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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04428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12-22
책 소개
목차
꽃잎 아기를 기다리며
국화꽃 향기
벼랑
바다
첫 키스
결빙의 시간들
은빛 겨울 속의 한여름
은사시나무, 사랑, 가을
프러포즈
바다가 들어오는 방
세월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것들
선택
폐교
태아
흐르는 강물
절망이 슬픔에 닿기까지
주문
그들만의 가을
주단 인형
은행나무 아래에서의 댄싱
전투
오리온자리
여심
겨울이 낳은 봄
미소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승우는 그녀의 머릿결 가까이에 코를 대고 숨을 가볍게 들이켰다. 틀림없는 국화 내음이었다. 야생의 싱그러움과 햇빛 분말이 노랗게 날아다니는 듯, 은은하면서도 담백한. (…중략…) 머릿결에서 국화꽃 향이 나는 여자……. 멀대 같이 큰 키에 부지깽이같이 기다란 다리를 가진 그는 껑충거리는 걸음으로 그녀를 이내 따라잡았다.
_pp18~19(‘국화꽃 향기’ 중에서)
나는 당신을 은혜하고 고와하며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쉼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나와 결혼해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멀고 귀먹어버렸습니다. 당신이 내게 지상에 살아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의 여자가 된 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무심함이 내게는 참기 힘든 가혹함이었지만 난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20년도 채울 수 있습니다.
_pp116( ‘프러포즈’ 중에서)
승우는 폭포처럼 울부짖고 싶었다. 폭풍의 언덕에 선 삼나무처럼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망연자실 흔들거리며 가물거리는 눈빛으로 흐르는 밤 강물을 언제까지나 굽어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기실 그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그가 보는 것은 참담한 절망뿐이었다.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지금껏 감춰온 미주에 대한 원망과 야속함, 이 지경이 되도록 눈치를 채지 못한 자신의 무신경함에 승우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대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 큰 슬픔이 그의 몸을 박제로 만들어버린 듯했다. 그의 에너지 전부는 삽시간에 모두 강탈당하고 도망간 상태였다. 입술도 더 이상 달싹일 수 없이 탈진된 것 같았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몸속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승우는 강변에 누군가 박아놓은 입상처럼 서 있다가 무릎을 꿇으며 무너져 내렸다.
_pp240(‘흐르는 강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