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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628912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0-03-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안녕, 나의 순정 • 4
1부 어른이 된 것 같았던 나의 소녀시대
짧은 머리는 보고 싶지 않았다오 (황미나 『굿바이 미스터 블랙』) • 12
삶은 정말 예측불허였다네 신일숙 (『아르미안의 네 딸들』) • 25
인생의 고단함을 엿보고야 말았네 (김혜린 『불의 검』) • 43
2부 제길, 공주가 아니었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이빈 『걸스』) • 62
돋보기를 쓰고 봐도 좋습니다 (한승원 『프린세스』) • 79
그때 그 오빠들은 다 어디 갔을까 (이은혜 『점프트리 A+』) • 95
우리의 슬픈 공통분모 (한혜연 『금지된 사랑』) • 111
3부 크게 아프고, 다시 일어서면 됐다
쓸쓸한 날엔 호텔 아프리카를 (박희정 『호텔 아프리카』) • 126
한 세계를 부수고 나아간다는 것 (강경옥 『별빛속에』) • 141
세상엔 다양한 모양의 삶이 있지 (유시진 『폐쇄자』) • 155
어둠도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문흥미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우리 집』) • 169
4부 거기에 꿈이 있었다
너는 면역체가 형성되지 않는 내 불치의 병 (이미라 『인어공주를 위하여』) • 186
우리의 취향은 괜찮습니다 (나예리 『네 멋대로 해라』) • 203
반짝이는 것에는 슬픔이 있지 (천계영 『오디션』) • 219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고? (박은아 『다정다감』) • 237
에필로그_ 순정만화가 나에게 준 선물 • 25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순정만화 속에서 여자들은 자유로웠다. 원하는 남자를 열망하고, 목숨 걸고 사랑하고, 우주로 가고, 혁명을 하고, 왕이 되었다. 다시 읽어보면 거슬리는 구시대 정서의 표현도 물론 있지만, 만화 밖 세상의 부조리함과 비교하면 사소한 수준이었다. ‘여자니까 하지 말라’는 말을 집에서 학교에서 지겹도록 들은 우리에게 순정만화는 ‘여자니까 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수업 시간에 이 만화를 몰래 읽던 친구 하나가 “으악! 어떡해!”라며 작은 비명을 지르는 사건이 있었다. 선생님이 잠시 수업을 멈추고 “누구야? 무슨 일이야?” 화를 냈고, 친구는 충격받은 눈빛으로 “아니에요….” 하고 말을 흐렸다. 잠시 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 문을 나가자마자 소리쳤다. “얘들아 어떡해! 서지원이 푸르매였어…!” 이 엄청난 스포일러에 반 아이들은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아주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9시 뉴스가 방송되기 직전 “어린이들은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 멘트만 나오면 주문에 걸린 듯 이불 속으로 향하던 어린이는 이 만화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금기를 깨는 짜릿함을 알게 되었다. 복수의 결말이 궁금해 불을 끄고 누웠다가도 슬며시 일어나 만화책을 뒤적이던 밤의 기억이 선명하다. 헤어진 스와니와 라이언(미스터 블랙) 이 런던의 한 저택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이쪽으로, 이쪽으로 와 스와니!”) 은 볼 때마다 심장이 쿵쿵 떨어졌고, 스와니를 짝사랑하는 로제를 보면서 질투라는 감정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마지막, 복수를 마치고 머리를 짧게 자른 미스터 블랙이 등장했을 땐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고 말았으니, ‘이건 아니잖아요, 작가님’ 엽서라도 써야 하나 고민했던 그 시절의 내가 기억난다.
-‘짧은 머리는 보고 싶지 않았다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