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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650531
· 쪽수 : 230쪽
· 출판일 : 2024-0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솔직하게 만들어가는 집
여지의 여지
정 붙이고 녹 붙이고
체리 지옥 화이트 천국
집은 ing
‘좋은 취향’이라는 게 있나요?
가성빌라
내 집이 싫다
2장. 나의 셋방 일지
뿌연 세로줄 창
혼자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
나의 계획 못 세워지기
집 밖으로 삐져나온 것들
직방, 다방, 방방방
나에겐 너무 바쁜 집
무너지는 중입니다
안행복주택
3장. 일상의 발명가들
주름 다리기
식탁테리어
죽이게 예쁜 화분
집 안의 작은 동물
캣타워, 별자리방, 실험실
욕조를 찾아서
호텔에 살아볼까 돈이 없어도
4장. 우리를 담을 집
혼자는 아니지만 둘도 아닌
어차피로 만든 세상
네 다리 쭉 펴고
벽돌로 쌓은 집과 지푸라기로 엮은 집
거름망으로 거를 수 없어요
오늘의 집과 내일의 집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요즘 준비하고 있는 건축사 시험공부를 하려 했다. 이 시험은 가로 60센티미터, 세로 45센티미터의 제도판을 사용해 손으로 도면을 그려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또 이 빌어먹을 작도는 준비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샤프 5종 세트, 크기별 삼각자 3종 세트, 용도별 막대자 3개, 형광펜, 지우개, 지우개 가루 제거용 탁상 빗자루 등. 그리고 이것들을 정리할 큼지막한 수납함이 필요하다. 시험공부를 하려면 어제 원고를 쓰다가 어지른 책상을 치우고 제도판을 올려놓을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건축가들의 집에는 모두 가로세로 60×45센티미터 크기의 건축사 시험만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던 걸까? 주택을 설계할 기회가 생긴다면 시험공부를 위한 공간을 따로 설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집이 나라고 했다. 집은 나를 반영한다고, 나의 취향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은 그릇치고 너무 비싸다. 그리고 나를 담기에는 너무 작다. 집은 내가 아니다. 집을 싫어해도 상관없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자연이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는 명품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인당 평균 최소 9제곱미터의 생활숲 조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불평등하게 주어진다.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은 1제곱미터도 갖기 어렵지만, 고급 아파트의 비율이 높은 지역은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35제곱미터까지도 주어진다.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과 나무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모양이다. 집 안의 초록은 근린공원이 대신하고, 집 안의 파랑은 꿈조차 꿀 수 없다. 한강과 숲이 조금 더 공공에게,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리고 다양한 크기의 공원이 생활공간 곳곳에 더 많이 생겨나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조금씩의 자연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