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8788467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5-08-29
책 소개
갯벌이 만들어낸 맛이다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 32종, 바지락에서 꼬막까지, 매생이에서 다시마까지!”
★ 갯벌을 날다, 짱뚱어
★ 외계인을 닮았다, 개소겡
★ 개의 불알을 닮았다, 개불
★ 제주 해녀가 사는 법, 소라
★ 갯벌에서 건져낸 보석, 개조개
★ 어촌의 곳간을 책임지다, 바지락
★ 갯벌을 지키는 토종의 맛, 매생이
갯벌은 농촌의 논밭처럼 어민들의 텃밭이다. 갯벌은 수천 년 동안 파랑 작용과 조석 차로 인해 바닷물이 굴곡이 심한 해안에 이르고, 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역에 흙과 모래와 영양염류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바다 벌판’이다. 서해에서 살아가는 바다 생명들의 70퍼센트가 갯벌에서 산란하고 자란다. 그래서 갯벌은 생물자원의 보고(寶庫)이며 지구상에 있는 완전성을 갖춘 마지막 생태계다. 람사르습지를 지정해 보전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습지보전법을 제정해 갯벌을 보전‧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갯바위에서 미역‧톳‧우뭇가사리를 뜯고, 갯벌에서 바지락‧꼬막‧백합‧동죽을 캔다. 그리고 얕은 바다에서 김‧매생이‧파래 등을 맨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갯벌은 섬살이를 좌우할 만큼 중요했다. 봄이면 바지락, 여름이면 미역과 톳, 가을이면 낙지, 겨울이면 굴 등 사시사철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그것이 갯벌의 힘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 해안 개발 등으로 어족 자원이 고갈되었다. 거기에 갯벌을 사유화하고 사업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이에 갯살림은 무너졌다. 갯벌의 살림살이는 인간과 생물과 물새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바다 살림이다.
갯벌은 인간의 곡식 창고이기 이전에 바다 생물의 산란장이자 서식지였다. 깊은 바다에 사는 어류들도 산란철이 되면 갯벌로 나와서 알을 낳았다. 갯벌에는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펄과 모래와 돌, 다양한 해초류가 생활하고 있어 어린 어패류가 먹고 놀고 생활하기 좋다. 때로는 도요물떼새들이 모여들어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다. 수많은 새가 심한 먹이 경쟁 없이 갯벌에 기대어 공존할 수 있었고, 작은 규조류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이 갯벌에 기대어 함께 살아왔다.
김준의 『우리는 갯벌에 산다』는 갯벌 생물들을 통해 갯벌의 역사와 문화, 어민들의 삶, 갯벌 음식, 슬로푸드 운동, 생태계의 변화, 기후변화 등을 살펴본다. 갯벌 생물들은 오랫동안 갯벌에서 살아왔고,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했다. 인간은 갯벌 생물에 기대어 살아왔다. 갯벌은 생물과 인간이 공존공영하며 살아가야 할 터전이다. 제1부 ‘갯벌은 삶이다’는 김, 미역, 감태, 매생이, 톳, 모자반, 우뭇가사리, 다시마 등 8종, 제2부 ‘갯벌은 단단하다’는 굴, 꼬막, 동죽, 백합, 바지락, 가리맛조개, 개조개, 홍합 등 8종, 제3부 ‘갯벌은 다채롭다’는 짱뚱어, 망둑어, 개소겡, 소라, 피뿔고둥, 전복, 고둥, 군소 등 8종, 제4부 ‘갯벌은 푸르다’는 꽃게, 민꽃게, 칠게, 낙지, 해삼, 멍게, 미더덕, 개불 등 8종으로 모두 갯벌 생물 32종을 살펴본다.
‘바다의 반도체’에서 ‘바다의 우유’까지
김은 조선시대에 토산품이자 무역품이었다. 그만큼 미역과 함께 중요한 재원(財源)이었다. 최근에는 김 수출시장이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유럽, 아프리카, 중동 지역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중국과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여행객들 사이에 여행 상품으로 김이 인기이고,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까지 마른김과 조미김이 수출된다. 2024년 기준으로, 전남이 40만 8,000톤(전체 김 생산량의 80퍼센트)을, 충남이 2만 8,000톤을 차지했다. 김 가공공장이 가장 많은 곳은 충남 지역이다. 전국 약 700개소 중에서 충남이 360개소로 51퍼센트를 점한다. 2023년 우리나라의 김 수출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래서 김을 ‘바다의 반도체’ 혹은 ‘검은 반도체’라고 불린다. 최고 한류식품이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다.
조선시대에 바다에서 나는 것 중에서 미역이 재산 가치가 높아 미역바위의 크기에 따라 논과 밭처럼 세금을 부과했다. 힘이 있는 권문세도가들은 미역바위를 차지하고 어민들에게서 소작료를 받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미역밭은 섬사람들에게 논밭처럼 소중하다. 미역밭을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해 기성회비나 전기요금 등 마을 공공기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뭍으로 유학을 보낸 아이 학비도 미역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그리고 전국을 누비면서 단골집에 미역을 팔아 쌀과 소금을 샀다. 미역은 섬사람들에게 화폐였다.
제주 해녀들이 물질하는 곳을 ‘바당’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5~6월에 우뭇가사리를 채취한다. 우뭇가사리는 자홍색이나 검붉은색을 띠며 해녀 얼굴빛과 닮았다. 해녀는 바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으니 닮는 것이 당연하다. 우뭇가사리 철이 오기 전에도 바람과 파도가 지나고 나면 우뭇가사리를 비롯해 미역, 톳 등이 바닷가로 밀려온다. 이때 해녀들은 물론이고 제주 삼촌들은 바닷가로 나와서 우뭇가사리를 줍는다. 육지에서 짓는 쌀농사만큼이나 우뭇가사리가 값어치가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만큼 오래된 바다 음식이 있을까? 굴에는 단백질, 칼슘, 철분 등 여러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바다의 우유’라고 불린다. 『고려도경』에 굴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수산물이라고 소개되었다. 조선의 문인인 허균은 “동해안에서 나는 굴은 크고 좋은데, 맛은 서해안에서 나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예부터 알려진 굴 산지는 낙동강 하구‧광양만‧해창만‧영산강 하구 등이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에서는 기둥을 세우고 빨랫줄처럼 줄을 걸어 그곳에 가리비나 조개껍데기에 포자가 붙은 줄을 걸어 양식하는 굴 양식이 성행했다. 특히 통영을 중심으로 거제와 고성 등이 굴 양식 주산지로 전체 굴 생산량의 85퍼센트가 넘는다.
제주 해녀가 사는 법
소라는 제주의 해녀들에게 생계수단이며,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다. 소라는 뭍에서 ‘뿔소라’, 제주에서 ‘구젱기’라고 부른다. 제주가 아니더라도 부산 영도, 거제나 통영, 여수 거문도, 완도 청산도 등에서 소라를 맛볼 수 있다. 제주 해녀들의 물질은 ‘칠성판을 지고 나가는 일’이라고 할 만큼 고되고 위험한 일이다. 소라는 어느 지역이건 대부분 해녀들이 물질을 해서 건져 올린다. 옛날에는 제주 살림을 책임졌던 것이 돌미역과 우뭇가사리였다. 하지만 부드러운 미역이 양식되면서 거친 돌미역은 밥상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제주 사람들만 즐겨 먹던 소라가 육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해녀들을 먹여 살리고 해안마을 어장에서 제 몫을 하는 것이 소라다. 소라는 긴 뿔을 바위 틈에 내리고 거친 파도를 이겨내며 제주 바다를 지킨다. 제주를 지키는 해녀를 꼭 닮았다.
톳은 제주의 대표 보양식품 중 하나다. 제주는 예부터 땅이 척박해 농사일은 고되고 수확량은 많지 않았다. 뭍과 달리 칼슘과 단백질 공급원도 적었다. 제주 우엉팟에 채소가 있다면 바당에는 톳과 미역이 있다는 말처럼, 톳은 제주 사람들의 영양을 보충해주는 귀한 음식이었다. 모자반은 제주의 대표 전통 음식이자 행사 음식 중 하나인 몸국의 주재료다. 제주에서는 큰일을 치를 때 모자반이 듬뿍 들어간 몸국을 올려야 했다. 보통 잔치나 제사에 그 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을 내놓거나 제물로 올린다. 제주에서는 몸국이 그렇다. 몸국은 제주 공동체의 생활양식이자 깨끗한 제주 바다의 지표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제주 몸국’을 ‘맛의 방주’에 등재했다.
감태는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바닷속에 숲을 만들어 어류 등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갈조류 해조다. 제주와 울릉도 바다에서 서식한다. 제주 사람들은 감태를 뜯거나 바닷가로 밀려온 것을 모아 땔감이나 거름으로 사용했다. 제주의 돌미역을 채취하는 해녀 어업은 유네스코 무형유산과 국가중요어업유산 등 국내외에서 인정하는 어업 유산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이건이 제주도 유배 생활을 시작한 1628년부터 1635년 울진으로 이배되기 전까지 17세기 제주의 풍토와 상황을 기록한 『제주풍토기』에는 해녀를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채취하는 여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어촌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다
매생이 농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채취다. 작은 채취선 좌현이나 우현에 엎드려 가슴을 붙이고 매생이 발을 들어올려 채취해야 한다. 이렇게 겨울철이 지나면 가슴에 멍이 든다. 포자가 잘 붙기를 기다리며 속으로는 애간장이 녹고, 겉으로는 가슴에 멍이 들어야 매생이가 밥상에 올라온다. 한편 매생이는 직접 손으로 뜯기도 하는데, 이를 ‘매생이를 맨다’고 한다. 가리맛조개는 어떤가? 가리맛조개 1킬로그램은 큰 것이 약 60개에 이른다. 100킬로그램이면 6,000번, 50킬로그램이면 3,000번을 갯벌에 손과 팔을 넣어야 한다. 실패한 것까지 하면 1만 번에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가리맛조개가 담긴 자루를 뻘배에 가득 싣고 나오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기력이 쇠진해진다. 한마디로 가리맛조개를 뽑는 일은 극한직업이다.
고둥을 밥상에 올리는 일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적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마다할 수 없는 섬살이다. 지금도 먼바다 섬에는 여전히 고둥무침이 밥상을 지킨다. 아마 갯바위에서 고둥이 멸종되지 않는 한, 그 섬이 무인도가 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어민들에게는 자신들의 반찬거리이기도 했지만, 그 맛을 아는 자식들이 찾아 번거로움을 사서 하는 것이다. 저 많은 고둥을 줍느라 어민들은 얼마나 허리가 아팠을까?
생일도 용출리 해변과 금곡리 다랭이논에 새벽부터 불빛이 분주하다. 낮에 채취한 다시마를 건조하기 위해서다. 아침까지 건조장에 다시마를 너는 것을 마쳐야 한다. 오후 3시가 되면 건조된 다시마를 걷는다. 이곳 섬 주민들의 일상이다. 5~6월이면 다시마 건조 때문에 생일도와 평일도 바닷가는 검은 색칠을 한 것처럼 보인다. 다시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누울 자리는 없어도, 다시마 널 자리는 마련한다’고 했다. 다시마를 채취할지 말지도 날씨에 따라 결정한다. 다시마는 바다가 키우고 하늘이 가격을 결정한다.
충남 태안군 개미목마을에는 좋은 굴밭이 있었다. 겨울철이면 마을 어귀 양지바른 곳에 굴막을 짓고 굴을 가져와 까서 팔았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긴 후 수도권 사람이 많이 찾아와 굴을 사갔다. 그곳에는 시어머니, 며느리, 손자며느리의 ‘삼대 조새’가 있다. 시어머니 조새는 닳고 닳아서 윤이 나고 손가락 모양으로 파였다. 손자며느리 조새는 전혀 닳지도 않았는데 반질반질하다. 시어머니가 늘 곁에 두고 굴 까는 법을 알려주었으리라. 2007년 겨울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로 그 굴밭은 큰 피해를 입고 사라졌다.
다양한 생명의 공동체, 갯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개를 꼽으라면 단연 바지락이다. 인천의 장봉도에서 부산의 가덕도까지 바지락을 만날 수 있었다. 모래 갯벌을 제외하고 어느 갯벌에서나 붙임성 좋게 잘 자라는 탓에 일찍부터 양식 품목으로 사랑을 받았다. 바지락은 번식이 쉽고, 성장이 빠르다. 어릴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곳에 머물며 자라기 때문에 양식하기 좋은 수산물이다. 어민들에게는 소득을, 갯벌 체험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조개였다. 그러나 겨울 가뭄이 심하면 봄 바지락 농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비가 오지 않고 가물면 바지락도 흉년이 든다. 섬을 개간하거나 파헤쳐 흙이 바다로 유입되어도 바지락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김제시 진봉면 민가섬은 동진강과 만경강이 합해지는 곳으로 영양분이 풍부해 백합과 동죽 등 조개가 많았던 곳이다. 그런데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후 가장 먼저 육상화가 진행되었다. 새만금방조제로 물길이 막히자 조개의 천국은 무너졌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 최대의 패류 산지는 인천 송도 갯벌이었다. 백합과 함께 다량의 자연산 동죽이 서식해 5,000여 어민들이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다. ‘조개골’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을 정도였지만, 세월이 흘러 남동산업단지와 송도국제도시는 이곳을 조개무덤으로 만들었다. 수천 년 밀물과 썰물이 만든 갯벌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예전처럼 오순도순 백합을 잡으며 정을 나누던 마을공동체도 무너졌다.
서해 갯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칠게가 사라지면 반찬거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낙지뿐만 아니라 도요새 등 물새들의 먹잇감이 사라져 생태계에 변화를 준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갯벌이다. 갯벌도 매일 숨을 쉬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갯벌을 유지하고 많은 갯벌 생물에게 좋은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칠게들이 갯벌에 수많은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면 바닷물이 갯벌 깊은 곳까지 산소와 다양한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갯벌은 수백 년 동안 인간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관계를 맺어온 ‘문화’다. 갯벌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갯벌에 기대어 살며 풍어제, 갯제, 씻김굿, 어업요 등 춤과 노래와 마을 의례 등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원들은 최근에 갯벌 축제와 생태관광의 자원으로 활용된다. 오랫동안 다양한 생명이 갯벌에 의존해 살아왔다.
2021년에 서천 갯벌, 고창 갯벌, 신안 갯벌, 보성‧순천 갯벌 등 ‘한국의 갯벌(Korean Tidal Flat)’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는데, 지금 시급한 일 중에 하나가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종을 조사하고 어획량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해안 매립과 간척 사업으로 갯벌 생물들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와 수온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양식기술이 발달하고 양식어업이 거대해지면서 갯밭의 가치와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다. 어촌이나 어촌 공동체도 약화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말할 것도 없고 어촌의 정체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갯밭이 살아 있어야 한다.
※ 이 도서는 2025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목차
프롤로그 : 갯밭과 갯살림
갯벌은 갯밭이다 ‧ 5 | 갯밭의 힘 ‧ 8 | 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갯밭 ‧ 10
제1부 갯벌은 삶이다
김 바람이 불어온다 : 김
김은 토산품이자 무역품이었다 ‧ 21 | ‘태인도 김가’가 기른 것이다 ‧ 23 | 선생질 그만두고, 김 양식이나 하자 ‧ 26 | 포도알처럼 잘 붙어라 ‧ 28 | 바다의 반도체 ‧ 29
바다의 화폐 : 미역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었다 ‧ 32 | 권문세도가들은 미역바위에서 소작료를 받았다 ‧ 35 | 미역 농사와 섬돌이 ‧ 37 | 산모는 미역국을 먹고 수험생은 먹지 않는다 ‧ 40
매화꽃이 피면, 감태가 익어간다 : 감태
감태지는 중독성이 있다 ‧ 42 | 씁쓸한 맛 뒤에 따라오는 단맛 ‧ 44 | 갯벌이 좋고 깨끗하다 ‧ 47 | 탄도에서 만난 감태 ‧ 48
갯벌을 지키는 토종의 맛 : 매생이
좋은 매산을 가려 많이 올리라 ‧ 52 | 가슴에 멍이 들어야 맛보는 음식 ‧ 54 | 향토 음식에서 웰빙 음식으로 ‧ 57
섬마을 건강과 살림 지킴이 : 톳
청보리가 출렁이면 톳이 춤춘다 ‧ 60 | 바다가 땅이고 어장이 논밭이다 ‧ 63 | 젖먹이를 키우는 어머니는 톳냉국도 못 얻어먹는다 ‧ 66
뭍으로 올라온 바다채소 : 모자반
도루묵과 물메기와 학공치가 알을 낳는 곳 ‧ 69 | 밭을 기름지게 한다 ‧ 72 | 잔칫날에는 몸국 ‧ 74
바다의 쌀 : 우뭇가사리
끓여서 식히면 얼음처럼 굳는다 ‧ 78 | 우뭇가사리가 밀려오는 바당 ‧ 80 | 우뭇가사리 부정 판매 사건 ‧ 82 | 우미냉국으로 허기를 달래다 ‧ 85
바다의 불로초 : 다시마
정약전은 다시마를 보지 못했다 ‧ 88 | 비행기를 타고 온 다시마 ‧ 90 | 땅 농사와 바다 농사 ‧ 92 | 잠자리는 없어도 다시마 자리는 마련한다 ‧ 94
제2부 갯벌은 단단하다
바다의 우유 : 굴
구조개랑 먹고 살어리랏다 ‧ 101 | 시어머니, 며느리, 손자며느리의 ‘삼대 조새’ ‧ 104 | 늦게 피는 돌꽃이 맛있다 ‧ 106 | 보리가 패면 먹어서는 안 된다 ‧ 109
입 앙다문 갯벌의 참맛 : 꼬막
참꼬막과 새꼬막 ‧ 113 | 갯밭을 튼다 ‧ 116 | 꼬막밭이 사라지면 ‧ 118 | 꼬막은 삶아서 바로 먹어야 한다 ‧ 120
바지락 못지않다 : 동죽
물총을 쏘는 것 같다 ‧ 123 | 물총칼국수와 동죽봉골레파스타 ‧ 125 | 검은머리물떼새가 유부도를 찾는 이유 ‧ 127 | 황금갯벌이 조개무덤이 되다 ‧ 129
조개의 귀족 : 백합
웬만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 132 | 백합은 언제부터 양식되었을까? ‧ 134 | 갯벌이 무너졌다 ‧ 136 | 백합이 사라지자 마을공동체가 무너졌다 ‧ 138 | 다시 그레를 들고 갯벌로 나갈 수 있을까? ‧ 141
어촌의 곳간을 책임지다 : 바지락
풍요와 다산과 순산의 상징 ‧ 143 |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 ‧ 146 | 바지락 밥상을 차리다 ‧ 148
손과 팔을 1만 번 넣어야 잡힌다 : 가리맛조개
물가에서 캐는 마 ‧ 151 | 맛조개와 가리맛조개 ‧ 153 | 입에서 단내가 나야 잡힌다 ‧ 155 | 갯벌에서 뽑다 ‧ 157
갯벌에서 건져낸 보석 : 개조개
육즙도 많고 살도 가득하다 ‧ 161 | 개조개를 캐는 영등철 ‧ 163 | 뱃머리를 노랗게 칠한 잠수기 어선 ‧ 165 | 통영의 개조개 사랑 ‧ 167
채소처럼 맛이 달다 : 홍합
속살이 붉다 ‧ 169 | 진주담치와 홍합 ‧ 171 | 홍합이 ‘오손 생물’인 이유 ‧ 173 | 음식이며 천연 조미료다 ‧ 175
제3부 갯벌은 다채롭다
갯벌을 날다 : 짱뚱어
눈이 툭 튀어나왔다 ‧ 181 | 짱뚱어는 잠꾸러기 ‧ 183 | 눈치 백 단 짱뚱어 ‧ 185 | 짱뚱어탕으로 가을을 맞는다 ‧ 188
어물전에서 뛸 만하다 : 망둑어
미끼도 없이 잡는 ‘공갈 낚시’ ‧ 190 | 잠자는 문어 혹은 잠자는 날치 ‧ 192 | 회로 먹으면 맛이 좋다 ‧ 194 | 망둑어와 막걸리 ‧ 196
외계인을 닮았다 : 개소겡
장어처럼 길다 ‧ 199 | 명절 전후로 개소겡을 찾는다 ‧ 202 | 개소겡 라면과 와라스보 구이 ‧ 205
제주 해녀가 사는 법 : 소라
껍데기가 빙빙 꼬여 있다 ‧ 208 | 칠성판을 지고 나가는 일 ‧ 210 | 먹어도 한 구덕, 안 먹어도 한 구덕 ‧ 213
소라가 아니라 참소라다 : 피뿔고둥
고둥 삼총사 ‧ 216 | 소라껍데기, 주꾸미를 유혹하다 ‧ 219 | 이만한 술안주도 없다 ‧ 221
칼을 대지 마라 : 전복
전복은 복어다 ‧ 224 | 전복은 포작인이 땄다 ‧ 227 | 전복 양식의 어려움 ‧ 229 | 전복을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 ‧ 231
작은 것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 고둥
보말도 괴기여 ‧ 234 | 고둥을 밥상에 올리는 일 ‧ 237 | 특별한 겨울 음식 ‧ 239
고놈의 ‘군수’ 때문에 못 살겠다 : 군소
바다 달팽이 혹은 바다 토끼 ‧ 242 | 가장 느리다 ‧ 245 | 바다의 산삼 ‧ 247
제4부 갯벌은 푸르다
조선의 왕도 탐한 맛 : 꽃게
횡보공자와 무장공자 ‧ 253 | 구운 게도 물지 모른다 ‧ 256 | 꽃게 먹고 체한 사람 없다 ‧ 258 | 꽃게탕부터 꽃게장까지 ‧ 260
민꽃게 앞에서 힘자랑하지 마라 : 민꽃게
조심해라, 손가락 잘린다 ‧ 263 | 춤추는 게 ‧ 265 | 민꽃게는 화려하지 않다 ‧ 267
도요새와 낙지와 인간이 탐하다 : 칠게
춤을 추는 듯해서 ‘화랑해’다 ‧ 271 | 물새들이 칠게를 좋아한다 ‧ 273 | 낙지도 칠게를 좋아한다 ‧ 275 | 칠게를 잡기 위한 함정 틀 ‧ 277
가을낙지만 한 게 없다 : 낙지
낙지는 매우 영특하다 ‧ 280 | 뻘낙지, 돌낙지, 세발낙지 ‧ 282 | 낙지가 귀해졌다 ‧ 284 | 연포탕에서 낙지호롱까지 ‧ 286
귀한 것은 먼저 입에 넣고 흥정해라 : 해삼
바다의 인삼 ‧ 290 | 더덕이 바다에 뛰어들어 해삼이 되다 ‧ 292 | 단 한 줄기 진미, 해삼 내장 ‧ 295
바다에 핀 붉은 꽃 : 멍게
바다 파인애플 ‧ 298 | 어선에 주렁주렁 달린 붉은 꽃 ‧ 300 | 멍게의 반란 ‧ 303
미더덕 팔자, 아무도 모른다 : 미더덕
물에 사는 더덕 ‧ 306 | 오만 곳에 붙어서 잘 자란다 ‧ 308 | 겨울잠을 깨우는 음식 ‧ 310
개의 불알을 닮았다 : 개불
말의 음경과 같다 ‧ 314 | 개불은 단맛이 난다 ‧ 316 | 개불잡이, 목이 탄다 ‧ 318
에필로그 : 다양한 생명의 공동체, 갯벌
갯벌, 생명을 품다 ‧ 322 | 갯벌, 문화와 살림을 만들다 ‧ 324 | 갯벌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 326
참고문헌 ‧ 328
저자소개
책속에서
모자반은 인간을 위한 먹거리보다 바닷물고기의 산란 장소로서 더 큰 역할을 한다. 동해의 도루묵이 알을 낳는 곳도, 남해의 물메기나 학공치가 알을 낳는 곳도 모자반이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1월 강원도, 어둠이 내리자 도루묵 암컷이 모자반 같은 해조류를 헤치고 다니다 알을 낳아 줄기에 붙인다. 그러면 기다리던 수컷들이 앞다퉈 정액을 방사한다. 수컷은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집단으로 정액을 뿌린다. 우리 바다뿐만 아니라 다른 바다에서도 모자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위 20~40도, 서경 30~80도 해역은 모자반류가 풍부해 ‘사르가소해(Sargasso海)’라고 부른다. 사르가소는 모자반속(屬)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뱀장어가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92년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가 항해하다 해조류가 배에 달라붙어서 마음대로 나가지 못한 곳이다.
- 제1부 「뭍으로 올라온 바다채소 : 모자반」
명절을 앞두고 벌교시장에서 만난 꼬막전 안주인이 손님에게 새꼬막과 참꼬막을 보이며 설명하는 말을 엿들었다. 참꼬막은 4년 정도 자라야 하고 새꼬막은 2년이면 상품으로 유통된다. 꼬막은 11월 말에서 다음 해 4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참꼬막은 자연산이고 새꼬막은 양식이었다. 이제는 참꼬막도 양식을 준비한다. 『자산어보』에는 참꼬막을 ‘감(蚶)’, 새꼬막을 ‘작감(雀蚶)’이라고 했다. 감은 ‘달콤한 조개’라는 뜻이고, 작감은 ‘참새가 물에 들어가서 된 조개’라는 뜻이다. 꼬막은 “밤만 하고 껍데기는 조개와 비슷하며 둥글다. 고깃살은 누렇고 맛이 달다”고 했다. 꼬막도 암수가 있다. 겉으로는 알 수 없고, 껍데기를 까면 암컷은 생식소 색깔이 담홍색이고 수컷은 유백색이다.
- 제2부 「입 앙다문 갯벌의 참맛 : 꼬막」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홍합은 동해에서 난다. 해조류가 자라는 위쪽에 분포하며, 맛이 채소처럼 달고 담박하므로 조개류이면서도 채소와 같은 채(菜) 자가 들어가는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이지만 염분이 거의 없고, 오히려 홍합 속의 칼륨이 체내에 축적된 나트륨을 제거해주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홍합은 늦봄에서 여름 사이에 산란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삭시톡신(saxitoxin)이라는 독소 때문이다. 『세종실록』(1450년 윤1월 14일)에는 “옥포(玉浦) 등지의 바닷물이 누렇고 붉게 흐리더니, 사람이 홍합(紅蛤)을 캐 먹고 죽은 자가 7인이나 됩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자 세종은 “홍합은 본시 독이 있는 물건이므로……죽은 자가 많은 것은 또한 모두 홍합 때문이 아닌지도 모르니 나이 많은 노인에게 물어서 아뢰라”고 명한다.
- 제2부 「채소처럼 맛이 달다 : 홍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