 그녀의 손에는 무기가 생겨났다.
눈앞의 남자가 살아 있는 장지환이 아닌 그냥 수컷 포유류로만 보였다. 언제 고기가 될지 모르는.
엄마와 재호의 뒤이은 대사는 그녀의 살인충동에 기름을 부었다.
“흑흑, 그래도 자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애 아빠도 자네가 있어서 편히 눈감을 수 있었을 거야.”
“맞아요. 흐흑, 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형 없었으면 아버지 장례를 어떻게 치렀을지 암담해요.”
“어머님, 남처럼 대해주지 마세요. 재호야, 형이라고 하지 말고 뭐라고 부르라고 했지?”
“그래그래, 장 서방. 자네뿐이야.”
“형, 아니 매형. 매형 때문에 살아요.”
장. 서. 방!
매. 형!
장지환의 탈을 쓴 텔레토비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햇님의 기운을 받아 장엄하게 선언했다.
“그래, 난 재인이 약혼자잖아. 우린 가족이야, 처남.”
그래, 진짜 죽여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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