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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디자인/공예 > 디자인이야기/디자이너/디자인 실기
· ISBN : 979113060096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4-01-04
책 소개
목차
profile_playing to dream
prologue_playing to love
design fox recipe tool 1_playing to win
#1_ 마음으로 느끼는 것
01 제품과 하나가 되는 것
02 즐거운, 그렇지만 의미를 담은 커뮤니케이션
03 제품의 마음이 사람의 마음을 울려야 한다
#2_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
01 제품에 감정을 불어넣어야 한다
02 사람이 다르듯 각각의 패키지는 다르다
03 보이지 않는 제품의 본질을 보이게 한다
#3_ 삶에 스미는 것
01 맛선생, 조미료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다
02 신안섬보배, 소금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다
03 유기농 for natural life, 새로운 소비자 생활을 주도하다
#4_ 보는 것, 느끼는 것, 풀어내는 것, 깨우치는 것
01 대지를 싸안아주는 그물 Font
02 형체는 투명하게 부서지는 것 Mold
03 풀어내어 흐르는 멋 Illustration
04 세상은 다양한 고유성으로 빛난다 Color
05 사랑을 듬뿍 담아 너에게 가는 길 Love
design fox recipe tool 2_playing to winplaying to work
#1_ 변화하는 감성_Attribute for feeling
#2_ 원류의 가치_Benefit for originality
#3_ 지속되는 생명력_Concept for long life
#4_ 차이를 드러내는 아이덴티티_Difference for identity
#5_ 계속되는 진화_Evolution for Design Fox
epilogue_playing to live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디자인 작업들을 캔에 말아서 커다란 007가방에 넣어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날 들고 갔었어. 지금이야 대단한 일이 아니다 싶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큰일이었어. 시장을 그대로 옮겨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컴퓨터가 많이 발달해 있어서 시장을 사진 찍어서 담아 갈 노트북도 없었잖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품들을 다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보여주는 방법은 실물을 세팅해서 보여주는 거였어. 음료라고 생각되는 제품들, 외국 것 우리나라 것 모조리 거기다 넣어서 갖고 갔지. 재밌는 건 그걸 일일이 꺼내서 보여준 게 아니라 007 가방 안에 디스플레이를 했다는 거야. 그 안에 경쟁사 제품들이 있고 우리가 만든 시안들도 있어. 그것들을 거기에 다 넣은 거야. 종이로 말아서. 캔제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 이 제품들을 다른 것들과 사이사이 넣어도 보고 이런 식으로 갖고 가서 가방을 딱 펼치는 순간 보는 사람마다 모두 즐거워하면서
‘아, 일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야 이거 장난 아닌데? 정말 재밌다!’
이렇게 된 거야.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무슨 일만 있으면 우리를 부르는 거야. 우리 나름대로 현장감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했던 거지. 그 이후에 웅진에 들어가면 우리는 못 나오는 거야. 같이 아이디어 회의하느라고…. 우리는 그때 즐겁게 일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것 같아. 그런데 쇼는 007가방, 그걸로 끝난 게 아냐.
“이제부터 우리가 들고 온 시장에 대해 말해봅시다. 이 시장 안에서 맘에 드는 우선 순위로 일단 투표를 한번 해봅시다.”
사내에 있는 많은 사람이 우리가 들고 간 시장의 시안들에 딱지를 붙이고 갔어.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딱지를 붙이고 간 시안이 아니라 아무도 딱지를 안 붙인 시안을 손에 들고서 이렇게 말했어.
“사실은 이 제품의 디자인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이고, 친숙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원론적으로 단순하고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시각적으로 완성도 있는, 그리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으로 갑시다, 당당하게.”
그렇게 패기 있게 시작한 게 「가을대추」야.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제품이었어. 감히 상상을 하지 말지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 그건 황무지에서 맨파워만으로 일궈낸 기적 같은 성공이었거든.
「아침햇살」도 마찬가지야. 보통 ‘아침햇살’ 하면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붉은 아침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그런 광경? 햇살 가득한 초원에 쌀알 곡식이 출렁이는 황금 물결? 이런 것들을 떠올리잖아. 대부분 곡물에 대한 컬러 스킴(color scheme)은 거의 베이지 브라운이나 아이보리? 거기서 약간 옐로우, 오렌지, 붉은 톤 같은 잘 익은 색이야. 기본적 선입견이지. 처음 아이데이션하면서 그런 컬러 스킴을 통해 그 안에서 새로운 모티브를 찾아내려고 참 많이 애썼어.
「아침햇살」 캘리그라피도 해보고, 쌀알에 대한 이미지, 대지가 가진 풍요로운 느낌 등 굉장히 다양하게 해보았지만 계속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것도 지겨운 거야. 그렇게 수많은 시안을 하면서 밤을 새우다가 새벽에 또 잠들었어. 그리고 눈을 딱 떴는데 동이 트는 거야. 그런데 아침을 열어주는 태양은 그 빛으로 세상을 밝혀주면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거잖아. 어둠이 물러가고 하늘이 푸르게 변하면서 서서히 개어가더라고. 푸른 잉크 빛 하늘이야. 푸른 잉크 빛 하늘은 아침에도 있고 저녁에도 있지만, 아침은 달라. 그때 그 하늘을 보면서 꽝 얻어맞은 거 같더라니까. 붉은 태양만 생각했었는데 햇살이 비추어서 내는 그 빛은 생각을 못했던 거야.
바로 세루리안 블루(cerulean blue)야. 가장 아름다운 블루. 코발트블루도 아니고, 스카이블루도 아닌, 세루리안 블루야. 투명한 세루리안, 여명의 컬러. 그래서 로고가 갖는 컬러를 전면적으로 청색계열로 가기로 한 거야. 그전에는 오렌지, 브라운, 검은색도 써보고 어두운 바탕에서 흰색도 써봤는데 청색을 쓸 생각은 안 했었거든. 아니 햇살인데 어떻게 청색이야?
생각을 해봐 봐.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사실상 어려운 결정이었어. 그런데 어려운 결정이지만 너무 당연한 거야.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