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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818892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6-03-0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사랑과 욕망 사이
1장-감춰진 마음, 드러난 마음
2장-이젠 못 버티겠어
3장-그와 그녀의 달콤한 시간
4장-사랑할 때는 죽을 듯이
5장-한 사람만 바라본다는 건
6장-사랑하고 있어
7장-가족과 연인
8장-만만치 않는 그녀
9장-여우에게 먹히다
10장-오해하다
11장-새로운 시작
12장-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곳에서의 그와 그녀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은 그냥 퇴근할 테니 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해요.”
“네, 그런데 행선지를 알려 주시면…….”
“외근으로 해 놔요. 사장님이 물으시면 연수 갔다고 하고요.”
“네, 부사장님.”
준혁은 저택으로 가서 간단하게 캐리어를 챙겨 연수원이 있는 속초로 향했다. 빠른 속도로 차를 몰던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본사에 있을 때도 이 계열사로 온 이후로도 연수원엔 가 본 적이 없었다.
어제 수연과 키스를 나누면서 혼란스럽고 망설여지던 감정이 사라졌다. 품에 안긴 따뜻한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시애틀에서 함께 보낸 1주일간의 밤이 떠올랐다.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수연의 부드러운 몸 위에서 쾌락에 몸부림쳤던 그 시간들 속에서 이미 그는 무너졌는지도 몰랐다. 관계의 위험성을 깨달았을 때는 벌써 늦었던 것이리라.
차창 밖으로 파란 가을 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속도를 줄이며 그 풍경을 바라보던 준혁은 차 회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여자를 찾으면 돼. 머릿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바로 네 여자겠지.
준혁은 이미 자신의 속에서 나온 수많은 마음의 가지가 수연을 향해 미친 듯이 뻗어 가는 것을 느꼈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차 회장과 신혁처럼 그도 이미 수연을 갈수록 굵어지는 집착의 가지들로 칭칭 묶고 있었다. 핸들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가해졌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우리 갈 데까지 가 보자. 그곳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함께 가자.”
* * *
준혁이 칵테일을 수연에게 내밀었다.
“마셔. 이 칵테일 이름이 왜 준벅인지 알지? 6월의 벌레라는 뜻이잖아. 벌레가 꼬일 만큼 달콤해서 지어진 이름이야. 새콤한 신맛도 있고 달달하지. 아주 치명적인 칵테일이야. 한번 마시면 계속 마시고 싶어지지. 안아도 안아도 미칠 듯이 안고 싶은 너처럼 말이야.”
준혁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수연을 바라보면서 마티니를 마셨다. 독한 술기운이 쓰라린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어느새 한 잔을 다 마신 그가 다시 벨을 누르자 바텐더가 급하게 들어왔다.
“앱솔루트(Absolute) 한 병 주고 이제 들어오지 말아요.”
“네.”
바텐더가 양주와 얼음을 놓고 사라졌다. 수연이 앱솔루트를 따라 스트레이트로 마시려는 준혁의 손을 잡았다.
“도대체 왜 그래요? 말을 해요. 내게 화났죠? 준혁 씨, 제발 얘기해요.”
술잔을 단숨에 비운 준혁이 수연을 잡아당겨 입술을 겹쳤다. 수연은 훅하고 밀려들어 오는 보드카의 독한 향에 순간 정신이 얼얼해졌다. 수연은 준혁이 자신과 일우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는 것을 직감했다.
느릿느릿 그녀의 혀를 음미하듯 빨아 당기던 준혁의 키스가 거칠어졌다. 수연은 잡아당기는 그의 팔 힘에 스툴에서 떨어져 그에게 안겼다. 준혁의 키스가 무자비할 정도로 난폭해졌다. 준혁은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하얗게 변한 수연의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나서야 떨어졌다. 수연은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피가 스며 나오는 입술을 티슈로 닦았다. 준혁이 그런 그녀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좋아? 키스하는 게 좋아?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거지? 다른 남자여도 좋아했을 거야.”
그의 말에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진 수연이 준혁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만해, 그렇게 날 못 믿겠으면 가. 떠나, 떠나라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내게 먼저 물어봐야 하잖아. 그러고 나서 마음대로 하라고!”
준혁이 얻어맞은 뺨을 만지며 말했다. 분노에 찬 목소리가 바에 거칠게 퍼져 나갔다.
“그럼 말해. 그 자식이 누구야? 무슨 사이야? 본사 라운지에서 널 붙잡고 있었던 그 자식이 누군지 말해!”
분노와 질투로 불타는 준혁의 눈빛에 수연은 오히려 차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