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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830404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2-09-28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무나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최인서 상무가 이런 곳까지 쫓아와 사람을 감시할 줄은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건 그 답지 않게 속되고 유치한 행동이었다. 그는 정말 영재를 경쟁자쯤으로 생각하는 걸까? 잘 알지도 못하고, 대화를 해 본 적도 없는 이 사람을?
순간 그가 질투하고 있구나, 가슴이 쿵하고 곤두박질쳤다.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낯선 감정에 이 남자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있구나, 새삼 알아버린 기분에 혜원은 가슴이 꽉 조여들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시끄러워. 조용히 해.”
낮고 간결한 대꾸였다. 운전하는 남자의 옆모습이 어둠에 휩싸여 싸늘히 굳어 있었다.
혜원은 떨림을 다잡고 고집스럽게 말했다.
“내리겠어요. 차 세워주세요.”
“입 다물라고 했어. 조용히. 조용히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말에 혜원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처음으로 그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운 상사로서 드는 두려움이 아닌, 억눌린 감정을 품고 있는 남자로서 그가 별안간 어떤 모습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차가 태성그룹 소유의 호텔에 도착했다. 혜원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가능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이내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가 뿌리치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손을 꽉 틀어잡고 호텔 안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혜원은 무작정 붙잡혀 가면서도 호텔 내 커피숍이나 바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격정이 가라앉고 오해가 풀리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로비를 지나 그가 자신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자 얼굴에서 핏기가 쏴 빠져나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
“어디 가는 것 같아?”
두려움에 찬 물음에 인정머리 없고 얄미운 대답이 날아왔다. 혜원은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기분에 눈만 커다래져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잡힌 손등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어루만짐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악당같이 험악한 얼굴에, 말 또한 야비하게 쏟아내고 있지만 혜원은 그가 단지 그런 척, 과장된 위악을 부리고 있다는 걸 그제야 눈치 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