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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19293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18-09-28
책 소개
목차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심사평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사과를 받고도 리아민이 뿜어대는 분노의 콧김은 얼마간 잦아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리아민 대통령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절대 토를 달지 말 것! 만약 이 밤에 한 번 더 대통령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다면, 내년에 나올 대통령 전기의 저자는 내가 아닌 다른 작가의 이름일 것이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꾹 참으며 리아민에게 그의 이야기처럼 장황하고 지루한 당근을 던져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박 작가가 지금 어떤 입장일지 내가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나도 다 잘 알고 있어. 사방에서 박 작가를 쪼아대지 못해 안달이 나 있잖아.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줄까? 난 아직도 박 작가가 대통령 전기를 쓰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아니, 좋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일을 맡아서 해주기를 바라. 가진이나 나나 이 일이 우리 출판사뿐만 아니라, 멀리 보면 박 작가의 작가 경력을 이어나가는 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 문제는 색안경을 끼고 박 작가를 바라보는 소위 지식인 집단들이지. 박 작가도 그 속에 속한 사람이니까 그들의 삐딱한 시선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 우리 이번 일만큼은 두 눈 딱 감고 철저히 우리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자. 솔직히 박 작가도 이번에 출간된 새 책의 반응이 시원치 않잖아. 고백하자면 우리 출판사도 요즘 상황이 좀 위태위태해. 둘 다 뭔가 획기적인 반전의 기회가 필요한 거야. 그런데 그 기회가 우리에게 마술처럼 적시에 주어진 것이지. 박 작가도 알지? 비판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이 일을 그냥 포기해버리면 나중에 이 많은 비난의 말들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때가 올 수도 있어. 근데 그때가 되면, 이미 너무 늦어버리게 되는 거야. 인생의 모든 일에는 다 그 상황에 알맞은 때가 있으니까.”
“단정 짓지는 마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죠. 나도 불과 몇 달 전까지 나에 대해 알지 못했으니까요. 사람들은 실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같고,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법이죠. 내가 누군지에 대해 자신하지 마세요. 마음이란 늘 변하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