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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약혼자

언니의 약혼자

송명순 (지은이)
  |  
청어람
2016-10-19
  |  
9,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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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약혼자

책 정보

· 제목 : 언니의 약혼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04909856
· 쪽수 : 432쪽

책 소개

송명순 장편소설. 부모님의 이혼, 무관심한 아버지, 쌍둥이 언니의 배신으로 가족 따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다영. 어머니 쪽으로 가 사는 아영이 저 대신에 어머니의 인형이 되었음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느 날, 아영이 할 말이 있다며 다영을 찾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죽게 되고….

목차

프롤로그 / 제1장 / 제2장 / 제3장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제9장 / 마지막 장 / 에필로그 / 작가 후기

저자소개

송명순 (지은이)    정보 더보기
로망띠끄에서 ‘꽃등에’란 이름으로 가끔 출몰해 연재하며 살고 있음. 현재 로맨스 가면을 쓴 추리 스릴러인 ‘파트너’를 연재하고 있고, 다음 작품도 비슷한 스타일로 구상 중. 출간작 [종이책] 아토, 태양, 마지막 약속, 현무의 게임, 청룡의 사랑, 주작의 인연 등등 [전자책] 도베르만과 고양이, 강아지 길들이기, 사이킥 미스테리 등등
펼치기

책속에서

“아영아! 아영아!”
다영은 정혜의 오열을 들으며 사진 속 자신의 반쪽을 하염없이 보고 또 보았다.
이건 꿈이야. 분명히 이건 꿈이야. 이건 그저 끔찍한 악몽일 뿐이야. 이 끔찍한 장면이 끝나면 꿈에서 깨어날 테고, 그러면 방긋 웃는 아영이가 눈앞에서 웃고 있겠지. 그래 이제 깨자. 지금 당장 이 악몽에서 깨어나 살아 숨 쉬는 아영이를 만나자. 그리고 이상한 꿈을 꿨다며, 너 오늘 조심 좀 하라고 경고하자.
다영은 세뇌하듯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끔찍한 악몽이길 바라는 지금 이 장면이 바로 현실이라는 걸 아주 잘 알면서…….

[나 너에게 할 말 있는데, 잠깐 시간 낼 수 있어?]
“무슨 일인데? 너 무슨 일 있어?”

인형같이 예쁘게 웃던 반쪽이었다. 엄마 배 속에 함께 있었고,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한방에서 자란 반쪽, 아영은 다영의 쌍둥이 언니였다. 그런 언니의 목소리가 심각했다. 아니 어두웠다.

“전화로 말하면 안 돼? 나 지금 정신없는데.”
[전화로 할 말이 아니야. 얼굴 보고 할 말이야.]
“나 집 아니야.”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내가 갈게.]
“죽령고개라고 알지? 경상북도에 있는 그 죽령고개. 나 그 산속에 있다고. 죽었다 깨어나도 지금 너 못 만나. 가지도 못하고.”
[왜…… 거기 있어?]
“친분 있는 한옥 장인이 여기서 집 짓고 계셔. 집에 어울릴 가구 몇 개 주문하셔서 그거 상의하려고 와 있어.”
[알았어. 지금 내가 갈게.]
“나 모레 가니까 그날 만나자.”
[지금 만나야 해. 오늘 아니면 안 돼. 그러니까 주소만 줘. 내가 찾아갈게.]

다영이 아는 아영은 온실 속 화초였다. 깨지기 쉬운 유리였고, 어머니 정혜가 애지중지 아끼는 보석이었으며, 높은 성에 살면서 바깥세상 같은 건 전혀 모르는 공주님이었다. 그래서 아영을 만날 땐, 언제나 그녀가 활동하는 공간 속으로 다영이가 직접 갔었다. 그런 아영이 직접 다영이 있는 곳까지 오겠다고 할 정도면 꽤 심각한 일이 분명했다. 그래서 오라고 했었다. 그래서…….
“아영이 걔가 쟬 왜 만나러 간 거야? 도대체 무슨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 쟬 만나러 갔던 거냐고!”
정혜는 다영을 가리키며 사납게 소리쳤다.
“만약 할 말 있다 해도 네가 왔어야지! 네가 왔으면, 지금 아영이는 살아 있었을 텐데!”
정혜는 다영의 옷을 움켜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너 알고 있었잖아. 아영이 운전 서툰 거 알고 있었잖아. 알고 있으면서 운전을 하게 해?”
어머니 말이 맞다. 그때 오지 말라고 해야 했다. 바쁘다고, 만날 수 없으니까 절대 오지 말라고 해야 했었다. 그랬더라면 아영은 살아 있었을 텐데. 너무 늦어버린 후회가 다영을 괴롭혔다.
“내가 갈게, 이 말하기가 그렇게 힘들었어? 말 좀 해봐! 내가 갈게, 이 말 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냐고? 네가 그 말만 했었어도 아영이가 운전할 일은 없었을 거야! 운전만 안 했어도, 아영이는 지금 살아 있었을 거라고!”
“그만해! 다영이는 아영이가 운전하는 거 몰랐어. 아영이가 운전해서 갈 줄 알았더라면, 당연히 오지 말라고 했지! 운전이 서툰 애한테 오라고 했겠어?”
어머니 친구분이 말리는 것 같았다.
“아니! 얘는 처음부터 아영이에게 관심 없었어! 관심도 없는 언니라서 운전을 하는지 못하는지 상관 안 했던 거라고! 조금이라도 관심 있었으면 오지 말라고 했겠지! 내가 가겠다고 했겠지!”
정혜의 분노를 받으면서도 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진 속 웃고 있는 아영만을 볼 뿐이었다.
‘너 무슨 말 하려던 거야? 무슨 말 하려고 날 찾아올 생각을 한 거야? 그 말이 그렇게 중요한 말이었어? 네 목숨과 바꿀 만큼 중요한 말이었니?’
뚝 눈물이 떨어진다. 다영은 떨어진 눈물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그리고 훔친 그 눈물을 내려다보았다.
눈물이다. 이건 슬프다는 뜻이겠지?
반쪽 쌍둥이, 한날한시에 같이 생겨난 존재. 이것만으로 아영이의 죽음은 눈물 흘리며 슬퍼할 이유로는 충분했다.
“너 아영이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정혜야! 너 정말 왜 이래? 아영이는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난 거야! 다영이 잘못이 아니잖아!”
자신을 둘러싸고 주위에 이런저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다영은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어떠한 동요도 없이 자신이 봐야 할 딱 한 곳만 응시했다.
물어보고 싶은 말은 하나도 물어보지 못했다. 물어볼까 하고 생각은 했지만, 나중에, 또 나중에, 급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며 묻지 않았었다. 지난 과거니까. 안다고 한들 변하는 건 없으니까. 늦게 알아도 상관없다 여겼다. 하지만 물어봤어야 했다.
‘하아영, 왜 그렇게까지 했어?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했는데?’
마음속으로 한 질문. 너무 늦어버린 이 질문에 대답은 없다.
“넌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어째서 아영이가 죽은 거냐고! 살려내! 내 딸 살려내라고!”
아영이는 어머니의 딸이었다. 이혼하면서 어머니는 아영이를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받지 못한 다영은 아버지와 함께 남겨졌다.
전혀 닮지 않은 쌍둥이. 전혀 다른 쌍둥이. 쌍둥이 같지 않은 쌍둥이.
한 명은 예쁘고 귀여운 인형, 한 명은 못난이 인형 같은 쌍둥이였다. 그렇게 달라도 쌍둥이는 쌍둥이인데, 쌍둥이는 한쪽이 아프면 다른 한쪽도 아프다던데,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넌 죽었는데, 난 어째서 이렇게 멀쩡한 거지? 내 반쪽이 이 세상에 없는데, 난 어째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었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은 멀쩡하게 살아 있다.
어째서야? 쌍둥이인데, 어째서 우리 둘은 다른 운명인 거야?
다영은 온몸에 힘이 풀린 탓에 휘청거렸다.
“괜찮아요?”
단단한 팔이 다영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귓가에 부드러운 음색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상우야, 다영이 데리고 나가. 어서!”
“가죠.”
“안 돼요. 안…….”
아영이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영이 혼자 무서울 텐데, 이 무서운 곳에 아영이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다. 다영은 자신을 감싸 안은 팔을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손을 뿌리칠 힘이 지금 다영에게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남자에게 이끌려 장례식장 밖으로 나온 다영은 근처 벤치에 앉혀졌다. 그리고 남자는 잠깐만 기다리는 말을 한 뒤에 사라졌다.
“마셔요.”
손에 자판기에서 갓 뽑은 커피가 들려진 건 사라졌던 남자가 몇 분 후 다시 돌아왔을 때였다. 남자는 다영의 손에 커피를 쥐어주고는 그녀 옆에 앉았다.
“아영이가 쌍둥이 동생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다영 씨 이야기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을 정도니까요.”
부드러운 음성이다. 다영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나이는 많아야 삼십대 초반. 객관적으로 봐도 꽤 잘생긴 사람이었다. 쌍꺼풀은 없지만 눈은 큰 편이고, 콧날도 높고, 입술 선도 뚜렷하다. 키도 크고, 슈트가 아주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어째서…… 일까요?”
“뭐가요?”
“그 겁쟁이가 왜…….”
“다영 씨를 만나러 위험한 용기를 냈냐고요?”
“네.”
“할 말이 있었을 겁니다. 그때가 아니면 안 될 말. 그 말을 하기 위해, 하아영, 그 녀석이 정혜 이모께서 쳐 놓은 울타리 밖으로 나간 겁니다.”
다영은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하나 확실한 건, 다영 씨 탓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영 씨 탓이 아니라, 더 큰 용기를 못 낸 아영이 본인 탓입니다.”
이 남자는 아영이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쌍둥이인 다영 자신이 모르는 부분까지 모두. 남자는 다영의 어깨를 두어 번 톡톡 두드려 준 후, 일어섰다.
“더 있다가 들어와요. 마음 좀 가라앉히고.”
남자가 다시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고, 다영의 시선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함께 살지 못했던 쌍둥이였다. 중·고등학교 땐, 아영이가 미웠었다. 아니 가족 모두가 미웠다. 자신이 아니라 아영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가 미웠고, 그때 그렇게까지 한 아영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일부러 아영의 전화를 피했다. 물론 편지에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연락하고 지낸 것이 겨우 이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그 모든 것이 후회가 되어 밀려왔다.
“아영아…….”

“누구야?”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던 상우는 입구에서 한 사람을 만나자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뭐가?”
“너랑 함께 있던 여자, 누군데?”
“아영이 동생.”
태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상우는 태인이 다영을 보지 못하게 몸으로 앞을 막았다.
“너도 다영이 원망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그냥 동생이라고 하…….”
목이 메는지 태인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하긴 지금 이곳에서 가족 이외에 가장 슬플 사람은 이 남자, 태인이다. 아니 어쩌면 제일 아플지도 모른다. 앞에 나서서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만 할 테니까.
“계속 생각했어. 왜 나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어도 됐을 텐데, 나도 몰래 동생을 만나러 가야만 했을까?”
“동생과 둘이서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거야. 발단이 뭐든 결론은 하나야. 다영이는 아무 잘못이 없어.”
“알아.
운전대를 잡은 건 아영이 스스로 결정한 거니까.”
“그럼 됐어. 그것만 기억하면 돼.”
상우는 힘내라는 뜻으로 태인의 어깨를 몇 번 툭툭 치고는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래도 너무 무심했잖아.”
하지만 떼었던 발을 앞으로 내딛기도 전에, 태인의 입에서 원망하듯 터져 나온 말에 다시 제자리에 멈춰 섰다.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한 번은, 딱 한 번은 물어볼 수 있었잖아. 하다영이 그렇게 무관심하지만 않았어도…… 아영이에게는 마음 터놓고 상담할 유일한 상대가 동생이었는데…….”
“원망 쏟을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다영이는 아무것도 몰라. 지금도 다영이는 어째서 아영이가 그렇게 급하게 자기를 찾아왔어야 했는지 궁금해해. 모든 걸 다 알면, 과연 다영이가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한 널 원망할까, 여동생을 지키지 못한 날 원망할까? 얼마나 한심한 사람들이면, 남자 두 명이 여자 한 명을 지키지 못하지? 이런 결론을 내리고 오히려 우리를 원망할 거라는 생각은 왜 못 해?”
상우는 답답한 나머지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주위 누구도 듣지 못하게, 태인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과정이 뭐든, 넌 사랑하는 여자가 혼자 모든 걸 감당하게 했고, 난 오빠로, 아영이를 친여동생이나 다름없다 말하면서도, 제대로 된 방패가 되지 못했어. 이게 아영이가 죽게 된 원인이야.”
아파 하는 태인의 심장에 커다란 대못을 박았다는 건 상우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녀석을 자극하지 않으면, 이 녀석 안에 있는 아픔이 모든 원망을 다영에게 쏟을 것만 같았다.
“다영이가 아니라, 바로 너와 내가 아영이를 죽인 거라고.”
이 말들이 친구의 상처를 후벼 파겠지. 하지만 상우는 친구를 위로하는 대신 다영을 감싸는 쪽을 택했다. 지금 상우 생각은 하나였다. 아영의 죽음으로, 아영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다영을 원망하는 건 막아야 한다. 다영에게 쌍둥이 언니의 죽음과 동시에 모든 사람의 원망까지 감당하게 해선 안 된다.
“자기 장례식장에서 동생이 죄인이 되는 건, 아영이 뜻이 아니야. 아영이는 알고 있었어. 좀 더 빨리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어야 했다는 걸.”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어뜨리는 태인을 보며 상우는 다시 깊고 무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이모!”
상우는 정혜의 손에 있는 술병을 빼앗았다.
“우리 상우 왔어?”
아직 해도 다 떨어지지 않은 초저녁이었다. 하지만 정혜는 이미 만취 상태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이모 왜 이러세요? 아영이 죽은 지 일 년이 넘었어요. 이제는 받아들여야 해요. 잘 아시잖아요!”
정혜와 상우의 어머니 나희는 친한 친구 사이로 바로 옆집에 살기 때문에 마치 한 가족인 듯 가깝게 지냈었다. 그래서 상우와 아영은 어렸을 적부터 서로 이모, 이모부, 오빠, 동생, 이러면서 가족처럼 지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 수 있겠어? 난 이제 아무 희망도 없어. 기 쓰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자식 둘 중 한 명이 죽은 거잖아요. 나머지 한 명은 생각 안 하세요? 이모까지 잘못되면, 다영이 어떻게 해요? 다영이 혼자 아버지 장례식 치르고, 쌍둥이 언니 장례까지 치렀는데, 연이어 마지막 남은 가족인 이모 장례식까지 치러야겠어요?”
상우가 다영의 이름을 입에 올린 순간, 정혜는 움찔하면서 쓰러지려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 위해 노력했다.
“다영이도 엄마가 그리울 거예요. 이모도 마찬가지잖아요.”
“다영이 걔 나 못 받아들일 거야.”
정혜는 고개를 저었다.
“가족이잖아요. 노력하다 보면 좁혀질 거예요. 제가 찾아가서 부탁해 볼게요. 그러니까 술은 그만 드세요. 이모 이러고 계시면 걱정돼서 일도 제대로 안 된단 말이에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잔소리 그만해.”
“주무세요.”
상우는 정혜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잠이 들 때까지 한참 동안 침대 머리맡을 지켰다.
정혜가 잠든 후, 조심스럽게 방을 나온 상우는 집이 아닌 이 층 아영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사진 속 아영을 들여다보았다.
“모두 다 엉망진창이야.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에 상우는 무거운 한숨에 답답한 마음을 담아 토해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영이는 잘 이겨내고 있다는 거야.”
다영의 이름을 입에 올린 상우가 갑자기 픽 웃음을 터뜨렸다.
“아영아, 내가 아는 다영이랑 네가 말하는 다영이가 차이가 너무 커서 사실 믿지 않았어. 난 여리고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아이를 기억하는데, 넌 고집 세고, 강하고, 성격 급하고, 싸움꾼 다영이로 설명했으니까. 지난 일 년 동안 멀리서 다영이를 지켜봤는데, 네 말이 맞더라? 얼마나 황당하든지.”
아영이 장례식 이후 상우는 가끔 다영을 찾아갔었다. 자신이 누군지 설명하기 위해 가만히 상황을 보던 중 가구 만드는 목재를 가지고 온 업자와 사납게 싸우는 다영을 몇 번이나 보게 된 것이었다.
“하얀 레이스 달린 옷만 입던 공주님이 어쩌다가 그렇게 터프해지셨는지.”
어깨까지 오는 머리를 대충 하나로 질끈 묶은 다영은 청바지에 어두운 빛깔의 상의를 걸치고 긴 작업용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래도 반가웠어. 예전에 그 꼬마 아가씨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까만 눈동자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던 동그란 눈과 햇빛과 안 친할 것 같은 하얀 피부는, 상우의 기억 속 바로 그 하다영, 아니 상우가 꼬마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부르던 그 아이였다.
“네가 하려던 것, 이모와 다영이를 가족으로 만드는 그 일, 내가 해야겠지? 그런데 아영아, 나 무서워. 걔 싸우는 거 보니까, 내 멱살 잡고 가볍게 던질 것 같단 말이야.”
자기 말하고도 웃긴지, 상우는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하아영, 너 너무 큰일은 나한테 떠넘겼어. 알기는 아냐?”
상우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아영의 사진을 톡톡 두드렸다.
“그래도 걱정 마. 내가 잘 해낼게.”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러닝머신을 뛴 상우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서 민정혜 사장님이 아영이 동생이랑 널 약혼시키려 한다고?”
민정혜 사장님. 동현은 정혜를 그렇게 불렀다.
정혜는 패션 그룹 MIN의 대표 이사로, 여성의류 브랜드와 남성의류 브랜드, 그리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대한민국 의류 기업 브랜드 순위 10위에 오른 회사였다. 업계에서 정혜가 높게 평가받는 건, 아버지가 하시던 의류 사업을 지금의 기업 형태로 키웠을 정도로 사업 능력에서만큼은 대단한 수완가이기 때문이었다.
태인과 동현은 상우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응.”
“왜 갑자기 일이 그쪽으로 튄 거야?”
동현은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 이미지 탓일까. 그는 진지함이란 게 없었다. 늘 가볍고 장난스러웠다. 하지만 늘 예외는 존재하는 법. 변호사로 법정에 서는 그 순간만큼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지해지는 녀석이라, 상우는 가끔 두 사람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아영이 죽은 뒤로 이모 생활이 엉망이잖아. 내가 가끔 회사에 들어가 보는데, 거기도 말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술이라도 그만 드시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만 정신 좀 차려달라고, 다영이를 입에 올렸던 것뿐인데 그게 약혼으로 되돌아온 거야.”
상우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슨 족보가 이래? 엄밀히 말해서 너 형부 아니냐? 네가 공식적으로는 아영이 약혼자였잖아. 비공식적으로는 이놈이 진짜 애인이긴 했지만.”
동현은 상우와 태인을 차례로 보면서 재미있다는 듯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정확히는 예비 약혼자였겠지. 약혼식 삼 일 전에 사고가 났으니까. 그리고 약혼식은 처음부터 없었어. 그리니까 예비 약혼자도 아니야. 그냥 오빠겠지.”
아영이가 죽은 지 일 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상우가 아영의 공식 약혼자로 인식되는 건 싫었기 때문에, 태인은 동현이 한 말에 틀린 부분을 콕 집어서 정정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편안한 오빠. 옛날 아영이 태인에 대해 내린 정의였다. 그런 편안함 때문에 태인을 사랑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영은 그게 제일 필요했을 테니까.
사실 처음 두 사람이 사귄다 했을 때 상우는 진짜 괜찮겠냐고 물었었다. 친구 중 가장 성격이 좋은 사람이 태인이긴 하나, 정혜가 가장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녀석도 태인이기 때문이었다. 아영은 당당히 자신 있다고 말했고, 상우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하며 알았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때 말렸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고, 상우는 가끔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혜 이모께서 이렇게 나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으니까.”
상우는 진짜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예비 약혼녀의 동생이라. 표면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아영이 어머니, 너 포기 못 하실 거야. 이 세상에서 그분 사위는 너 한 명뿐이니까. 포기가 가능했으면, 아영이가 그렇게 도망치려 하지 않았겠지.”
태인의 말 속에는 깊은 원망이 묻어 있었다. 친구에게 연인을 잃은 아픔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우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진짜 약혼은 아영이가 아니라 걔랑 하는 거 아니었냐? 원래 민정혜 사장님께서 애지중지 아끼던 아이는 아영이가 아니라 걔라며? 게다가 원래 계획대로 태인이랑 아영이가 사라지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 대충 짐작하고 있었잖아. 민 사장님 그 약혼식장에 아영이 대신 하다영 밀어 넣을 가능성 90% 이상이고, 쌍둥이라 해도, 상우에게 여동생은 아영이밖에 없으니, 당연히 한쪽은 여자고. 뭐가 문제야? 원래대로 가는 건데?”
“동현이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태인은 짜증 내듯 말하고는 물을 몇 모금 벌컥벌컥 마셨다.
“태인이 너도 바라던 것 아니었어? 네가 아영이랑 이어지려면 상우를 해결했어야 했고, 상우를 해결할 방법은 아영이 동생뿐이었다는 거 잘 알고 있었잖아.”
아영이가 살아 있었을 때는 동현이가 말한 대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영의 동생과 상우가 결혼하면, 아영이는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어쩌면 도망이라는 방법 말고, 이곳에서도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던 건 사실이었다.
“뒤진다? 내가 짐짝이야? 여기저기 던져서 넘기게?”
상우가 매섭게 인상을 쓰자, 동현은 어색하게 하하 웃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거나 대단하신 우리 한상우 님께서는 가만있어도 약혼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와! 이건 행복의 사나이인 거지.”
동현이 대놓고 놀려대자 상우는 들고 있던 생수병을 친구에게 던졌다. 그러자 동현은 자연스럽게 그 생수병을 받아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얄밉게 히죽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영이 분명히 거품 물 거야. 예전 꼬마 아가씨라면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겠지만, 지금은 절대로 아니지. 그 성격에 뒷목 잡고 안 쓰러지면 다행이다.”
목재를 잘못 가지고온 업자를 향해 무섭게 따지던 다영이 머릿속에 스치자 상우는 오한이 드는지 가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하다영 그렇게 대단해?”
동현은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눈을 반짝였다.
“넌 다영이가 화내는 걸 안 봐서 몰라. 조금 떨어져 서 있는데도 눈에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보이더라.”
“민정혜 사장님보다도 더? 설마!”
“두 성격이 부딪치면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동현은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영이 어머니, 그 동생이 꺾을 확률은 없는 거야?”
“모르겠다. 중간에 나만 새우 등 터지게 생겼어.”
상우는 다시 생각해도 골치가 아픈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침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
다영은 향긋한 원두커피 향기를 맡으며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차가운 한파로 며칠 움츠려 있던 사람들의 몸이 가볍다. 이건 날씨가 한결 따뜻해졌다는 의미였다. 하늘은 맑았고, 이상하게 공기까지 상쾌하게 느껴지는 그런 아침이었다.
“좋다.”
다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오늘도 평화롭게 지나가길 빌었다.
까악, 까악.
하지만 예상치 못한 까마귀의 출연에 그녀의 미간은 저절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뭐지, 이 엄습해 오는 불안감은?
오늘 하루 자신에게 닥칠 불행의 가능성을 생각하던 다영은 머릿속을 텅텅 비우고 그냥 당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푸드덕 그리고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다영은 고개를 돌려 방금 자신이 있던 베란다를 보았다. 그리고 베란다 바로 앞,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치를 보게 되었다.
“나쁜 일 하나, 좋은 일 하나? 아니면 나쁜 소식 하나, 좋은 소식 하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다영은 곧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반품 하나, 주문 하나. 이거겠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약혼할 거야?”
피트니스클럽에서 동현은 혼자 자기 차를 몰고 가고, 동현과 함께 온 태인은 웬일인지 상우와 함께 간다며 그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 태인은 진짜 상우에게 묻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왜 궁금한데?”
“이번에도 아영이 때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렇게 방관만 할 건지 물어보는 거야.”
“이제는 나인가 보다?”
“뭐?”
“네 원망의 대상이 이제는 나냐고 물어보는 거야.”
“사실이잖아. 너 아영이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렇게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잖아. 아영이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데도, 그냥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며 그냥 수수방관했잖아.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아영이 동생한테도 그렇게 무관심할 거냐고!”
“수수방관? 무관심?”
차가 신호에 걸리자, 상우는 옆에 앉은 태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가 뭘 더 해야 했냐? 너희 둘을 위해 너희 떠나는 날에 딱 맞춰서 약혼 날짜 잡아주고, 너희 알리바이 만들어주고, 너희 떠나면 그 뒷정리까지 다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것 이외에 더 뭘 해줬어야 네 마음에 들었을 거냐고!”
“아영이가 죽었잖아!”
태인은 치밀어 오른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만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럼 물어보자. 내가 방패가 돼서 이모 시선 막고 있는 동안 넌 뭐했는데? 넌 이모는 고사하고 아영이조차도 설득 못 했어! 그럼 그 설득까지 내가 해야 했어? 아영이를 설득하고, 이모를 설득하고, 너희 결혼하는 것까지 내가 다 해줘야 했었냐고!”
화난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른 상우는 신호가 바뀌자 거친 숨을 내쉬며 다시 차를 몰았다.
“아영이는 나도 아파. 너에겐 사랑이지만, 나에게는 가족이었던 애야. 아영이를 생각하면 나도 아프다고. 처음부터 태인이 네가 직접 나서게 했다면 지금 아영이는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희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내가 한 행동들이 잘못되었던 건 아닌지 나도 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넌 그런 변명이라도 하지. 난 뭘 할까? 아영이가 죽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난 너 때문에 대놓고 아영이를 그리워할 수도 없어. 공식적으로 아영이의 남자는 너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건 아니지. 게다가 네 사랑을 위해 난 어른들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해왔어. 누구도 친구와 동생을 위해 그렇게 못 해. 그러니까 난, 너한테 이런 원망 들을 이유 없어!”
알고 있다. 상우는 아영의 어머니인 정혜의 눈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100%, 아니 120%의 역할을 해왔었다.
상우는 아영과 태인이 데이트라도 하는 날이면 정혜에게 전화를 걸어서 허락을 받았고,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알리바이를 만드느라 밤늦도록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짧은 여행을 갈 때는 상우도 덩달아 외박을 했고, 어쩌다 아영과 태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자기가 잘못해서 태인이를 대신 보냈다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아영과 태인이 도망갈 준비를 하는 동안, 완벽하게 정혜의 눈을 가리기 위해, 거짓으로 약혼 날짜까지 잡게 된 것이다. 약혼 날짜는 아영이와 태인이 떠나는 그날이었고, 그들이 사라지면 상우는 그 뒷수습까지 다 책임지기로 했었다.
“미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아영이 뜻에 동의한 건, 아영이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야. 내가 정신 이상한 인간이라 해도, 그 정도까지는 미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영이 뜻에 따라준 것은, 널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혜 이모의 성격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그런 미친 짓이라도 해서 아영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여겼기 때문이야! 그게 오빠로서 아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알아?”
상우는 답답한 마음에 무겁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만하자. 지금 우리에게 아영이는 아픈 응어리야. 죽은 아영이를 계속 아픈 응어리로 남기면 너하고 나, 결국엔 친구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어. 아영이도 그걸 원하지는 않을 거야.”
태인은 머리를 등받이에 툭 기대며 초점 없는 눈으로 앞을 응시했다.
“아영이 쌍둥이 동생 말이야?”
“왜?”
“만약 그 아이가 아영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 아영이처럼 똑같이 됐을까?”
“그런 가정법은 쓰는 게 아니야.”
“아니지. 달랐을 거야. 만약 아영이 동생이 아영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넌 거짓 약혼식이 아니라 진짜 약혼식을 하려 했을 거잖아. 그리고 진짜 약혼녀인 그 아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렇게 멀리서 보고 있지도 않을 거고. 내가 왜 너에게 화내는지 알아? 한상우 넌, 아영이에게만큼은 비겁하고 비열한 놈이었기 때문이야.”
상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만약 아영이가 아니라 다영이었다면, 동생이 아니라 여자일 수도 있었다. 만약 함께 자란 아이가 아영이 아니라 다영이었다면, 상우는 오빠의 마음이 아니라 남자의 마음으로 다영이를 대했을 가능성이 컸었다.
“그래서 너 어떻게 할 거야? 약혼할 거야? 아영이는 오랜 시간 그렇게 혼자 시리고 아프게 했으면서, 너 아영이 동생과 약혼할 거냐고!”
상우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핸들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는 모습이, 지금 상우의 감정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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