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동남아시아여행 > 동남아시아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725609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5-06-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그리고 그녀
Round 1 of Pai
#1. 다시 만나 반갑다, 빠이!
#2. 길바닥 인생들의 각본 없는 드라마
#3. 중요한 건 스타일이지
#4. 이색에 투석이 아닌 악수를 건네는
#5. 훗가시가 다르잖아
#6. 하여간 촌스럽긴
#7. 그녀를 구하러 간다
#8.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9. 그녀가…… 아, 그녀가
INTERMISSION of PAI
#10. 만고에 걱정 없는 신선놀음에
#11. 두근, 입맛이 다셔진다
#12. 아따, 인간들 세월 좋구나
#13. 가슴 안에서 늑대의 하울링이 들려왔다
#14. 안아줄 수 있는 그대가 있어
#15. 저런 것도 목숨이라고 사는데
#16. 머리에 꽃을!
#17. 한없는 평화를 꿈꾸었던 어느 불온한 유전자들
#18. 말로는 다 이를 수 없는 사랑을
ROUND 2 of PAI
#19. 웰컴 투 샴발라!
#20. 순결한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21. 옥동도화 만사춘허니
#22. 그야말로 일촉즉발!
#23. 혹시 모든 여자에게 다 그러니?
#24. 두 손 모아 사뿐히 고개 숙이며
#25.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일 터
#26. 이것들아, 오빠가 돌아왔다!
#27. 이 풍진 세상에 빈둥거리기나 하는 딴따라들
#28. 나는 지금 빠이에 살고 있다
에필로그.
비를 기다리며
INFO of PAI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아, 그간 얼마나 애타게 그리워했던가
내 남은 생을 투신하고 싶었던 소읍, 빠이
프롤로그
버들잎 지는 앞 개울에서 소쩍새 울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봤음 직한 그녀, 기다림에 지쳐서 꽃잎이 빨갛게 멍이 들었음 직한 그녀, 어느 때엔가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며 무작정 마음을 내려놨음 직 한 그녀, 엇갈린 인연과 비정한 운명에 휩쓸려 눈물깨나 쏟았을 듯 허 공을 닮은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그녀. 손목에 깊이 파인 흉터, 그 쓰라린 기록을 지닌 적나라한 손길로 내려준 한 잔의 커피는 물색없이 달았다. 무람없이 따뜻했다.
Three Dogs Night. 너무도 추운 날이면 한 마리의 개를 끌어안고, 그 래도 추우면 두 마리의 개를 끌어안고, 그럼에도 여전히 추우면 세 마 리의 개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는 에스키모들의 이야기.
평소 됨됨이가 부실하고 생각이 짧은 데다 성정이 난폭하여 가족 친 지들을 포함, 주변 지인들로부터 유독 개에 자주 비유되곤 했던 존재 론적 캐릭터를 살려 그녀의 애완견인 동시에 반려견으로 활약하고자 환희의 절정 37.2도를 훌쩍 넘겨 고열에 괴로워하던 그녀를 안고 있 던 벌건 대낮. 배꼽에 마주 닿은 채 낭창하게 휘어진 허리, 움푹 꺾여 내린 굴곡을 지나 매끄럽게 솟은 둔부, 휘날릴 듯 가냘픈 몸체에 비해 사뭇 불끈한 기운이 배어있는 젖가슴, 무엇 하나 툭 털어내려는 듯 선명하게 잘린 짧은 머리카락을 어깨에 얹어 뜨거운 숨 토해내던 그녀 를 휘감고 있자니 여백 없이 굳어지는 마음 하나.
나는 이곳, 빠이에 오래도록 머물겠다.
(중략)
순간을 비집고 들어선 저물녘, 색색의 활기로 메워진 빠이의 타운에 서 함께 나누는 저녁 식사. 끼이익, 울리는 브레이크 소음과 함께 우 리를 향해 멈춰선 깜찍한 스쿠터 아가씨를 그녀는 설명했으니 여기 에서 빵집을 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미국인이며 식당을 하고 있다고. 이에 물었다.
"너는 여기에서 카페를 하고 있고 네 남자친구는 한국인이며 그는 글 을 쓰는 사람이야. 맞아?"
화창한 웃음이 버무려진 경쾌한 대답이 따라붙었다.
"응, 맞아!"
빠이 이야기, 수상한 남자의 LIFE of PAI는 이로써 시작을 선언한다.
#1 다시 만나 반갑다, 빠이! 中에서
곡선에 접어들고 벗어날 때마다 차창 밖을 채색한 열대의 초록은 원근을 반복하며 아슬하게 뒤틀린 길을 이어 붙였다. 무슨 기구한 사연을 지녔는지 도대체 바로 누울 줄 모르는 산길을 짚어가는 사이 터널처럼 우거진 녹음 사이로 이따금씩 내리꽂히는 빗줄기에 눈동자가 아찔했다. 길의 끝을 상상하자 잘 익은 망고의 달착지근한 내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주술에라도 걸린 양 흉곽을 쓰다듬는 호흡이, 뒷덜미를 타고 돌던 신경이 슬며시 느슨해지면서 스르르 눈이 감겼다. 눈꺼풀 위를 스쳐 가는 햇살이 감미롭게 더듬어졌다.
돌아갈 곳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가진 전부를 걸어 떠나온 여행, 섬에서 섬으로 떠돌던 걸음이 내륙을 딛고 산중으로 흘러 든다. 어느 순간에 이르러선 일종의 쉼표이자 어떤 지표가 되어버린 한 지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길목, 재회를 앞두고 지난 시간들이 앞뒤 없이 뒤엉킨 채 절차 없이 재생되었다. 마구잡이로 솟구치는 회상 가운데 물음이 새겨졌다. 거기는 아직 그대로 있을까?
유배를 꿈꾸었던 공간. 철 지난 농담만이 자욱했던 술자리처럼 허전하고 술김에 못 이겨 마음 없이 나눈 섹스처럼 쓸쓸했던 삶의 기다란 허방 그 저편에서 유쾌한 몽상처럼, 다디단 환몽처럼 손짓하는 유혹. 바위처럼 단단했던 확신에 이끼처럼 돋아나는 불안을 사뿐히 잠재우는 성지, 그곳 빠이.
그곳으로 뻗은 길은 부단한 흔들림 속에 지속되었다. 762커브라는 가공할 구절양장의 고갯길에 놓인 여행자들은 대화를 중단하고 침묵에 젖어들어 시간의 흐름에 함몰되었다. 끓는 피로 점철된 각국의 청춘들은 항전의 의지를 초장에 말끔히 상납하고 관성의 법칙에 순응하며 이리저리 휩쓸릴 따름이었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