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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뒤에

사랑, 그 뒤에

이규배 (지은이)
작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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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뒤에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사랑, 그 뒤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581467
· 쪽수 : 88쪽
· 출판일 : 2014-05-23

책 소개

'사십편시선' 10권. 이규배의 네 번째 시집. 아버지와 사별, 아내와 이별, 두 누님과의 연속 사별, 6개월 뒤 다시 어머니와의 사별 속에서 어린 두 자녀를 길러야 하는 한아버지 가정에서 오는 좌절, 아픔, 방황, 그리움, 신념, 희망 등을 노래한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사랑, 그 뒤에
사랑
해당화 붉은 꽃잎
집어등(集魚燈)
석류나무가 밤새 울었다
사랑, 그 뒤에
달과 함께 호수에서 자다
달빛 눈동자
남천(南天)
빈집의 비
이별 뒤에

제2부 설잠(雪岑)
벼랑 끝에서

대추나무 앞에서
겨울비
환멸 그리고 새벽 3시 39분
겸손과 교만
새벽 5시 13분 비가 오는
11월 수로에서
설잠(雪岑)
뻔뻔한 그 골목길에 봄이 올 때
능구렁이

제3부 사모곡(思母曲)
꽃나무
빈집 마당을 쓸다가
먼 기억
초겨울 어린 자식들과 포도를 먹다가 껍질 벗겨진 포도 알의 핏줄을 보며 어머니 눈동자가 서러워
만월(滿月)
돌아가신 어머님의 몸을 닦으며
초록 잎새에 잔설(殘雪)이 녹는 호랑가시나무에
퇴원하고 나온 새벽, 잠이 든 자식들을 보며
잊히지 않는 마음

제4부 교감(交感)
미명에
교감(交感) - 이시영(李時英) 조
불안[懼]
소금밥
가을, 사마귀 교미 중에
귀가(歸家)
겨울이 오는 무렵 망우동 누나는 하늘에 올라갔다
소리에 대한 기억
돈암동 누나가 하늘 가신 봄
그래도 걸어가야지[行路難]
행복한 저녁밥상 - 박재삼의 「흥부부부상」 조

해설 | ‘대가리부터 파먹히는 수컷의 어짊’에 대한 이해 · 오철수

저자소개

이규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4년 전북 익산시 여산에서 태어나 1960년대 말 서울 김포공항 옆 마을로 이사와 자랐다.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에 재학 중 ‘성균문학상’ ‘숙명여대범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학가에서 이름을 알렸다. 1988년 시인 오철수를 만나서 시 동인지 『80년대』 2집에 참여해 문단에 나왔고, 문학과 사회 변혁 운동을 결합한 공동창작활동을 하며 전투적 노동시집 『바리케이드를 치며』 『전진하는 해방열차』 등 ‘민해문 창작단’ 활동에 참여했다. 작가회의 사무국 총무 간사를 하면서, 작가회의 시창작2분과 결성, 노동문학위원회 결성,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노동예술위원회 결성 등을 주도하고 적극 참여했다. 첫 시집 『투명한 슬픔』 이후 『비가를 위하여』 『아픈 곳마다 꽃이 피고』 『사랑, 그 뒤에』 등의 시집을 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 시가장르의 통변론과 대대적 해석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현재 한국문학 연구자로 학술연구를 하는 한편 종합문학예술지 『문학과행동』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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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사랑 그 뒤에

나는 믿어왔다, 빈집을 떠나
햇살 멍드는 바다 끝 하늘로 당신이
사라지고
집중되는 바람소리,
빈 눈에 쓸어안고 말라가는 영원의 날을.
그러나 당신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 날로부터,
바삭거리며 마르는 검은 눈동자의
나는
당신
살 냄새 한 점 걸리지 않는 거미줄을 치고
밤이슬에 젖어가며
처마 밑을 기어다니는
눈 먼
늙은 거미가 된 것인가?


이별 뒤에

가슴의 용암은 식어 굳었다
눈바람은 와 갈 줄 모르고
둘로 나뉘어 찢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티라노사우루스 발톱 화석 같은
보라색 상처가 터지는
터지어
부서지는 소리가 겨울 소나기처럼 쳤다
청태(靑苔) 낀 아궁이
폐가 흙담에 걸린
능구렁이가 벗어놓고 간 허물 같은
여자
칼날 눈보라 빈 속을 긁고 긁고
그 여자
겨울바다에 다 와가는 언 강으로 엎드려
얼음 살갗 속 심장의 온기로
몸속 박힌 황홀한 뿌리를
끌어안고 다시 울음이
용암 같은 울음이
터지고 있었다,
이별 뒤에.


설잠(雪岑)

눈은 죽은 것 위에서
죽어가다가 산다
눈인지도 모르고 눈은 오다 생각은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날릴 때
죽었던 눈이라는 것을 알까 누구인지
모르는 채 오는 눈은
벼랑 끝 나무에 목을
매달은 늙은 남자의 식은 목덜미를 덮고
이마에 싸늘한 은등(銀燈)을 켠다
축축
팔과 다리와 몸통을 늘어뜨린 눈은
죽어가며 살아가는 의미를 깨우며
얼마나 더 매달려 있다가
여길 떠날까
벼랑 위 새가 날아와 눈밭에
푸르스름
조(鳥), 조(鳥) 찍어 놓고 난다
눈에
덮이는 신발 한 쌍은
복숭아 뼈 온기가 그립고 그립다 팔과 다리와 몸통을

늘어뜨린 채
매달렸다가
눈을 뜨고 축축 나리는 눈은.

*설잠(雪岑)은 단종이 폐위 당하자 과거 시험을 거부하고 승려로 살겠다고 자호를 붙인 매월당 김시습의 법호이다. 岑은 끝이 날카로운 봉우리로, ‘설잠’은 높고 외롭게 고난과 시련의 상황에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정신과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지켜내겠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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