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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미시사/생활사
· ISBN : 978899843977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0-02-15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006
1부
물고기의 눈으로 본 바다
01 물때, 기다림이다 013
02 바람 타는 섬, 바람 읽는 사람들 034
03 물길을 따라가다 056
04 갯벌, 끝을 알 수 없는 가치 088
2부
물고기와 어부의 만남: 바닷가에서 어떻게 살까
01 갯밭 105
02 소유할 수 없는 바다, 가꾸어야 할 마을어장 124
03 바다의 맛 148
04 바다를 살리는 그물, 슬로피시 168
05 어촌 마을 축제, 갯제 부활을 꿈꾼다 179
3부
어부의 눈으로 본 바다
01 맨손어업 199
02 정치망어업 226
03 양식어업 253
04 해녀어업 281
05 천일염 289
4부
지속가능한 어촌, 오래된 미래
01 어촌의 새로운 가치 301
02 어촌 공동체의 미래 311
찾아보기 318
저자소개
책속에서
섬과 갯벌이 가장 많은 신안군에서는 다리를 놓기 전에 물 빠진 갯벌에 징검다리(이런 징검다리를 ‘노두’라 한다)를 놓고 건너다녔다. 결혼식을 할 때에도 꽃가마를 타고 노두를 건넜고, 큰 섬에 있는 학교를 오갈 때에도 노두를 건넜다. 물론 등하교 시간은 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졌다.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는 병풍도·신추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등 여러 섬이 노두로 연결되어 있는데, 학교가 큰 섬에만 있던 때는 수업을 하다가도 바닷물이 불어 노두가 잠길 시간이 되면 책보를 싸고 하교했다. 아이들이 노두를 건너는 시간에 맞춰 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마중을 나와야 했다.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안에 있던 작은 섬 어도에서는 굴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과 자갈을 가져다 섬 주변 갯벌에 부었다. 지금은 간척을 해 육지와 연결됐다. 생계를 위해 양식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했지만, 양식장을 만드는 일보다 더 큰 문제가 섬과 뭍을 잇는 다리, 즉 어도와 고포리 마산포를 잇는 길을 만드는 일이었다. 물이 들면 바다요, 물이 빠지면 갯벌인 곳을 돌과 자갈로 물이 들어도 건널 수 있는 길로 만들어야 했다. 어도 주민들은 3년에 걸쳐 돌과 자갈을 머리에 이고 등에 져서 날라 갯벌에 붓고, 그것이 바닷물에 쓸려 가기를 반복하면서 1972년 마침내 다리를 완성했다. 개미처럼 일해 만든 다리라 하여 이름도 ‘개미다리’라 했다.
그런데 특이한 광경이 눈에 띈다. 바지락을 캐는 모습이야 늘 보던 것인데, 괭이를 들고 갯밭을 평평하게 고르는 모습은 생경했다. 갯밭을 평평하게 고를 이유가 있을까? 물어보니 물 빠짐이 좋게 골을 치고 모래나 흙을 집어넣어야 어린 바지락이 잘 자란단다. 잘 관리된 바지락밭은 어린 바지락을 넣지 않고도 자연 번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썰물에 물이 빠질 때 갯벌이 평평하지 않으면 물웅덩이가 생기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다. 웅덩이에 고인 물은 봄이나 여름에 햇빛 아래서 뜨거운 물로 변한다. 만약 여기에 바지락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어린 바지락은 그대로 익어버리기도 한다. 큰 바지락은 갯벌 깊숙이 들어갈 수 있지만, 어린 바지락은 비명횡사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갯벌 체험을 온 사람들이 뻘흙을 마구 파헤쳐놓아 어린 바지락들이 햇볕에 노출되어 죽기도 한다(그러니 갯벌에서 흙을 함부로 긁어놓아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