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678849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21-12-09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갑판에서 바다로 떨어졌어. 천만다행으로 배를 빨리 몰고 있지 않았고, 넌 배 옆으로 떨어져서 살았지만 까딱했다간 물에 빠져죽을 뻔했다고. 제길, 라우라, 솔직히 지금 널 내 손으로 죽이고 싶어. 그런데 동시에 네가 살아 있어서 너무 기뻐.”
나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떨궜다. 어마어마한 두통이 몰려와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라우라가 손가락으로 나긋나긋하게 내 뺨을 어루만지더니 고개를 올렸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당신이 날 구했어요?”
“내가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었어. 안 그랬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왜 내 말을 안 듣지?”
그렇게 말하며 드는 두려움은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이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샤워하고 싶어요.”
라우라의 말에 그만 웃음이 터질 뻔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으면서, 신경 쓴다는 게 몸에 묻은 소금기뿐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
상스러운 말에 그만 달아올랐다. 마시모의 이런 사악한 면이 좋다. 침대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면이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중략)
“운전 안 할 거예요?”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시모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머리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가만히 앉아 있다가, 고개를 돌려 욕망에 굴복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벌이야? 아니면 포상이었어?”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건데요. 심심해서요.”
그는 눈썹을 치켜뜨며 미소를 짓더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고개를 저으며 액셀을 밟고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완벽한 여자야. 너 때문에 가끔 미칠 것처럼 화가 나지만, 너 말고 다른 여자와 산다는 건 상상도 안 돼.”
“문제가 생겼어, 내 사랑. 우리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바람에 상황이 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어. 회의를 해야 해. 어려운 회의가 되겠지. 난 네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동안 올가를 보고 싶어 했다는 걸 알아. 둘이서 하루 이틀 정도 멀리 가 있어. 여기서 몇십 킬로미터 거리에 내가 공동소유자인 호텔이 하나 있어. 객실을 예약해두었으니 가 있도록 해. 스파랑 미용실, 훌륭한 레스토랑을 갖춰놓은 곳이야. 무엇보다 평화롭고 조용하지. 오늘 거기로 출발해. 난 최대한 빨리 합류할게. 그다음에는 파리에 함께 갈 거야. 사흘 뒤에 보자.”
나는 멍한 기분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랑 넘치던 내 남편은 어디 갔을까? 내가 지난 2주 동안 함께했던 남자는 어디 갔어?
“지금 이 결정에 내가 발언권이 있나요?”
난 책상에 팔을 뻗어 몸을 지탱하고 물었다.
마시모는 펜을 만지작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당연히 발언권이 있지. 경호를 어떻게 받을지 세부사항을 결정할 수 있어.”
“그렇다면 결정권이 없다는 소리군요.”
나는 투덜대며 돌아섰다.