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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7381524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7-05-03
책 소개
목차
1부 어디서나 삶은 계속된다
2부 빅 쇼
3부 굿 파이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스터 빅마우스'의 진행자 빅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미스터 빅마우스'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초대해 함께 얘기하는 토크쇼로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파블로프가 개에게 종을 치듯 시민관리국이 '일요일은 미스터 빅마우스만 보면 된다'고 끊임없이 세뇌를 시키기 때문이다.
'미스터 빅마우스'는 학교에도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교실에 가둬놓고 쉴 새 없이 뭔가를 집어넣는다. 거위 입에 커다란 깔때기를 집어넣고 불린 옥수수를 쏟아붓는 것처럼. 사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라고 떠들어대지만 대부분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거위한테서 커진 간을 얻는다면 우리한테서는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우리나 거위나 '왜'라는 질문은 할 수 없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비밀을 만들지. 비밀이 생기면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그러니 나라의 안전을 책임질 장교가 될 사람은 아주 사소한 비밀도 가져선 안 된다. 정부는 너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필요로 해. 모든 후보생이 거치는 과정이니까 기분 상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시각부터 너는 군사정보학교 후보생이 아니라 예비 학생이다."
이안의 말이 계속 이어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넌 현명해서 다행이다. 우리 정부는 관용이 있어. 네가 반역자의 아들이더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기회를 준다."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는 구멍이 가슴에 생겼다.
나는 17호의 오른쪽 다리를 슬쩍 봤다. 17호는 여전히 오른쪽 다리를 전다. 저 다리로 인쇄물을 거리에 뿌리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엄마가?
"녀석, 세상에 사람이 우리뿐인 줄 아냐? 세상에는 생각보다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들이 많아. 위험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어떤 일에는 목숨까지 걸지. 하지만 그 어리석고 멍청한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도 하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렵지만 기대가 되는 그런 두근거림이었다. 정거장으로 향하던 나는 방향을 틀어 17호한테 돌아갔다.
"줘요. 저도 할래요."
17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내 머리를 때렸다.
"그 위험한 걸 내 집에 둘 것 같냐? 행여 엄마한테 물어볼 생각도 하지 마라. 엄마한테도 없을 테니. 너랑 네 엄마는 할 만큼 했어. 그걸로 충분해."
17호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