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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039497
· 쪽수 : 542쪽
· 출판일 : 2019-09-18
책 소개
목차
part 9. 달콤한 신혼
part 10. 운명
part 11. 비뚤어진 마음
part 12. 열 번째 삶
part 13. 자업자득
part 14. 매듭
part 15. 천생연분
side story 1. 아들일까, 딸일까?
side story 2. 운명의 주인
writer's postscript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무심코 문서 표지를 본 다경의 눈이 단번에 커졌다.
“……말도 안 돼.”
키스 사진을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보시는 대로 지민우 씨와 소다경 씨의 ‘비즈니스 연애’ 계약 전반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다경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안이 벙벙했다. 연애라니? 연애라니!
“대표님 장난치시는 거죠?”
몰래카메라나 실험카메라는 아닐까. 무슨 예능 하나 몰래 찍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작은 카메라 렌즈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많이 놀란 거 알아. 그런데 장난하는 거 절대 아니고,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지 우선 설명부터 들어봐.”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도 유분수지, 키스한 김에 연애라니, 이게 웬 말입니까. 앞에 ‘비즈니스’가 붙어 있지만, 그래서 더 어이없었다. 일이면 일이지, 거기에 연애가 왜 붙어?
다경은 청천벽력처럼 제 앞에 떨어진 문서를 쥐고 회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놀랄 걸 예상했던 모양이다.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앉아 있는 왕 대표와 남 대표. 곤란한 듯 다경의 눈을 피하는 주아와 공 부장. 그리고…….
“지민우. 너도 무슨 말 좀 해봐.”
가장 이해 못 할 사람은 바로 같은 처지에 있다고 믿었던 지민우였다. 그는 지금 제 앞에 앉은 채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른한 눈빛으로 문서를 넘겨보고 있다.
“너도 할 말 있을 거 아니야.”
난생처음으로 의지했는데, 저 태연한 자태는 뭐냐고. 속 터지게.
그는 카메라 앞에 있기라도 한 양 흔들림 없이 완벽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흔한 시술 한번 없이 오뚝하고 날카로운 콧대, 속쌍꺼풀만 얇게 진 시원한 눈매에 흑요석처럼 검은 눈동자, 요철 없이 매끄럽고 흰 피부, 조그마한 얼굴은 그야말로 연예인 그 자체였다. 탄탄한 어깨, 길게 쭉 뻗은 팔다리, 섹시하기까지 한 굵고 긴 손가락까지 섹시해 보이는 이놈은 신체조건마저 우월했다. 배구선수 출신에 모델로 활동했던 적도 있으니 그는 타고난 피지컬을 아낌없이 활용하며 살아왔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잘생긴 남자지만, 20년간 지겹게 봐온 다경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아군으로 보일 뿐. 전우여, 화보 그만 찍고 너도 총 좀 들어라.
“너도 황당하지? 말문이 막힌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씀드려야지. 그러니까 지민우, 너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한마디 좀 시원하게 해봐.”
다경은 그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기다렸다. 네놈이 날 싫어하는 건 내가 널 싫어하는 것 못지않으니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우리는 막상막하 서로를 싫어하니까. 이 기획은 말도 안 된다고. 자, 너도 시원하게 말해보자.
마침내 지민우가 서류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다경은 비장한 얼굴로 힘껏 끄덕였다. 그래, 너도 억울할 거 아냐. 참지 말고 한마디 제대로…….
“내가 제안했어.”
“그렇지, 잘했어! 역시 니가 제안했……, 뭐? 뭐, 뭘 해?”
“열애 인정하자고.”
지민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다경은 경악했다. 어라, 전우가 총을 들긴 들었는데 총구가 날 향하고 있네, 지금?
“결혼까지 해도, 괜찮고.”
타아앙!
다경의 머릿속은 그만 새하얘졌다.
다경은 어제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