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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시체의 거리](/img_thumb2/9791128827440.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28827440
· 쪽수 : 265쪽
· 출판일 : 2024-02-28
책 소개
목차
귀곡의 가을
무욕, 무기력
운명의 도시, 히로시마
거리는 시체의 산더미
휴식의 수레
바람과 비
늦가을의 거문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1.
전쟁은 일본이 참패를 했고, 그걸로 끝났지요? 어쨌든 전쟁은 얼마 전에 끝난 거죠. 그런데도 우리들은 전쟁 때문에 죽어 가는 거예요. 전쟁이 끝나도 아직 전쟁 때문에 지금 이렇게 죽어 가는 거죠. 그게 이상하단 말이에요.
2.
거기에는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길의 한가운데에도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사체는 모두 병원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있었고, 바로 눕거나 엎드려 있었다. 눈도 입도 부풀어 짓무르고, 사지도 부을 대로 부어서 흉측하고 큰 고무인형과도 같았다. 나는 눈물을 떨구며 그 사람들의 형상을 마음에 새겼다.
“언니는 잘도 살펴보네요. 나는 멈춰 서서 시체를 보는 건 못 하겠어.”
여동생은 나를 힐책하는 듯했다. 나는 대답했다.
“인간의 눈과 작가의 눈, 두 개의 눈으로 보고 있는 거야.”
“쓸 수 있어요? 이런 거.”
“언젠가는 쓰지 않으면 안 되지. 이걸 본 작가의 책임인걸.”
3.
어머니와 여동생은 노미지마에 가서 집 한 채에 살면서 자신의 밭에 뭔가 씨를 뿌릴 것이다. 그녀들의 생각대로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가을 풀의 씨앗은 그녀들의 손에 의해 따뜻하게 흙 옷을 덮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옮겼다. 나도 좋은 씨앗을 뿌리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어느 사이엔가 작가의 호흡을 되돌려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