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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027838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8-03-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Part. 1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Part. 2
13
14
15
16
17
Part. 3
18
19
20
21
22
23
에필로그
작가 후기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 나는 이 땅을 떠난다.
묽은 봄 하늘을 바라보며 비행기의 트랩에 오른다.
결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이륙하는 동체의 흔들림 속에서 단 하나의 이름을 되뇌었다.
리은봄.
아내의 이름이다.
1945년.
대한민국이 빛을 다시 찾은 그해.
폭설이 내리던 겨울밤에 아내는 태어났다. 시린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봄이 오길 염원했던, 고요하고 슬픈 눈을 가진 여자는 자신의 아이에게 ‘은봄’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아내는 그렇게 눈 속에 피어난 봄이었다.
차가운 손과 슬픈 눈을 가진 여자는 햇빛에 녹아내리는 눈의 결정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따뜻한 손과 고독한 눈을 가진 여자의 남자는 암울한 이념의 배면에서 스스로 마모되어 사라졌다.
채 피어나지 못한 봄을 남겨둔 채.
거대한 동체는 비명을 지르며 기어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다.
아득한 구름의 바다를 바라보며 아내와 내가 지나온 봄을 추억한다.
할머니를 붉은 산에 남겨두고 어린 아내의 손을 잡고 벚나무골을 떠나왔던 봄.
앵혈 같은 아내의 초경을 지켜보았던 두물머리의 봄.
총알을 피해 매캐한 최루 연기 속을 헤맸던 서울의 봄…….
그 봄날에 우리는 추웠고 아팠고 그리고 서로에게 깊이 매혹되었다.
마디마디 힘을 주며 서로를 의지했다.
어둠을 더듬어 서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친다.
내 심장도 힘차게 튀어오른다.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눈을 감는다.
봄이지만 봄이 아닌 봄의 한 귀퉁이를 날아,
나는 지금 나의 봄을 찾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