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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830336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2-08-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전화
2장 기사
3장 균열
4장 방문
5장 해후
6장 벽
7장 애수
8장 조우
9장 이탈
10장 질투
11장 인정
12장 확인
13장 상흔
14장 귀로
15장 소유
16장 가시
17. 동행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거만한 남자였다. 처음 만나는 순간, 이 남자는 그녀에게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깨닫게 해주었었다.
그런데 이 반응은 뭘까. 이렇게 타들어가는 느낌은 뭘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떨림.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율.
잡혀 있는 손목만이 아니라 어느새 그녀의 전신이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혔다.
“놔주세요.”
“잠깐 기다려.”
규현은 상앗빛 피부 위로 불거진 붉은 피를 본 순간 몸을 구부렸다. 안 그래도 그녀가 파편에 베이진 않을까 염려하고 있던 차에 핏방울이 눈에 잡힌 것이다.
빌어먹을. 붉은 피를 보는 순간 그는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상처 부위는 아주 작아 보였지만 그녀의 몸에 생채기가 이는 게 싫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그 상태에서도 깨진 찻잔을 수습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규현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바지 뒷주머니에 있을 손수건을 찾기 위해 뒤로 뻗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듯 손목을 비틀자, 규현은 뒷주머니에 고이 놓여 있을 손수건의 존재 따위는 잊어버렸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은 앞으로 당겨졌고 그의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다.
규현은 자신의 얼굴 앞에 놓여 있던 보경의 손가락을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덥석 물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들어온 가는 손가락을 어린아이가 엄마 젖을 빨듯 힘차게 빨았다.
“아.”
예기치 못한 행동에 놀랐는지 낮은 허밍 소리와 함께 그의 입안으로 들어온 가는 손가락이 바르르 떨렸다. 그러나 규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과 혀의 흡착력을 높였다.
소량의 혈액이 그의 타액과 뒤섞이자 입안에 달콤한 혈 향이 감돌았다. 그것은 잘 익은 과실의 과즙보다도 달콤했고 또 청량했다.
순간 규현은 타들어가고 있던 그의 내부가 서서히 잠잠해지는 것 느낄 수 있었다. 겨우 한두 방울에 불과한 달콤한 혈액이 단비가 되어 그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그것이 주는 여운이 너무도 좋아 규현은 그녀의 손가락을 더욱 힘차게 흡입했다.
“…….”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앞에서 보경은 어쩔 줄을 모르고 규현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녀의 손가락은 그의 입안에 들어가 있었고 그는 그녀의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안 그래도 붉게 물들어 있던 얼굴이 이젠 터져 버릴 듯 달아올랐다.
게다가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남자의 촉촉함과 흡입력이 더욱 강렬한 자극과 전율을 동반시키고 있었다.
전기가 전선을 타고 흐르듯 핏줄을 타고 흐른 그것은 성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가슴까지 뻗어 나갔고, 급기야 그녀의 유두를 뾰족하게 세워놓았다.
찌릿, 가슴 끝에 이는 감각은 너무나 기묘하면서도 생생했다. 미세하지만 짜릿한 통증에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보경은 더욱 당황했고 결국 그에게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놓아주세요.”
그제야 그녀의 손가락에 집중하고 있던 규현이 보경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의도하지 않았던 행동이었는지 그녀의 바람대로 입에 물고 있던 손가락을 재빨리 놓아주었다. 빠져나온 손가락은 그새 지혈이라도 되었는지 깨끗한 상태로 미세한 상흔만 남아 있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규현의 입에서 자조적인 욕설이 튀어나왔다.
“젠장…….”
규현은 씁쓸한 얼굴로 굽히고 있던 몸을 일으켰고 보경은 서둘러 깨진 찻잔을 치웠다.
잠시 후 깨진 찻잔의 흔적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집 안을 무겁게 만들었다.
깨진 찻잔을 정리해서 처리한 보경은 주방으로 돌아와 이대로 거실로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에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었지만, 소파에 앉지 못하고 서 있는 규현의 모습을 보고 결국 거실로 나왔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그녀를 도와준 그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규현이 보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는 강렬한 시선 대신 그녀 못지않은 혼란이 가득했다.
“놀라게 했나?”
“…….”
보경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미안하군.”
인사와 사과라는 엇박자에 잠시 또 다른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 침묵을 깨뜨린 건 규현이었다.
“이름이 뭐지?”
“……보경이에요. 한보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