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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꽃핀다

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꽃핀다

하정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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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꽃핀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꽃핀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9500991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11-04

책 소개

하정우의 로맨스 소설. 중국 삼합회의 일원인 리(李) 가의 후계자 이선협. 열여덟, 겨울. 한국에서 법학과 학생 성희은을 만났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간 선협. 남은 매개물은 십자가 열쇠고리뿐.

목차

#프롤로그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에필로그
#외전
#작가 후기

저자소개

하정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커피 중독자. 고기 중독자. ▣ 출간작 이상한 나라의 가정부 가정부와 나 정부 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꽃핀다 위험한 가정교사 A와 B의 사정(eBook) 문을 열고 들어서다-여름(eBook) 위험한 발렌타인 - ‘위험한 커플’ 시리즈 1(eBook) 위험한 화이트데이 - ‘위험한 커플’ 시리즈 2(eBook) 위험한 기념일 - ‘위험한 커플’ 시리즈 3(eBook) 위험한 휴가 - ‘위험한 커플’ 시리즈 4(eBook) 언니의 추천(eBook) 눈뜨니 할리퀸 - 20세기 카멜리아(eBook) 보통의 반란(eBook) 3:three(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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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역광이었다. 등 뒤에서 비추는 빛을 가리고 선 선협의 그림자 속에서 희은은 새삼 그가 대단히 커다란 남자라는 것을 실감했다.
희은은 위기감에 저도 모르게 주춤 몸을 뒤로 밀었다. 집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요구는 지극히 간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서, 선협 씨?”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자 가슴이 울렁거리며 두려워졌다. 바보라도 되어버린 걸까?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무서워할 필요 없어.”

짧게 날아온 목소리는 두 가지를 시사했다. 괜찮은 척하려고 했지만 희은이 잔뜩 겁먹은 게 보인다는 것, 그리고 돌이키기엔 너무나 늦었다는 것.

“서, 선협 씨…… 한 번만, 한 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

빛을 등진 채 남자는 잠깐 희은을 바라보았다. 표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도무지 그 심중을 짐작할 수 없어 희은은 목이 탔다.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 거 같지 않은데.”

평소와는 아주 다른 말투, 아주 다른 상황. 희은은 마치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생각해보고 싶다면, 좋아. 셋을 세지.”

차가운 선언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도 전에, 희은은 이미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깨달았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물아홉 살이었다.

염원하던 법조인의 길을 걸은 지 5년도 되지 않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그녀는 변호사가 천직이었다. 지금 당장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었지만, 좀 더 스킬을 닦고 경력을 늘려 나중에는 반드시 법으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그런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다면 희은의 꿈도 끝이었다. 특히 의뢰인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파트는 최악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약자를 돕겠다는 충동에 순간적으로 선을 넘은 것이라 하더라도 법이 그랬다.

희은 자신도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는 중이었다.

「딱 열 밤만. 열 밤만 나한테 주면 돼.」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눈을 감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그냥 잠깐 버티면 되는 거야. 지금만 참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딱 열 번으로 되는 거라면 그게 낫지 않을까?’

“하나.”

정말 그게 되는 걸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일이, 오히려 더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둘.”

두서없이 머릿속에서 논리적이지 않은 생각들이 엉켜들었다. 희은은 지금 전혀 이성적이지 못했다. 사나운 포식자의 앞에서 도망칠 의욕도 그렇다고 덤빌 의욕도 완전히 상실한 피식자에 불과했다.

“셋.”

감정이 섞이지 않은 카운트다운의 끝과 함께 남자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방 한가운데 서 있던 희은은 그 기세에 눌려 황망히 침대에 주저앉았다.

올려다본 남자는 너무나 낯설어서, 그녀가 알던 이선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는 것은 다음 순간 희은은 눈을 감았고, 선협의 입술이 희은의 입술을 단단히 덮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한 단호한 입맞춤에 그녀는 비명을 삼켰다.

겹쳐오는 입술을 피하려 고개를 비틀자 강한 힘이 턱을 쥐고 돌려 다시 각도를 맞췄다. 그러고 나서 침범하는 혀는 거절을 벌주려는 듯 더욱 단호하고 강렬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입술을 탐하는 뜨거운 입술과 단호하게 몸을 쓸어 올리는 손을 버텨내며 희은은 알 수가 없었다.

코끝을 확 덮쳐오는 머스크 향은 분명 이선협의 것이 맞았다.

그녀의 양팔을 단단히 속박하는 커다란 손의 느낌도 이선협 맞다.

하지만 이 힘…… 그녀를 밀어붙이는 강한 완력은 이선협답지 않았다.

무자비하게 입술을 벌리고 들어온, 말캉하지만 입 안을 꽉 채우도록 두꺼운 혀의 감각은 언제나 선이 분명한, 다정한 남자와 어울리지 않게 흉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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