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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시대 일반
· ISBN : 9791124105108
· 쪽수 : 584쪽
· 출판일 : 2026-10-16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5
연표 18
도입 한국과 제국의 전통
제국의 모습·26 | 한중관계사 속 의례와 수사·33
제국 국가가 아닌 제국 전통·37
외교의 레퍼토리: 접근 방식과 출처·47
1부 | 공유된 과거
1장 위대한 자를 섬기다
사대와 유원·65 | 외교 표문·72
‘제통 전승’을 인정하다·78 | 명나라 표전문 사건·86
2장 권위의 조건들
실지회복주의의 그늘·99 | 의례 참월·104
주권으로서의 ‘성교’·111 | 세종의 하늘·117
세종의 알파벳·123 | 세종의 악사들·129
2부 | 외교의 실천
3장 겉모습의 이면
수양의 사명·144 | 요동을 통하는 길·147 | 황제의 조정에서·152
이중적 진실·155 | 책봉을 받다·165
4장 제국의 이름으로
황실과 경쟁하다: 1459년 진가유의 사행·177
낭발아한의 죽음: 장녕의 1460년 사행·180
중개자로서의 명: 마감의 1461년 사행·186
정의로운 전쟁: 건주에 대한 공격·197
3부 | 에큐메니컬 경계
5장 제국을 구슬리다
황제의 우월감·215 | 중개인의 몫·219 | 관료의 생각·226
6장 조선을 표현하다
바다를 표류하다·244 | 변무 운동·249 | 문 밖에 서다·261
7장 의례를 다투다
불안정한 신호들·272 | 교외에서의 영접·276
왕의 면복·283 | 말로 오랑캐를 복종시키다·293
4부 | 문장의 제국
8장 눈부시게 빛나는 꽃들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사행시·317 | 산수와 역사·324
동점지화인가, 동방지화인가?·331 | 『시경』의 재현·340
9장 사신의 미덕
기생을 물리치다·352 | 평판의 정치학·360
상상된 정자들·371
10장 복종하지 않는 동방
기자신화의 설화 체계·381 | 공간의 생산·388
조작된 고대·394 | 고전의 재해석·402
결론 도덕적 제국이라는 신화
임진전쟁과 그 이후·415
과거에는 ‘올바른 이름’이 없다·423
왕조와 통치자들 431
미주 436
참고문헌 516
옮긴이 후기 552
찾아보기 575
책속에서
이것은 현대 민족주의적 관점(중국이든 한국이든)에서 보면 다소 역설적이지만, 조선의 외교 전략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중국이 상상해 온 ‘제국’의 모습 자체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오늘날 철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같은 학문 분야에서 논의되는 제국의 관념, 혹은 대중문화와 인터넷 담론 속에서 재현되는 중화 제국의 이미지들 역시, 그 일부는 조선의 사신과 관료들이 중화 제국을 특정한 시각으로 묘사하려는 오랜 노력의 결과였음을 시사한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길고 미묘하며 복합적인 흐름 속에서 드러내고자 했다.
이러한 수사적 전략은 조선의 외교 기록에 생생한 제국의 존재감을 유지했다. 조선의 외교 관행에서 구체화된 이 기록은 외교 서한, 시집, 여행기, 편람, 사절 보고서 등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후대에 참고될 것이라는 인식하에, 단 하나의 행동이나 순간적인 행위라도 기록으로 남겨지면 미래에 준거할 수 있는 선례가 되었다. 이러한 누적 효과를 통해 외교 활동 기록은 그들이 개입하고자 했던 바로 그 제국 전통의 일부가 되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자료들과 실록을 비롯한 조선과 명나라의 공식적인 편년체 사료를 바탕으로 주장을 전개한다. 이 자료들은 조선왕조가 수동적인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필수적인 이해당사자로서 명 제국의 건설 과정에 어떻게 동참했는지를 보여준다.
1413년 영락제가 몽골을 공격했을 때, 명 제국의 실지회복주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명나라 궁궐에서 일하던 조선 태생의 환관 윤봉尹鳳(1400-1450년 활동)은 몽골 원정이 끝나면 황제가 바다를 통해 일본을 침략하기 위해 3천 척의 군함을 건조하도록 명령할 것이라고 조선에 알렸다. 신빙성이 불확실한 정보였지만 이 이야기는 태종의 조정을 경악하게 했다. 일부
신하들은 이것이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도 침략 의도를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압록강과 조선 동남부 해안에 군관들을 파견하여 전쟁 준비를 하자고 제언했다. 하지만 명나라의 위협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태종은, 황제가 “최근 조선을 대함에 있어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논쟁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조선의 대신 하륜河崙(1348-1416)은 왕에게 역대 황제들이 경쟁자들에게 거짓 약속을 건넨 뒤, 하나하나 공격해 나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하륜은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제秦始皇帝(재위 기원전 221-210년)의 이름만 언급했지만,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분할 정복 전략을 취한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하륜은 왕에게 수도를 요새화할 것을 강력히 주청했고, 다른 신하는 일본과 방어 동맹을 맺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