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30410111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13-08-27
책 소개
목차
나오는 사람들···················3
제1막······················5
제2막······················53
제3막······················93
해설······················131
지은이에 대해··················149
옮긴이에 대해··················155
책속에서
재판장: 자네는 천황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다나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거리낌 없이 재판장을 바라본다.)
재판장: 그렇게 하지 않겠나?
다나카: (분명하게) 천황이 나에게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온 법정이 얼어붙은 듯하다.)
다나카: (중략) 천황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신호가 울려 퍼집니다. 연대들은 명령에 따라 부동자세를 취하지요. 악대가 선율을 가다듬는가 싶더니 우렁찬 음향이 연병장 위로 퍼져 나갑니다. 그러나 갑자기 음악 소리가 멎습니다. 천황이 손을 들어 올린 거지요. 천황은 손을 들어 올려 음악을 멈추게 할 정도로 대단한 분입니다. 연병장에는 얼어붙은 것처럼 무거운 정적이 감돌지요. 모든 생명체가 영원히 꺼져 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오직 천황의 음성만이 그 정적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중략) 다나카, 천황이 말씀하십니다, 이 연대들을 위해 지불하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제 알겠느냐? 그리고 이 나라 방방곡곡에 있는 또 다른 연대들을 위해 지불하는 돈이? 이제 너는 알겠지. 그건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이자를 갚기 위해 누이들이 몸을 팔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궁핍을 겪고 있는 너희에게서 나온 돈이다.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난 이 말안장에서 뛰어내려 네 앞에 무릎을 꿇고 네가 서 있는 그곳 흙에 입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네 용서가 아직 남아 있다. 지금껏 너에 앞서 누구도 나를 고발한 적이 없었다. 넌 일찍이 없었던, 다른 모든 사람들을 능가하는 인간이다. 난 그저 일개 천황일 뿐. 난 이 나라에 더 이상 군대가 주둔하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군대 덕분에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그러나 난 너와 그런 누이를 둔 모든 오빠들이 더 이상 치욕을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중략) 이제 만족했느냐. 내가 충분히 사죄했는가? 다나카, 너에게 용서를 빈다. 네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난 더 이상 천황일 수 없다. (아주 강한 어조로) 천황이 열병식장에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빈다면, 전 천황의 죄를 용서하겠습니다.
재판장: (다나카에게) 자넨 사형을 선고받아 마땅하다. 곧 판결이 집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