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828655
· 쪽수 : 536쪽
· 출판일 : 2016-1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날벼락
2. 한호연! 넌 내가 꼭 죽여 버릴 거야.
3. 이리스(lris)
4. 계약
5. 임신
6. 첫 만남
7. 현우의 사정
8. 메밀꽃의 꽃말은‘연인과 사랑의 성공’
9. 평창동으로 들어가다.
10. 현우와 영예가 만났다.
11. 쌍둥이
12. 내 여자를 만드는 강력한 무기는 솔직함!
13. 영예의 고민(서현우를 꼬셔야 하나?)
14. 첫 키스의 값은 뺨 한 대
15. 굿모닝, 영예! 잘 잤습니까?
16. 입덧 시작
17. 키스를 들키다.
18. 현우의 과거
19. 첫날밤
20. 둥이 톡!
21. 사랑을 깨닫다.
22. 프러포즈 = 혼인 신고?
23. 사건의 시작
24. 먹고 먹히는 관계
25. 납치
26. 한호연의 몰락
27. 그 여자의 클라이막스
28. 아들의 배신
29. 가족
30. 쌍둥이! 태어나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가 그럽니까? 내가 성 소수자라고?”
기가 막혔다. 대리모를 택한 이유가 성 소수자여서라니! 영예의 오해를 풀어 주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은 단지 아이를 원한 이유가 자신의 방패 막을 위해서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니까.
“아니……에요?”
놀라 커다래진 눈을 깜빡이며 영예가 의심이 가득 묻어 있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그것밖에 없는데 어째서 저리 정색을 하는 걸까?
이 남자를 꼬셔야 하나 고민했을 때만 해도 이 남자가 성 소수자일 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만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저리 정색을 하는 걸까?
“하! 하긴 내가 생각해도 우영예 씨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 일조를 한 것 같긴 하군요. 분명히 말하지만 난 성 소수자도 아이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할 생각도 없습니다. 내가 택한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내 잘못이 큽니다. 이제부터 방법을 찾아볼 테니 조금만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현우의 말에 당황한 건 오히려 영예였다.
성 소수자가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인데 그 이유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영예를 가만히 바라보는 현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점점 더 선명하게 움직이며 입꼬리가 옆으로 슬금슬금 벌어지더니 현우의 입에서 시원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그래도 안갯속 같아 알 수 없는 남자가 입꼬리를 활짝 올려 웃으니 더 당황스럽다.
“성 소수자가 아니라 다른 사정이 있다고요? 이해할 수가 없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왜 대리모를 선택한 건가요? 대리모가 아직 우리나라에선 불법도 합법도 아니라곤 하지만 나쁜 선택인 건 확실하잖아요. 그리고 그 나쁜 선택에 동조한 난 더 나쁜 여자고. 어쨌든 이미 일은 벌어졌고, 이제와 잘잘못을 따질 순 없으니 수긍할게요. 나는 아이들을 위해 당신을 꼬셔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했는데…….”
영예의 말을 듣는 현우의 입꼬리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꼬신다! 그 말이 제법 마음에 든 탓이다.
도대체 저 작은 머리는 어떤 용도일까? 평생 웃음이라고는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 놓은 적 없는 자신을 이렇게 큰 소리로 웃게 만드는 여자가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얼마나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이 찔끔 배어나온 현우가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여전히 웃는 얼굴을 지우지 못한 채 마주 앉아 있는 영예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얼떨결에 현우의 품에 안기자 당황한 영예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반항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 영예를 더 꽉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영예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현우가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영예의 체향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무장 해제시키는 이 여자의 매력이 뭘까 하는 연구 따윈 이제 필요 없어졌다.
그냥 존재 자체로 자신을 무장 해제시켜 버리는 여자일 뿐!
이 여자와 함께라면 고질적인 병쯤이야 아무 문제가 아닐 거란 사실만 확인했다.
이렇게 안고 있으니 더 깊이 안고 싶고 더 은밀한 곳을 맛보고 싶어졌다.
자신의 두 뺨을 손으로 잡고 입술을 내려 입맞춤을 하는 현우를 제지하지 못한 영예가 현우의 혀가 입 안을 파고들어 입 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어 대는 순간 그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챘다.
살포시 내려앉아 입술을 맞대는 순간 현우의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첫 키스의 감각은 온몸의 세포를 마비시키는 진통제처럼 오로지 그렇게 먹고 싶었던 영예의 붉은 입술에 시선을 고정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훔치게 만들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현우의 몸은 이미 영예의 입술만으로 만족할 수 없을 만큼 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입술을 빨던 혀를 조금 더 세게 놀려 무방비 상태의 영예의 입술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맛보았다.
앙증맞은 혀를 감아 빨아올리고 잇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자 달큰한 타액이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혀와 혀가 감기고 숨과 숨이 얽혔을 때 그제야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이해한 영예의 몸부림이 시작되었지만 이미 본능에 저버린 현우의 힘은 헐크를 능가할 정도로 강했다.
첫 키스인지라 숨을 언제 내쉬어야 할지 모르는 현우가 숨이 차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그제야 겨우 입술을 떼어 냈다.
첫 키스라 기교도 없고 어설펐지만 천상의 맛을 느꼈다. 왜 지금껏 이런 맛이 있을 거란 걸 몰랐을까?
사춘기 시절에조차 이성에 대한 호기심 따윈 없었다. 그저 세상의 모든 여자는 다 자신에게 적이었을 뿐!
남들보다 우월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현우에게 수없이 많은 러브레터와 선물 공세가 이어졌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인 적이 없다.
차갑고 냉정하게 거절하는 현우에게 상처 받은 여학생들이 늘어 갈수록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현우를 무시할 수 없었다.
태어나길 황태자로 태어났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현우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배짱 있는 아이들은 없었으니까. 대신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때 만들어진 별명이 백 개도 넘는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 있다.
그 별명들은 대학을 가고 성인이 되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다만 사업에 뛰어들며 여자 혐오증을 가리기 위해 연극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바람둥이란 새로운 별명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여전히 현우는 나쁜 남자였고 친절하지 못한 남자인 건 맞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이 여자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에 허물어지는 바람에 미처 자신이 따라가지 못했을 뿐!
이제부터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것이다. 더 이상 연구 따위 필요 없으니까.
자신에게 닥친 회오리 같은 순간에 얼이 빠져 버린 영예가 정신을 차린 건 현우의 입술이 떨어지고 턱밑까지 차올랐던 숨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쯤이었다.
겨우 초점이 돌아온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현우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이는 순간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깨달은 영예가 자신의 뺨을 잡고 있는 현우의 양손을 힘껏 쳐냈다.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현우의 양손을 바라보던 영예의 손이 본능적으로 현우의 뺨으로 내려앉았다.
찰싹!
커다랗게 공기를 가르며 내는 파열음에 때린 영예도 맞은 현우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적막한 공기만 허공을 가르고 있을 뿐 둘 사이에 내려앉은 침묵만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