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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깊은 밤

겨울, 깊은 밤

하정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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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깊은 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겨울, 깊은 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014340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7-02-22

책 소개

하정우 장편소설. 상품이랬지. 그렇다면 최상급의 상품이 될 거야. 혈육의 손에 흑야회에 팔린 기구한 운명의 여인, 재인. 기꺼이 상품이 되고자 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은 생존 그리고 처절한 복수.

목차

prologue. 모든 것의 끝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epilogue.

저자소개

하정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커피 중독자. 고기 중독자. ▣ 출간작 이상한 나라의 가정부 가정부와 나 정부 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꽃핀다 위험한 가정교사 A와 B의 사정(eBook) 문을 열고 들어서다-여름(eBook) 위험한 발렌타인 - ‘위험한 커플’ 시리즈 1(eBook) 위험한 화이트데이 - ‘위험한 커플’ 시리즈 2(eBook) 위험한 기념일 - ‘위험한 커플’ 시리즈 3(eBook) 위험한 휴가 - ‘위험한 커플’ 시리즈 4(eBook) 언니의 추천(eBook) 눈뜨니 할리퀸 - 20세기 카멜리아(eBook) 보통의 반란(eBook) 3:three(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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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거 알아?”

조용한 목소리로 원중이 말했다.

“성질이 못된 개를 길들일 때는 누가 위인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해. 설사 등을 돌리고 있어도 절대로 덤벼들 수 없게 내가 너보다 위라는 걸 보여주는 거지.”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고 재인이 원중을 본다.

“그런데 짖는다고 해서 다 성질이 못된 개는 아니거든. 때로는 겁에 질려서 사나워진 개도 있단 말이야. 그때는…….”

“왜 갑자기 개 타령이야? 옛날에 개에 물렸던 생각이라도 난 거야?”

어이가 없어 재인이 물었다. 그녀는 개든 고양이든 짐승은 딱 질색이었다.
말이 끊겼는데도 기분 나쁜 기색 없이 피식 웃은 원중이 손을 뻗어 재인의 양볼을 손으로 감쌌다. 밀접해진 거리에 그녀가 움찔하고 어깨를 긴장시켰다.

“고양이보다는 강아지가 취향이긴 해.”

시선이 마주친 채로 두 사람은 멈춰섰다. 원중도 움직이지 않았고 재인도 그랬다.
그녀의 시선만 움직여 붉은 핏방울이 맺힌 그의 팔에 닿았다. 방금 그녀가 낸 상처였다. 죽도록 미운 남자. 그러나 뺨을 감싸고 있는 손은 따뜻했다. 왠지 미묘하게 안타까운,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떨어지듯 아래로 움직여 붕대가 감긴 자신의 손을 본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올라와 여전히 그녀를 담고 있는 그의 눈동자를 직시한다.

“남자를 볼 때는…….”

미동도 없었던 원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래 응시하지 않는 거야.”

“……왜?”

원중이 고개를 숙여 재인의 입술 가까이까지 입술을 움직였다.

“거짓을 들킬까봐 겁을 내거든.”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그저 윗입술과 윗입술이, 아랫입술과 아랫입술이 마주 닿는다. 마치 노크하듯 그 사이로 혀가 파고들어온 건 그 다음이었다. 천천히 입술과 입술 사이를 열고 들어온 혀가 깊숙이 입안으로 들어오며 입술이 입술을 삼켰다. 어느새 원중의 손이 재인의 양팔을 잡았다가 한쪽 손이 등 뒤로 돌아가 움찔거리는 몸을 붙잡아 고정시키고 있었다.

재인은 저도 모르게 양손을 꽉 쥐었다. 순식간에 붕대가 감긴 손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허벅지에도 힘이 들어가 근육이 빳빳하게 굳는다. 점점 몸을 밀고 들어오는 원중은 마치 불덩어리인 것처럼 뜨거웠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혔다. 모든 피부와 혈관이 파열될까봐 무서울 정도로 내달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몸 안을 휘젓고 있었다. 뭐가 뭔지 생각하기도 전에 완전히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

몸은 원중의 손에 맡긴 채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재인은 막혀 있던 숨을 길게 내뱉었다. 한계까지 오그라들었던 폐가 부풀어 올랐다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나른하게 늘어졌던 몸이 번쩍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앗!”

저도 모르게 재인은 손을 뻗어 원중의 목에 팔을 감았다. 알 수 없는 어둠을 닮은 그의 눈동자가 무심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떨어져나갔다.
성큼성큼 움직여 그는 곧장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재인을 눕히고 바로 기어올라와 몸을 겹쳐온다. 양손으로 그녀의 양손을 깍지 끼어 잡아 올리고는 코로 그녀의 코를 비볐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행위에 그녀가 어쩔 줄 모르고 숨을 멈추며 허둥댔다.

“가만히 있어.”

재인의 입술 바로 근처에서 그의 입술이 속삭였다. 그저 몸을 겹치고 있는 것뿐인데도 무섭도록 관능적이었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아까부터 그녀는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뛰는 것이 정수리에서 느껴질 정도였다.

원중은 그녀의 목덜미 근처에서 오래 시간을 끌었다. 부드러운 살에 입을 맞추고 혀끝으로 도드라진 뼈를 살살 핥으며 움찔거리는 반응을 즐겼다. 가는 목선을 따라 코를 묻고 얼굴을 움직이는 것은 마치 고양이의 그루밍 같았다. 그것은 충분히, 애정행각이었다.

“눈을 감아.”

눈을 뜬 채 어지러이 시선을 돌리고 있던 재인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명령해오는 원중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자꾸만 가슴이 들썩이는 것이 맞닿은 몸을 통해 원중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 싫었다.

싫었다.
차라리 강제로 당하는 것이면 더 나았을 텐데. 실컷 미워하고 저주하고 원망을 품었을 텐데.
이러면……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진다.

재인은 자장면을 생각하고 탕수육을 생각했다. 그 기름지고 혀를 유혹하던 감미로운 맛. 결국에는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차원중은 그녀가 소화시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먹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참담할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닌 신재인을 끊임없이 되새겨준다. 천하의 나쁜 놈. 덤벼도 결코 이길 수 없고, 그러니 화를 내지도 않는다. 방금 뭐라고 했지? 개와 고양이…… 개를 길들이는 법…….
엉망진창인 머릿속으로 자장면, 탕수육, 개, 고양이, 칼, 피…… 모든 것이 엉켜들었다.
날이 갈수록, 차원중이 보통 나쁜 놈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이 선다.

“손 내리지 말아.”

단호하게 명령한 원중이 그녀의 손을 머리 위에서 겹쳐 고정시켜놓고는 자신의 손을 내려 그녀의 셔츠 아래로 밀어넣었다. 무얼 입었는지도 자각 못 하고 있었는데 무섭도록 허름하게 대강 걸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의 손이 가슴을 감싸쥐고 손가락 끝으로 예민하게 곤두선 끝을 문질렀을 때는 마치 거대한 파도에 삼켜지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다시 입술 선이 가는 목을 쓰다듬다 내려와 쇄골 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가는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향기가 코끝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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