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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28825521
· 쪽수 : 134쪽
· 출판일 : 2017-11-27
책 소개
목차
방주전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이때 800명 나졸이 일시에 내달아 방주를 잡아들여 계단 아래에 꿇렸다. 방주를 문죄하기 위해 무수한 군졸이 좌우에 갈라서서 형장, 주장이며, 철사, 홍사를 갖추어 준비하는 소리가 천지가 진동하는 듯했다.
염왕이 머리에 통천관을 쓰고, 해와 달의 무늬로 된 곤룡포를 입고, 왼손에는 옥홀(玉笏)을 쥐고, 오른손에는 주필(朱筆)을 잡고, 백옥으로 된 평상에 반듯이 앉아 방주의 죄를 물으셨다.
“무도한 방주야, 네 죄를 모르느냐? 자세히 아뢰어라.”
방주는 좌우에 심부름하는 소리에 정신이 아득하고 귀가 먹먹해 마음이 떨리고 간담이 녹는 듯해 아무 말도 못 했다. 염왕이 방주에게 물었다.
“네 몸은 어디서 났느냐?”
방주가 겁이 나서 얼떨떨한 중에 대답했다.
“소신의 몸이 어찌 저절로 생겼겠습니까. 아비는 낳으시고 어미는 기르시니, 부모의 혈육을 받아 나서 부모의 이슬을 받아먹고 자랐나이다.”
염왕이 크게 소리쳐 말했다.
“네가 그러할진대 부모의 말씀을 거스르며 공양할 줄을 모르느냐? 내가 너를 위해 부모의 소중함을 말할 것이니 들어라. 아비는 하늘 같고 어미는 땅과 같으니라. 천지가 생긴 후에 만물이 생기고, 만물이 생긴 후에 사람이 생겼으니, 만물이 천지가 아니면 어디서 생겼겠으며, 사람이 부모가 아니면 어디서 생겼겠느냐. 그러므로 사람의 자식이 되었으면 부모의 은덕을 갚을진대 뼈를 갈고 살을 깎아도 만 분의 1이라도 갚지 못하느니라. 사람이 되고 부모를 몰라보면 금수와 다름없으니 그런 까닭으로 인간의 죄악 중에 불효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