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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종교에세이 > 가톨릭
· ISBN : 9788997672219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4-06-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8
Part 01
화려한 비상
자유 그 싱그러운 이름 013
산은 고요하고 물은 잔잔하다 019
지금은 사랑할 때 025
서툰 몸짓으로 살다 031
Part 02
지혜로운 경청
잘 듣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 042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047
단식은 영혼의 귀를 밝게 한다 054
여기 사람이 있다 060
Part 03
가는 세월
나이는 똑같지 않다 069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의 길 076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083
나는 나를 사랑한다 089
열심히 하기보다 기쁘게 한다 096
Part 04
고요히 멈춤
들풀처럼 살다 105
누명으로 죽은 예수가 위로하다 111
‘나’ 없는 ‘나’로 사는 길 117
푸르고 싱싱한 풀이 되어라 124
Part 05
빛나는 양심
내 마음 나도 몰라 133
거짓말 정부의 올바른 해법은 양심이다 139
모두의 천국이어야 한다 145
갈라 세우는 시대의 기쁜 소식 152
나를 비추는 거울 158
Part 06
삶의 즐거움
내면을 발견하는 재미 167
지나치지 않게 174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 181
그래도 행복했던 날들 187
이 순간이 청춘이다 193
가난한 곳에 있는 참 행복 200
Part 07
가슴 시린 책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209
부모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있으랴 216
지붕 위에서 외쳐라 222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229
머리에서 가슴으로 235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다 241
Part 08
한 줄기 희망
그가 희망이다 251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이다 258
우리가 사랑하는 보물 266
사랑 아닌 것이 없다 274
보물찾기 280
평화로 가는 길 287
그대는 거기에 정착한 꽃 293
새 아침에 새날을 시작하며 299
Part 09
영원한 벗
좋은 친구 307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313
거룩한 것은 세상 속에서 피어난다 319
사는 것이 축복이다 326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유 그 싱그러운 이름
나의 하루는 행복으로 시작됩니다. 내 모든 시간이 행복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나의 아침은 행복으로 시작됩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목마름을 느끼며 물을 찾습니다. 찻상에 놓인 감잎차를 끓여 고요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차를 마시고 몸을 씻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몸을 꼿꼿이 세워 앞쪽으로 주의를 집중합니다. 몸과 마음이 싱그럽게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낍니다.
일어나 방을 치우고 세수하고 명상하고 기도합니다.
방을 치울 때는 방 치우는 일만 하고, 세수할 때는 세수만 하고, 밥을 먹을 때는 밥만 먹으려 합니다. 이를 닦는 일이 세수하는 일보다 덜 중요하지 않고, 밥을 먹는 일이 설거지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를 닦으면서 어떻게 밥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고, 밥을 먹으며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마음 쓰지 않습니다.
밥을 먹는 일은 책상에 앉아 있는 일보다 사소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큼 잠자는 일도 중요합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더 소중합니다. 정성을 다해 하는 일은 무엇이든 성스럽습니다. 천박한 마음으로 하면 성스러운 일도 하찮은 것이 되고 맙니다.
거룩한 성사생활을 하는 행위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이 성사입니다.
곳곳이 나를 배움으로 인도하는 교과서요, 선생님이며, 학교입니다. 밥을 먹거나 길을 걸어가는 것에서부터 잠자는 것에 이르기까지 스승 아닌 것이 없습니다.
꽃과 나무, 자연을 바라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순간순간 알 수 없는 기쁨에 젖어들곤 합니다.
그 기쁨 한가운데 내가 있습니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에 거룩함이 깃들어 있음을 의식하는 순간 몸과 마음은 자유를 얻습니다.
삶의 자유는 이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며, 그림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글 쓰고 싶을 때 씁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마음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곧바로 바뀔 때도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고 싶거나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자명하고 찜찜하지 않습니다.
하는 일에 흥이 나고 재미가 있습니다.
나는 사제생활을 좋아합니다. 신부로 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미사와 강론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함께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욱 좋습니다.
개척공소 일을 함께하던, 내가 좋아하는 선교사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희생하여 만든 개척공소를 후임신부가 폐쇄하여 정리하려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합니다. 이해가 갑니다. 나도 섭섭합니다. 함께한 모두가 다 섭섭합니다.
섭섭한 마음은 사실이지만 우리 삶의 자명함을 확인하고 싶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인생에 희생이란 없습니다. 전임 사목지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일, 작은 교회인 공소를 개척하는 일은 우리가 좋아서 한 일입니다. 동의하시지요'”
모두 동의한다고 합니다. 한마음으로 기쁘게 작은 교회를 개척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시작도 행복했고 그 과정도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소통할 수 없는 전임지에 대한 이야기를 울타리 밖으로 내어놓기로 했습니다. 다른 이가 와서 다르게 해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섭섭하기는 해도 원망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의 일상을 다시 설계해 보려고 합니다. 목표를 향해 너무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목표도 참 멀어 보입니다. 멀고 먼 목표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려온 것이 한순간에 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 곁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되돌아보니 내 목표는 너무 멀고 내 일상은 너무 복잡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삶은 단순합니다.
단순한 삶 속에 진실이 숨 쉬고 있습니다. 밥을 잘 먹는 것, 옷을 잘 입는 것, 잠을 잘 자는 것, 걷기를 잘하는 것,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할 것입니다.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일상을 즐기는 일들이 바로 인생을 자유롭게 사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두 수도승이 서로 자신들의 스승을 자랑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스승은 정말 도통한 것이 틀림없어. 강 한쪽 둑에 앉아 맞은편 모래사장에 이름을 쓰실 수 있지. 정말 대단한 스승이야.”
옆에 있던 수도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합니다.
“그렇군. 나의 스승은 시장하면 드시고, 피곤하면 주무신다네. 뭐 특별한 것이 없어.”
그 말에 먼저 말한 수도승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도인道人이시네그려.”
아주 작은 일에서 참 자유가 시작됩니다. 그것은 삶 전체를 평화롭게 하고 시끄러운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유별나게 할 것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모든 일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몸을 통해 이룹니다.
내게 주어진 일상을 새로운 배움터로 받아들입니다. 그것만이 새로운 희망입니다. 일부러 건강을 찾을 것도 없습니다. 건강은 따로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몸 그 자체가 ‘건강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몸의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고 그 부름에 따라 살 때, 온 삶이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질서는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좀 더 긍정적 삶의 방식을 꿈꾸게 합니다.
몸을 돌보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단식으로 경험합니다. 지금 숨 쉬고 있는 그 자리, 그 보배로운 자리에 몰입하는 행복이 참 자유입니다. 나는 오늘도 하지 않을 자유와 할 수 있는 자유의 바다에 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