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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04923555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1-07-01
책 소개
목차
제2장. 지상 과제-전시회를 성공시켜라
제3장. 반전의 뉴욕
제4장. 만렙 뉴비
제5장. 강자의 향기
제6장. 운명적 기시감
제7장. 진격을 준비하며Ⅰ
저자소개
책속에서
좋았어.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냄새 때문이었을까?
후맹으로 불리던 후각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닉네임 찐―후맹 윤강토.
냄새를 아주 못 맡는 건 아니다. 다른 학생들이 아밀 아세테이트 1,000분의 1 희석액의 냄새를 맡을 때 10분의 1 희석에서 코박킁으로 허우적대기.
엄밀하게 말하면 후약(嗅弱)에 속했다.
[프랑스 도착, 절대로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실 것.]
할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내고 파리 땅을 밟았다.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내렸다.
후각망울 안에 초강력 멘톨향 폭탄이 터진 듯 조금 더 후련해졌다.
아주 좋았어.
뭔가에 홀린 게 아니고는 설명될 수 없는 기분이었다.
26살의 생일을 하루 앞둔 5월의 어느 아침.
연휴에 더해 며칠 결강까지 각오하고 파리로 날아왔다.
어쩌면 조향사의 꿈을 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기로.
그 착잡함마저 사라졌다.
[프랑스]
[그라스]
[향수]
윤강토에게는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세 단어가 있었다.
이유 없는 기시감이었다.
무궁화 다음으로 아이리스가 좋았고.
유럽 맹신자도 아닌데 태극기 다음으로 프랑스 국기 ‘라 트리콜로르’가 좋았다.
백일 날, 상 위에 가득한 것들 중에서 강토의 선택을 받은 것도 엄마의 향수병이었다. 아무것도 집지 않자 엄마가 서둘러 추가한 물건에 ‘조 말론’의 향수가 있었다.
“향수를 왜?”
아빠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강토의 선택은 뜻밖에도 그 향수병이었다.
“얘가 향수를 좋아하나 봐.”
엄마가 살짝 분사해 주니 허공을 더듬다 잠이 든 게 강토였다.
발길이 골동 향수 상점 앞에 멈췄다.
마치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는 종착지 같았다.
가슴속의 안개가 더 많이 걷혔다.
마침내 고장 난 내비게이터에 불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왜일까?
왜 프랑스였을까?
그중에서도 왜 여기였을까?
어떻게 보면 전서 비둘기의 귀소본능인 양 이끌렸다.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차이니스?”
푸른 차양을 단 상점의 주인이 호객을 시작한다.
“코리안.”
한마디로 비껴 갔다.
“오, BTS.”
주인이 Dynamite의 안무 포즈를 취하며 아양을 떤다.
“찾는 거 있어?”
영어가 이어진다.
강토의 시선은 향수 진열대에 꽂혀 있었다. 마치 최면성 강한 파출리 향에 중독이라도 된 듯.
낡은 삼나무 선반에는 고풍스러운 향수병들이 가득했다. 일부 네임드는 낯이 익었다. 소위 명품 중고도 보였다. 쓰다 남은 것부터 레이블이 찢겨 나간 것, 스프레이가 망가져 코르크로 대충 막은 것까지.
다―양―다―종.
그 단어가 낡은 병 위에서 데구르 구르는 것 같았다.
“구경하셔. 14세기 장미수부터 우비강, 19세기 푸제아 로얄까지 뭐든지 다 있거든.”
‘…….’
강토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주인 구라가 너무 나갔다.
골동 향수가 꽤 보이지만 그런 향수는 있을 리 없었다. 푸제아 로얄은 베르사유 향수 박물관 오스모테끄에 ‘온리 원’이다. 향수에 대한 지식이라면 결코 달리지 않는 강토였다.
- 본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