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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7798681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19-06-28
책 소개
목차
투명 의자 _ 9
쓰레기 건의함 _ 18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이유 _ 34
좋은 것 한 개, 나쁜 것 백 개 _ 47
박효진의 저주 _ 61
너와 나의 연결 고리 _ 78
넘지 말아야 하는 선 _ 88
네 마음을 보여 줘 _ 98
적과 화해하는 방법 _ 117
의자가 하는 말 _ 130
백마 탄 왕자는 없다 _ 148
책속에서
“이제는 진짜 안 참을 거야.”
“안 참으면 어떻게 할 건데?”
희수 말에 또 한 번 심장이 덜컹거렸다.?
“좋은 걸 지켜야지.”
“좋은 것?”
“효진이는 나한테 좋은 친구였어. 그런데 효진이는 나를 지켜 주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어. 효진이가 말했거든. 좋은 걸 지키고 싶으면 싫은 걸 참아야 한다고. 효진이는 나를 지키려고 일부러 나랑 친하지 않은 척한 거야. 나까지 따돌림당할까 봐 무섭다고 했거든. 건의함에 그걸 써서 넣었어. 효진이가 좋아했던 것과 참아야 했던 걸.”
“그래서 지금 네가 지키고 싶은 게 뭔데?”
“지키고 싶은 게 뭔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참으면 안 되는 게 뭔지는 알아.”
희수가 분명하게 말했다.?
“그게 투명 의자야?”
“응. 투명 의자는 앉은 아이를 효진이처럼 만드니까.”
“효진이처럼?”
희수 말이 맞았다. 우리는 투명 의자에 앉은 아이를 효진이처럼 만든 것이다. 있어도 없는 아이처럼, 없으니까 당연히 없는 아이처럼 만들어서 못 본 척하거나 흉을 보았다. 화장실에 갇힌 박효진을 못 본 척한 것처럼 우리 자신을 속였다.
“나, 할 말 있어.”
용기를 내서 희수에게 사실을 말해야 한다. 희수만 모르는 이야기다.
“뭔데?”
“효진이가 유나와 다정이랑 다툰 날, 나랑 영호도 거기에 있었어.”
“알아.”?
“효진이한테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한 것도 알아?”
“그것도 알아. 영호가 후회된다고 하더라.”
“영호 자식이 말했단 말이야? 너희 친해?”
희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영호와 친한 듯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영호는 효진이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했어.”
“아, 나도 그런데.”
“그러니까 함께하자.”
“뭘?”
“효진이한테 미안하잖아. 그러니까 투명 의자 없애야지.”
“선생님이 다음 회의에서 얘기한다고 했잖아.”
“아무것도 안 바뀌면? 또 참아야 하는 거야?”
“그, 그거야 그때 가 봐야 알지, 지금 어떻게 아냐?”
“…….”?
희수는 지금 누군가와 싸우는 것 같았다. 선생님도 아니고 유나와 그 무리도 아니다.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그렇게 보였다.
“잘 생각해 봐. 장우 말대로 우리가 안 떠들면 없어진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기다려 보자.”
“나는 진짜 사라지기 싫어…….”?
희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학원 계단을 오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무엇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리는지 모르겠다. 사라지기 싫다는 희수의 말처럼 나도 그랬다. 나는 알고 있었다. 투명 의자에 앉았을 때 내가 사라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