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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4984320
· 쪽수 : 184쪽
책 소개
목차
용서를 빌 시간 ……8
해피엔딩 ……32
굿바이, 베이스볼 ……56
벗 아임 낫 디 온리 원 ……80
레오도 잘 있겠지? ……104
101 프로젝트 ……128
세상 끝의 일주일 ……154
작가의 말 ……182
책속에서
지구가 혜성과 충돌해 인류가 멸종할 확률은 3억 9천만분의 일이라고 했다. 끝내주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이 사실을 1년 전에 알았던 정부는 9월까지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체계적인 대비를 하고 있었다. 집이 없는 사람들과 노숙자들에게 비어 있는 아파트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돈이 없어 굶거나 죽는 사람은 더는 없었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을 공짜로 치료했고 은행은 금고에 있던 모든 돈을 꺼내 놓았다. 하지만 세상은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고 모든 백화점과 마트, 가게들이 24시간 문을 열어 놓았다. 상상할 수 없었던 비싼 옷과 신발을 신을 수 있었고, 생각만으로 그치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사람은 기억을 자기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기도 해요. 그래서 하나의 사실이 생겼을 때 자기 기억과 상대방 기억이 다르기도 해요. 물론 진실은 하나예요. 돈을 훔쳤다고 누명을 쓴 아이도, 뜀틀을 넘지 못한 아이도 저였어요.”
K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벌렸지만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K를 남겨둔 채 발걸음을 돌렸다.
한주는 자신의 허리에도 못 미치는 은재의 작고 말랑말랑한 몸이 건물에 깔리는데도 웃고 있는 자신의 환영을 계속해서 봤다. 은재랑 함께 공연장에 간 엄마가 미웠고 잘 다녀오라고 한 아빠가 미웠다. 그리고 천장을 튼튼하게 짓지 못한 건설 회사가 미웠고 그 장소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 유치원 원장이 미웠다. 그리고 아이들을 빨리 대피시키지 못한 은재 반 담당 선생이 미웠다. 병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 묻던 기자도 하얀 국화 화환을 보낸 국회의원도…… 누구 하나 밉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게임을 했다. 총을 들고 정신없이 쏘아대다 보면 무거운 건물 더미에 깔린 은재 생각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한주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