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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010496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6-09-02
책 소개
목차
Part 1. 금지된 장난
01. 천국 vs 지옥
02. 화초 vs 잡초 上
03. 화초 vs 잡초 下
04. 준미 vs 승하
05. 승하 vs 준미
06. 고의 vs 실수
07. Game vs Reality
08. Don’t resist vs Can’t resist
09. End vs Start
에필로그 1
Part 2. 여름소녀
프롤로그. First Love
01. 동상이몽
02. 태풍 전야
03. 승부 上
04. 승부 下
05. 밀월 上
06. 밀월 中
07. 밀월 下
08. 또, 동상이몽
09. 늘 처음처럼
에필로그 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까부터 심장이 떨리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딴생각을 해보려 해도 닿았던 순간의 감촉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미쳤구나, 어린애한테.
연애에 대해 그동안 딱히 생각이 없었던 준미는 아직까지도 처녀였다. 요즘 추세에 스물세 살 처녀라면 모쏠이라 놀리겠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사랑에 빠지지 않았는데 꼭 남자와 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준미였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할 생각도, 섹스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플라토닉했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그날이 문제였다. 그날, 지승하가 그녀의 가슴을 유린한 이후로 생겨난 이상한 감정.
분명히 분노하고 경악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당연하건만 문득문득 준미는 그날을 생각했다. 그러면 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다.
지승하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 무슨 알 수 없는 충동이란 말인가?
인정하자면, 지승하의 몸이 좋은 것 같다.
마음속으로 혼자만 인정했는데도 준미는 얼굴이 붉어져 손부채질을 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도 부끄러웠다. 이 무슨 추잡스러운 마음인가 싶었다. 좋아하지 않는데 몸만 갖고 싶다니.
확실한 건 지승하가 몹시도 잘생긴 남자라는 거다. 잘생겼다기보다 예쁘다는 소리가 어울리지 않나 싶은 미소년인데, 키가 크고 마냥 마르지만은 않아서 모델 같으면서도 동시에 남자 냄새가 풀풀 났다. 게다가 못돼서 그런지 행동 하나하나가 살짝 거친 편이지만, 희한하게도 그게 또 뭔가 섹시했다.
만져보고 싶었다.
우와우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만져보고 싶다니. 어딜?
“너 무슨 생각 하냐?”
혼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로 지승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어엉? 뭐, 뭐??”
당황해서 버벅이자 승하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입술을 비틀고 준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이야? 나 쥐어박을 생각이라도 했어?”
“쥐어박힐 스타일이라는 건 알아서 다행이네. 네가 언어 실력이 늘긴 늘었다? 주제 파악도 잘하고.”
습관처럼 받아쳤지만 승하는 물끄러미 바라볼 뿐 평소처럼 반격하지 않았다. 그녀를 유심히 뜯어보는 눈매에 속마음을 들킬 것 같아 준미는 일부러 눈에 힘을 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싸움을 계속하자 승하가 투덜대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나서야 준미는 한숨을 돌렸다.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피곤했다.
처음에는 진짜 기에 눌리지 않기 위해 기를 썼다면 지금은…….
“다 풀었어.”
승하가 프린트를 툭 던지듯 준미의 앞으로 밀어놨다. 그런 그에게 살짝 눈을 흘기고 채점을 하기 위해 펜을 꺼내 들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일단 오늘의 프린트도 꽤나 난해한 문제만을 골라 왔다. 승하는 숙제도 많고 뭐 이렇게 어렵냐며 투덜거리지만 이 수업은 준미에게도 골치 아팠다. 숙제를 만드는 것도, 채점하는 것도 그야말로 일이었다.
이게 도대체 누굴 위한, 무얼 위한 기 싸움인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숙제 틀린 거 확인하고 있어. 세모 쳐놓은 건 네가 알 만한데 실수한 거 같은 거야. 수학 같은 경우는 공식 잘못 대입한 거 체크해놨어. 보고도 모르겠는 것만 따로 찍어놔.”
“알았어.”
투덜거리면서도 승하는 준미가 밀어놓은 숙제를 당겨 갔다. 그러는데 묘하게 시선이 그녀의 얼굴로 다녀가는 것이 느껴졌다.
요즘 종종 느끼는데 그것이 신경과민인지 아닌지도 준미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흠…….”
준미가 펜을 내려놓자 벌써 한참 전에 숙제 체크를 끝낸 승하가 팔을 괸 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가 묘한 소리를 냈다.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묻는 듯한.
“몇 점이야?”
준미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자 결국 답답해진 승하가 보채듯 물었다.
“81점.”
대답하는 준미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승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 50점을 넘겼을 때의 그 처참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그래서 더욱 해석하기 힘들었다. 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그동안 한 번도 지각 안 했고, 숙제도 다 해 왔지?”
“그러네.”
준미가 승하를 바라보았다.
“그럼 약속을 지켜야겠네?”
“그래.”
준미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잠깐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가 다시 승하를 똑바로 바라본다.
“소파에 누워봐.”
“뭐?”
귀를 의심하고 싶은 심정으로 승하가 물었다.
“뭘 한다고는 말 안 해줬잖아. 저번하고 똑같은 조건은 아니고.”
“그럼?”
“누워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는데, 준미의 태도만으로도 아랫도리에 후끈하게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너무 담담하니 무섭기도 한데 또 그게 미친 듯이 섹시한 거다.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승하는 소파에 가 몸을 기대고 앉았다. 어떻게 할 건가 쳐다보니 준미가 천천히 다가왔다.
별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80점이 넘는다는 걸 확인했을 때 준미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나 깨달은 게 있었다.
절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면서, 그러니까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숙제를 내주고 언어 영역 지문을 정교하게 짜면서도…… 다른 대비도 하고 있었다. 만약의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 그런 상황은 감히 생각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언젠가 이렇게 되리라 예상했던 걸까?
그때그때 달랐고, 생각이 많았지만 결론은…… 다시는 지승하가 그녀의 몸에 손을 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인 것 같았다.
그녀가 경험이 없는 게 문제였다. 사실 TV를 통해 이런저런 스킨십도 목격했고 상상이야 안 해본 상상이 없을 정도지만 막상 경험하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만짐을 당하는 건 위험했다. 기분이 이상해져버리면서, 마음에도 뭔가 이상한 게 생기는 거다. 몸이 가면 마음이 간다는 게 이런 걸까?
안 될 것 같았다. 고로…… 그녀가 만지는 쪽이 더 낫다는 결론.
“뭐해?”
다가온 준미가 앉아 있는 그의 셔츠 단추를 풀자 승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싫으면 말해.”
“뭘 할 건데?”
“이번에는 내가 만져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