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레터

1장 푸룬의 이야기
2장 이륀의 이야기
3장 로밀야의 이야기
4장 발루의 이야기
5장 푸룬의 또 다른 이야기
6장 모두의 이야기
에필로그

작가의 말

회당은 마을의 온갖 일이 벌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옥상 회합실은 특별했지요. 달짝지근한 긴장감을 얼굴에 드러낸 사람들로 늘 어수선하게 들썩였거든요. 친구들과 저는 어른이 되어야 올라갈 수 있는 그곳을 ‘비밀의 계단’이라 부르며, 먼저 올라가는 형과 누나들을 놀리곤 했어요. 그날 저는 그곳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요.

내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그만두라고 항의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어. 깨진 이에 속살이 찔리도록, 부러진 뼈에 오장육부가 찢기도록 맞았어. 맞서기는커녕 그저 막아 보려, 기껏 피해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어. 그 폭력에는 거리낌이 전혀 없었어. 비굴할 정도로 울면서 빌었어. 제발 살려 달라고 사정했어. 비참하게 애원했어.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어. 아마 알아들을 표현을 구사했더라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을 거야.
나중에야 들었어. 감히 여자가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건 그 도시에선 맞아 죽어도 싼 이유라고 하더라. 말이 안 통한 게 아니었대. 훤히 드러낸 내 머리카락이 그들의 질서에 맞지 않는 거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