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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5619355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부엌에서 생각하다
009 이런 것을 먹어 왔다
034 옻그릇과 이별하다, 만나다
047 한잔하고 싶은 날
055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냄비 속을 들여다보다
069 나의 맛국물 이야기
080 딱 맞는 소금 간
094 맛있는 밥을 짓고 싶어
109 손으로 만든다 : 한국의 맛
120 손으로 만든다 : 우리 집 맛
134 여행 일기 : 한국의 밥
계절의 맛
155 차 한잔해요
167 여름은 역시 카레입니다
177 면을 후룩후룩
185 찜 요리의 달인이 되고 싶다
199 숯불을 피우다
함께여도 혼자여도
211 오늘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221 혼자 먹는다, 누군가와 먹는다
230 책에 나오는 요리&레시피
245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먹고 싶을 때 먹는 게 아니다. 매일 만드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에 전율했다. 만들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 이런 것을 먹어 왔다
일상을 바꾸는 그릇이 있다. 난 그것을 옻그릇으로부터 배웠다.
○ 옻그릇과 이별하다, 만나다
혼자 마시는 술은 자신이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 보내는 법을 터득해 가는 길이기도 하다.
○ 한잔하고 싶은 날
넘어서는 안 될 선은 어떤 음식에도 있지만, 과일의 경우 유독 무너져 버린 단맛에 끔찍한 기분을 맛본다. 고기나 생선, 야채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순수한 것을 짓밟아 진흙으로 더럽힌 것 같은 씁쓸한 뒷맛, 죄책감. (……) 그런데 좋은 방법이 있었다. 잼을 만드는 것이다. 피차 가장 행복한 때, 냄비 속에서 시간을 멈추게 한다. 그러면 불쌍해지지도 부패하거나 먹지 못하게 되지도 않는다.
○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맛국물이란 도대체 뭘까. 물에 우러난 맛과 향이다. 맛국물은 재료가 갖지 못한 맛을 더하고 보완해 풍부한 맛을 만든다. 이것이 맛국물의 역할이다.
○ 나의 맛국물 이야기
소금이 정해지면 맛도 결정된다. 요리의 맛을 딱 결정하는 큰 바탕은 간장의 양도 불을 쓰는 방식도 아니다. 우선은 소금의 양, 즉 소금 간이다.
○ 딱 맞는 소금 간
“이왕 짓는 거면 맛있는 편이 좋지, 역시나.”
○ 맛있는 밥을 짓고 싶어
섞은 맛. 이것이 한국 요리의 진면목이다. (……) 일단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 놓아도 그러고 나서 말도 안 되게 섞어 버린다. 그런데 한입만 떠먹어 보면 거기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맛이 생성돼 있다. 섞어야 맛볼 수 있는 맛의 깊이에 빠지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일본의 흩뿌림초밥마저 석석 섞어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
○ 손으로 만든다 : 한국의 맛
여행지에서 뜻밖의 진미와 조우했을 때만큼 흥분되는 순간은 없다.
멀리 오지 않으면 결코 만나지 못하는 맛이 있다.
○ 여행 일기 : 한국의 밥
“차 한잔해요.” 이 말을 입에 담는 것도, 누군가 이렇게 말을 걸어 주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기다렸어요. 뭐랄까 그 순간, 정답을 맞힌 듯한 분위기로 뿅 하고 바뀌잖아요. 하릴없이 빈둥대는 것처럼 흘러가던 일상의 무대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 차 한잔해요
더위가 한창인 그런 날은 역시 카레로 결정한다. (……) 매운맛 속에서 여러 가지 맛이 복잡하게 터져 나오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 흥분이 끓어오른다. 맥주를 차게 준비해 놔야지. 카레를 만들어야지. 여름 카레로 기력을 북돋운다.
○ 여름은 역시 카레입니다
장마철쯤부터 조금씩 면을 삶는 날이 늘어난다. 복날 즈음에는 아주 열심히 후루룩거리고 싶다. 장어로 기력을 찾고 한편으로는 면을 산뜻하게 후룩후룩. 여름이 되면 역시 면이다.
○ 면을 후룩후룩
삶아도 안 된다. 볶아도 구워도 안 된다. 다른 조리법으로는 어떻게 해도 그렇게 진한 육즙이 살아 있는 맛을 낼 수가 없다. 복잡한 맛을 접시 위에 그대로 농축시키려면 결국 찌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 찌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고 맛볼 수도 없는 어떤 맛이 확실히 존재한다.
○ 찜 요리의 달인이 되고 싶다
그토록 맹렬히 피어오르던 숯불도 때가 되면 급속히 식어 천천히 그 끝을 맞이한다. 푸스슥 푸스슥 쓸 곳 없는 하얀 재로 바뀌며 흙풍로 속에서 떨리는 숯의 마지막 모습은, 일 하나가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직전의 애석함이 느껴져 가슴 아프다.
○ 숯불을 피우다
사람은 먹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먹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으니 먹고 싶지 않다는 건 힘을 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 때 ‘힘내라, 힘내라’ 등을 떠미는 것은 더욱 괴롭다. 동물은 컨디션이 나쁠 때 그냥 누워서 몸을 둥글게 말고 상처를 치유하며 조용히 회복을 기다린다. 인간도 똑같다. 먹는 데 신경도 에너지도 쓰지 않으면서 컨디션을 회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오늘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혼자 먹는 맛을 알고 나면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의 맛은 그만큼 깊어지고 고마워진다.
○ 혼자 먹는다, 누군가와 먹는다
애드벌룬이 푸른 하늘에 둥실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