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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종이풍선 / 옥상 정원](/img_thumb2/979112889500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28895005
· 쪽수 : 110쪽
· 출판일 : 2023-06-15
책 소개
목차
종이풍선
옥상 정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남편 : 난 당신이랑 이러고 있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 이건 진심이야. 하지만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아. 이것도 진심이야.
아내 : 어느 쪽이 진심이라는 거야?
남편 : 둘 다 진심이야. (사이) 그러니까 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사이) 당신이 이렇게 내 옆에서 조용히 뜨개질을 한다? 당신은 과연 그걸로 만족하는 걸까? 그럴 리 없지. 내가 집에 없을 때 당신은 어딘가 방구석에서, 딸랑 혼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겠지? 난 밖에 있고, 당신의 쓸쓸한 모습을 몇 번이고 머릿속에 그려 본다. 100엔이 안 되는 돈을 매달 어떻게 잘 써 볼까, 그런 거밖에 관심 없는 우리 생활이 정말로 싫어진 건 아닌가.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마음에 포기하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은 절대 꿈이 없는 여자는 아니잖아. 난 지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게 알고 싶어. 이런 생활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이겠지. 아닌가? 아니면 그래도, 당신이 결혼 전에 가졌던 꿈을 다시 한번 그려 보고 있는 건가?
- <종이풍선> 중에서
나미키 : 야, 내 일이란 게 지금은 먹고사는 게 일이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미와 : 그래도 뭔가 쓰고 있는 건 있겠지?
나미키 : 벌써 그만뒀어.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 걸 알면서도 아등바등 재미없는 걸 썼다는 거, 끝난 거 아닌가? 한때는 그래도 미래 대문호의 꿈이 있었는데 말이지. 그런데도 치켜세우는 놈 따위가 있거나 그랬지…. 이상한 거야. 너 같은 애들은 모르겠지만 이런 세계는 내일이라도 행운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고, 청개구리가 나뭇잎 위에서 비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만히 한 점을 응시하는 놈들이 우글거리고 있어.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그런데 그때는 스스로 기죽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다른 사람 작품도 좋은 점은 이해하는 척하는 표정을 지으려 했지. 그래서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서로 상대를 치켜세우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도 지쳐. 상대도 지치고. 만나도 자기들 문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게 돼. 그걸로 끝! 아무것도 아니야, 가게에 진열된 물건을, 쇼윈도에 나와 있는 물건을 보는 것만으로 보고 왔다고 말하는 놈 말이야.
미와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뭐 하나 일다운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아.
나미키 : 그거랑은 또 이야기가 다르지. 그런데 뭐 지금은, 그런 걸 힘들어하는 것 따위는 하지 않아. 안정된 지점에선 안정되었기 때문이지. 굳이 말하자면, “밑바닥이야!”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나만큼은 그래도 반대로, 서는 거라도 높은 곳에 서 있으려고.
미와 : ….
나미키 : 그게, 이상하게 초월해 가지고 괜찮지 않을 이유가 없거든. 다만, 전처럼 아득바득 살지 않겠다는 각오만큼은 되어 있다, 뭐 거기까지!
- <옥상 정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