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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30644912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3-08-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7
눈물, 그것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012
축축한 베개 039
스머글 상점 074
만년 꼴찌 086
감정이입 영화관 131
악어의 눈물 157
리콜 티 184
Together 208
기체 눈물 228
밤하늘의 블루 272
에필로그 299
작가의 말 308
저자소개
책속에서
엠마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높이가 100층은 족히 넘을 것 같은 건물과 맞닥뜨렸기 때문이었다. 엠마는 단번에 그곳이 눈물관리청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초대형 물방울 모양을 한 건물 표면에는 빛이 반사돼 휘어진 모양의 느낌표가 생겨나 있었고, 건물 꼭대기에 달린 피뢰침에는 화폐 단위인 ‘오슬러(Ausllor)’를 상징하는 알파벳 A가 회전하는 원형 표식 안에서 반짝였다. 엠마는 눈물관리청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서 볼 땐 불투명했던 건물 외부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실내가 훤히 보일 만큼 투명해졌다. 청사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두리번거리며 저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엠마는 상상에서나 볼 법한 건물이 눈앞에 펼쳐진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와!’ ‘놀라워!’ ‘근사해!’라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이 혈액을 타고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어떤 이들은 당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아주 철저하게 불공평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베개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수많은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죠. 그럼에도 그들은 불공평한 세상을 어떻게든 참고 이겨내며 살아보려고 애써왔어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것이죠. 어쩌면 눈물화폐를 쓰는 이 세상은, 그들에겐 조금 공평해질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에겐 아니겠지만. 데이먼, 이제 당신이 이 불공평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애써볼 차례입니다.”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투명했던 눈물은 몽글몽글한 솜사탕 같은 핑크색으로 물들더니 줄을 타고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엠마는 투명한 눈물에 색이 입혀지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레이먼! 보셨어요? 색깔이 바뀌었어요! 눈물이 핑크색이 됐다고요.”
“분석관들은 눈물의 금액뿐만 아니라 눈물의 색깔도 지정합니다. 슬픈 눈물은 짜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은 약간 달며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은 산성 성분 때문에 신맛이 난답니다. 관리청엔 하루에도 수십억 개가 넘는 눈물방울이 전 세계에서 날아 들어오는데, 겉보기엔 똑같아 보여도 성질이 다른 눈물들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고유의 색을 부여하게 되었어요. 색의 명도나 채도를 통해서 측정 금액을 더욱더 미세하게 나눌 수도 있고요.”
레이먼은 레드 계열로 그러데이션 되어 있는 수천 개의 버튼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
“그렇군요. 이곳은 정말 놀라워요. 제 상상보다 훨씬 더요.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가 된 기분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